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 프롤로그

koesnoom(41)
Published in
#kr
Words
257
Reading
2 min
Listen
Play
9y

프롤로그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프로그램 이미지이지만..

시작은 나PD로 잘 알려진 나영석 PD가 제작한다는 '80일간의 세계일주' 때문이었다.

2016년 4월, 남들은 다니고 싶어서 안달이 난 회사를 각자의 한숨이 절로 나오고 소주가 알아서 마셔지는 개인적인 이유로 그만두고 '자발적 백수'가 된 나와 L형, 친구Y 그리고 서른 중반에도 학생 신분인 R까지 이 '꽁돈'을 주고 여행을 보내준다는 프로젝트에 당첨되기를 열광적으로 기대하며 자소서와 여행계획 등을 준비했다.

하지만 탈락.

어디서 또 본 건 있어서 나름대로 실패요인을 분석했다. 우선, 넷 중에 단 한 놈도 우아하고 부드러운 글을 쓰기는 커녕 딱딱하다 못해 진절머리가 나는 공대, 법대식 인과구조에만 친했다. 그 덕에 제출한 자소서가 자소서인지 판결문인지 제목 아니었으면 몰랐을 정도로 딱딱했다. 그래도 이 부분은 우리의 열정을 나피디는 알아낼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나피디예찬론' 덕분에 큰 실패요인으로 지목되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나이였다. 우리는 청춘의 한가운데라고 박박 우기지만 세상은 청춘과 중년의 그 어딘가에 추를 놓고 있어 '돈없는 청춘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에 우리가 맞지 않았을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에이.. 형 떨어졌어여"

카톡으로 형한테 계획이 실패했음을 전하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땅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들로 구성된 매우 괜찮은 여행 계획이어서 삭제 버튼을 누르는게 너무 아까웠다. 게다가 어리지 않아서 떨어진 것 같다는 나름의 분석은 약간의 오기도 발동시켰다. 여러분 잘못된 분석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다행히 나만 이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 아이디어를 낸 L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냥 가난하게라도 갔다와 볼까?"

맥주를 마시다가 맘에 드는 여자한테 고백하듯이 눈을 반짝이며 형이 내게 말했다.

"갑시다!!"

그렇게 퇴직금은 받자마자 각자의 대출금에 다 써버린 알거지 둘은 청년에 버금가는 재력과 중년에 맘먹는 나이를 가지고 러시아 여행을 결정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넓은 '바이칼호수'

시간과 정신의 방같다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테트리스에 나오는 '성 바실리 성당'

하루에 다 못본다는 '에르미따쥬 박물관'

그리고 가장 궁금한 웃지 않는 '러시아인들'

저희가 갑니다!

IMG_0530.jpg

러시아 여행 프롤로그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