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경북도민일보
건강, 기행, 바다, 무더위, 장마; 보도여행을 추억하며라는 글을 마치며
포항, 바다, 기행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사연이 또 하나 생각이 나 다음에 소개할까 합니다.
라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약속 지키러 왔습니다. 소소하지만 기행이라 할만한 경험이며, 묘한 에피소드까지 겹쳐 더욱 소소한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
가을 바다였습니다. 사진처럼 자갈이 가득 깔린 곳이었습니다. 포항이긴 했는데 자세한 장소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밤에 누워 있다보니 시원한 바람과 파도소리가 기분이 좋았습니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한 2시간쯤 얘기를 나누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별로 기분 나쁜 일은 없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 친구가 나중에 묻길 무슨 일이 있었냐고 걱정을 하더군요. 그냥 마냥 누워있자니 심심해서 전화를 건 것인데 바닷가에 누워있다고 하니 감정적인 문제인가 걱정을 했나봅니다.
당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털레털레 걸어서 박스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박스를 깔고 누웠습니다. 자갈밭에 팔을 베고 누워있었더니 팔이 조금 아팠는데 박스를 깔고 나니 편하더군요. 계속 누워있다보니 너무 추웠습니다. 역시 새벽의 바닷바람은 매섭더군요. 그래서 이불을 가져왔습니다. 이불을 덮고나니 한층 더 여유롭게 바다를 즐길 수 있더군요. 한참 그러고 있다 잠이 들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눈 앞에 밝은 빛이 어른거렸습니다. 말소리도 들리더군요. 잠도 덜 깨서 별 정신도 없던 와중에 한마디는 기억이 납니다.
살아있나?
일어나보니 머리 한쪽엔 손전등이, 다른 한쪽엔 총부리가 있더군요. 사실 지금 생각하니 당황할만한 순간인데 잠이 덜 깨서 그런지 별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이불을 덮고도 추워서 신진대사가 아주 느려서 더욱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그냥 놀러왔는데 바닷가에서 자고 해 뜨는걸 보고 싶었다고 하니 그냥 지나가더군요. 그래서 다시 잤습니다.
다시 일어나서 해 뜨는걸 보고 또 잤습니다. 별 다른 감상은 없었습니다. 그냥 경치가 좋더군요. 사실 이불을 덮고도 너무 추워서 정신이 들질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너무 기억이 오래되어 별 다른 기억이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침이 되어 부스스 일어나니 바다를 보러 나온 어르신이 계시더군요.
학생, 여기서 잤나?
예.
바다 사람이가?
내륙에서 왔습니다.
근데도 바다를 즐길 줄 아네~
저게 뭐라도 기분이 좋았는지 마냥 바다를 제대로 즐기고 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글을 쓰고나니 여행지에서 있었던 독특한 경험들을 공유하면 재밌을 것 같아 한번 여러분들께 참여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태그로는 kr-travel과 kr-strange를 붙혀주세요. 스스로 '내가 갔던 곳이 특별한 곳은 아니지만 사연 하나는 안 꿀려!' 하시는 분들의 재미있는 사연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