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종종 기억력 좋은 것과 지성 동일시… 기억을 활용하는 능력이 지성"
스티밋의 철학자 kmlee씨가 21일 '기억'과 '망각'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사람들은 기억력이 좋은 것을 지성으로 혼동해 소중한 가치로 여기곤 하지만,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면서 오히려 망각의 가치를 강조했다.
kmlee씨는 "단순히 많은 것을 기억하는게 뛰어난 지성의 상징은 아니다"라면서 "지성이란 기억의 응용이며, 기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활용하는 능력이 바로 지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습 과정에서 암기 능력을 동원한 경험을 예로 들었다.
그는 "암기한 기억은 순서를 토대로 꺼낸다. 여러분들은 아마 알파벳을 처음 외울 때 J 다음이 무엇이냐 물으면 A부터 J까지 암송한 후에야 K를 꺼낼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영어 단어를 500개씩 외우는 시험에서 단어의 순서를 섞지 않으면 학생들은 만점을 받을 수 있지만, 무작위로 단어를 제시하고 뜻과 맞추도록 하면 250개도 제대로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kmlee씨는 이어 기억이 절대로 지성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과잉기억이라는 극단적인 사례를 예로 들었다. "사상 최초로 과잉기억증후군을 진단 받은 질 프라이스(Jill Price)는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를 모두 상세히 기억한다"면서 "그는 음식의 냄새를 맡으면 그 냄새를 처음 맡았던 날짜, 요일, 어떤 가게, 동행, 입었던 옷, 그 날 있었던 사건까지 떠올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런 그가 다양한 부작용도 겪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뇌 속 신경세포인 뉴런 간의 연결이 약해지지 않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kmlee씨는 "기억과 지성이 결국 시냅스의 형성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영감'이라는 것도 결국 시냅스의 연합 발화로 일어나기 때문에 뇌 속에서는 기억과 지성의 차이를 더욱 구별하기 어려워진다"면서 "시냅스의 연결이 견고한 과잉기억 증후군을 지닌 이들은 초월적 능력자로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잉기억 증후군, 초월자로 여기기도
하지만 트라우마 잊지 못하는 부작용
두뇌, 컴퓨터보다 나은 이유는 '망각'
하지만 그는 그것이 환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먼저 망각의 가치를 설명했다. 그는 존 왓슨(John Watson)의 '공포실험'을 예로 들었다. 왓슨은 생후 9개월 된 알버트에게 흰 쥐를 갖다 주고 알버트가 쥐를 만지려 할 때마다 큰 소음이 나도록 했다. 알버트는 소음이라는 부정적인 자극과 흰 쥐를 연계해 기억하게 됐고, 나중에는 흰색 자체를 두려워하게 됐다. 흰색 털을 가진 다른 동물이나 흰 수염이 있는 산타클로스까지 알버트는 두려워하게 됐다.
kmlee씨는 "유치원에서 계란을 먹고 크게 체한 적이 있어, 그 뒤 계란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을 했다"며 자신의 트라우마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망각의 가치가 여기에 있다. 생생하게 기억하고 그 기억을 안고 가는 건 정신에 큰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시냅스 간의 연결이 견고하다는 건 트라우마(기간)의 확대를 의미한다"면서 "내가 만약 시냅스 형성이 훨씬 견고했다면 계란에 대한 트라우마를 해소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유치원, 계란을 먹었던 요일, 계란을 담은 그릇의 형태, 색깔까지도 트라우마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시 질 프라이스로 돌아왔다. "시냅스 간의 연결이 지나치게 견고한 그녀는 아무 것도 잊을 수 없다. 기억할 뿐 아니라 그 기억이 퇴색되지도 않는다"면서 "퇴색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사건과 정서적 반응의 연결 또한 견고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결국 계란 트라우마를 이겨냈지만 프라이스처럼 과잉기억 증후군을 가졌다면 있을 수 없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kmlee씨는 끝으로 "우리는 과잉기억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데, 지식이 곧 사고력이라는 오해에서 시작된 환상"이라면서 "단순히 많은걸 기억하는게 사고력이라면 인간의 두뇌는 진작 컴퓨터에게 추월당했을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런 의미로 kmlee씨는 우리의 두뇌가 아직까지 컴퓨터보다 훨씬 우월한 도구라고 말했다.
시호 기자 [email protected]
너무 재밌는 이벤트입니다. 중구난방인 글을 이리 각색하시느라 고생하셨을 시호님께 감사드립니다. 기사용으로 글을 제대로 한편 써서 참여했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아 아쉬움도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