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일 일상은 새벽 3시에 시작됩니다. 그보다 이를 때도, 조금 늦을 때도 있으나 대동소이합니다. 가볍게 씻고 메모를 확인한 후 카페로 향합니다. 메모는 좋은 습관입니다. 영감이라는건 꿈처럼 한순간에 흩어지곤 하는데, 그걸 붙드는 법이 메모입니다. 내가 프로필 사진으로도 쓰고 있는 소크라테스는 글로써 기록하는걸 싫어했지만 난 소크라테스의 대화법과 지혜를 사랑하는 태도를 존경하여 그를 고른 것이지, 그의 추종자는 아니니 앞으로도 메모를 할 생각입니다. 메모는 정상은 아닙니다. 예시를 몇가지 들면 "코끼리", "바나나", "감독관들의 슬픔", "자폐", "허밍"이 있네요. 메모는 일종의 암호화이기도 합니다. 메모를 할 당시에 하고 있던 생각, 기록해두고 싶은 생각이 암호와 같은 텍스트로 저장되는 것이지요.
카페에 도착하면 간단히 주문하고 글을 씁니다. 한번씩 흥이 나면 리듬감 있게 써나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더딥니다. 내가 쓰는 글의 종류는 크게 네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처럼 자전적 성향을 지닌 글, 과학적 실증을 토대로 철학을 담은 글,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한 글, 그리고 소설입니다. 넷 모두, 나에게는 아직 너무 어려워 실질적으로 손을 놀리는 시간보다 허공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그래요, 나는 생각이 필요할 때 허공을 응시합니다. 소설은 쓰고 있다고 하기도 민망하군요. 특히 좋은 작품을 보고 난 뒤는 더욱 그렇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철학적 이슈를 던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멋진 분에게 멋진 표지까지도 받았지만 아직도 내 작품에 대한 확신은 없습니다.
가끔은 수면부족으로 인한 피로와 과도한 카페인으로 심박수가 치솟을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십수시간을 활자만 바라보다보니 눈도 굉장히 괴롭습니다. 안 그래도 부족한 수면으로 눈이 잘 붓는데 더욱 고문하고 있지요. 글을 마치면, 다시 책을 읽습니다. 1주일에 보통 1000페이지씩 글을 읽습니다. 그 외에도 읽을거리가 많습니다. 논문도, 스팀잇에서 여러분들이 써주시는 소중한 글, 댓글들도 읽어야합니다.
그래서 수요일만 되면 반쯤 산송장이 되어있습니다. 월, 화에는 활자와 함께하는 시간들을 보내고도 저녁에 잠깐 식사정도는 할 정신이 남아있는데 수요일부터는 숨을 쉬는지 모를정도로 지쳐있습니다. 운동할 시간도, 기운도 없다보니 몸도 약해집니다.
그리 평일을 보내다 금요일 저녁이 되면 짐을 챙겨서 친구네로 향합니다. 정해진 인원은 없습니다. 연락도 하지 않습니다. 바쁜 사람은 다음에 보고, 시간 되는 친구들이 하나, 둘씩 모입니다. 모여서 하는 일은 이따금씩 여기에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는 이전에도 소개한 적 있었던 Saga를 샀습니다.
내 삶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주말을 부러워하고, 평일을 동정합니다. 피로에 찌들어서 눈이 퀭해진 상태로 보내는 평일, 활기차게 웃고 떠드는 주말. 더욱 가까이서 지켜보는 이들은 평일의 삶까지도 나누어 보곤 합니다. 오늘도 원고나 쓰지, 왜 스팀잇에 시간을 쏟느냐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원고만 쓸 때는 평일에도 여유가 많았기에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보편적인 시각을 내게 보냅니다.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쉬는구나.
나는 왜 18시간동안 글을 썼을까라는 글에서도 밝혔듯 글에 대한 내 집착은 병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병적인 사고방식이라는건 보편성에서 벗어났다는 뜻이고, 그게 내 개성인거 아닐까요? 환상인지, 병적인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나는 평일에도, 주말에도 행복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평일, 주말 중 어느 때에 행복하신가요?
오늘도 웅장한 뻘글을 썼습니다. 독자분들께 부탁드리고 싶은건 저는 이런 웅장한 뻘글을 쓰는 것도 좋아하지만, 어설픈 앎으로 인한 인지적 왜곡으로부터의 탈피같은 글도 좋아합니다. 아니, 오히려 저쪽이 제 본분에 가깝기도 합니다. 그러니 마이클 가자니가는 틀렸다와 같은 글들도 아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사상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읽기 수월한 글인데 100일간 제가 쓴글을 모조리 찾아 읽을 수는 없다보니 난해할 수 있습니다. 이해가 안 가시는 부분 있으면 끝까지 설명하겠으니, 결점을 보완할 수 있게 도와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