[좌충우돌 아빠의 육아일기] 프롤로그 - 큼이 비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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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큼이 비긴즈 ‘Keumi Begins’

#1 연애

연애시절부터 나는 여자친구(지금의 아내)에게 우리가 낳을 아기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었다. 여자 친구는 "난 아직 결혼해 줄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 마시지 마"라고 했지만 우린 이미 아이의 태명까지 지어 놓았다.

큼이.


당시 우리가 서로를 불렀던 애칭은 ‘앙큼’, ‘상큼’ 이었다. 그 앙큼과 상큼에서 큼을 떼어내서 ‘큼이’라는 이름을 만들었고, 그 다음 좋은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단순하게 ‘크다’는 의미도 되고, 무럭무럭 잘 자라라는 뜻도 담겨 있었다. 그러다 아주 좋은 성경구절을 발견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마태복음 5:12)

큼이는 그렇게 기쁨과 즐거움으로 우리 곁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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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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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고 기쁨의 눈물이 흘렀다. 아빠가 된다는 설렘과 함께 ‘10개월을 어떻게 기다리지?’ 하는 조급함도 들었다. 초음파로 보이는 태아는 조그마한 강낭콩 같았고, 이렇게 작은 씨앗이 배 속에서 아기로 자란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임신 중에는 무엇을 먹어야 하고, 어떤 일을 조심해야 하는지 몰라서 허둥지둥했다.

아내와 함께 출근하던 만원 지하철이 너무 위험하게 느껴졌고, 티가 안 난다는 이유로 초기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사람들이 얄밉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나중에는 지하철에 타면 일부러 “여보 괜찮아요? 임신했는데 조심해야 해요” 라고 크게 말하곤 했다.


임신했다고 해서 절대 야근이나 회식에서 빼주지 않는 우리나라 직장 문화도 속상했다. 그래도 아내는 배가 많이 불러서 만삭이 될 때까지 만원 지하철을 뚫고 회사에 출근했다. 출산예정일 바로 일주일 전까지 출근하고 겨우 출산휴가를 쓸 수 있었다. 지금 다시 떠올려 봐도 아내는 정말 대단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많은 임산부가 출산 직전까지 회사를 다녀야한다는 사실이 대단하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론 서글펐다.


#3 출산

출산이 임박한 어느 날, 아내는 밤새 진통을 호소하면서 아파했다. 다음날 해가 뜨자마자 택시를 타고 산부인과를 갔건만 간호사분들은 다른 산모들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참 뒤에 의사 선생님이 아내를 진찰하더니 아직 자궁문이 덜 열렸으니 다시 집으로 돌아가라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그냥 돌아가기가 아쉬워서 병원 근처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사먹었다. 출산을 하고 나면 한동안 패스트푸드를 못 먹을 테니….



그리고 그날 밤 아내는 더 많이 아파하며 진통을 했다. 진통 주기를 기록해보니 10분 단위로 통증이 계속되고 있었다. 출산이 임박한 게 분명한데 아내는 아침에 병원에서 되돌아온 것을 기억하며 좀 더 참아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한참을 고통에 시달리다 다음날이 되어 또 병원을 찾아갔다.


이번에는 의사가 아내를 진찰하자마자 자궁문이 거의 다 열렸으니 바로 분만실로 들어가라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진통이 오지 않아 촉진제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촉진제를 맞고 1시간이 지났을 때 드라마에서만 보던 “크게 숨 들이마시고 힘주세요!” 라는 간호사의 지시로 출산이 시작되었다. 아내는 얼굴에 핏줄이 다 돋을 정도로 힘을 주었고, 간호사는 아내의 배를 꾸욱 눌렀다. 의사가 아기의 머리를 살살 잡아당기며 아기를 꺼내었다. 그리고 정말 아주 조그마한 아기가 태어났다.

난 간호사의 주문에 따라 탯줄을 가위로 잘랐다. 아기는 잠시 엄마 옆에 누웠다가 바로 신생아실로 옮겨졌다. 분만실에서 신생아실까지 초록색 보자기에 아기를 안고 걸어가는데 아기가 너무 작고 가녀려서 초보아빠인 나는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렇게 작은 아기는 처음 안아봤으니….



평소 ‘아기’라는 단어를 들을 때 내가 떠올리는 이미지는 대략 12개월(돌)이 지난 아기였다. 이렇게 막 태어난 신생아를 본 건 난생 처음이었다. 그것도 바로 내 아들을 말이다.

갓 태어난 아기가 엄마, 아빠 품에서 떨어져 신생아실로 간다는 게 이상했지만, 아기는 곧바로 신생아실로 보내졌고 산모는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병실로 옮겨졌다. 그리고 젖을 물릴 때만 간호사는 아기를 안고 병실에 들어왔다. 아기 낳느라 기진맥진한 아내는 밤새 한숨도 못자고 두 시간 간격으로 아기에게 젖을 물려야 했다. 정말 이 세상 모든 엄마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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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book 의 세번째 연재작은 좌충우돌 아빠의 육아일기 <워킹파파 일하랴 집보랴 애보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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