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닮아가는 게임들
현대 비디오 게임들의 그래픽은 점점 정교해지고, "이게 그래픽이야?"라 할만큼 괄목할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에 좋은 그래픽에 "이거 사진 아니야?"라는 찬사를 보냈다면 지금은 멋진 사진을 보고 "그래픽 아니야?"라 할만큼 그래픽은 정교해지고 화려해졌습니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비디오 게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은 더해집니다. 계속해서 발달한 하드웨어는 많은 용량을 담을 수 있기에, 비디오 게임에서 소리와 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집니다. 시각 기술의 발달과 함께 게임 개발에 필요한 비용도 늘어났지만 그보다 게임산업의 발달이 더욱 커서 지금은 시청각을 만족시키는 경지에 이르었습니다.
이제 게임은 도전욕구와 경쟁만으로 승부하지 않습니다. 현시대 가장 위대한 게임들이라는 찬사를 받는 The Last of Us, Elderscroll: Skyrim, Witcher3 등을 보면 반복플레이를 강요하는 중독성도 없으며 정교한 조작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영화나 소설처럼 기능합니다. 물론 게임으로서의 재미도 잃지 않았지만요.
영화와 소설에는 없는 게임만의 기능
혹자는 그렇다면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지, 왜 게임을 하느냐는 질문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게임은 영화와 소설에 없는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상호작용입니다. 게임은 끊임 없이 플레이어를 받아들입니다. 플레이어에게 선택지를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플레이어의 선택이 게임 속 세계에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이제는 기술이 발달하여 게임 속 캐릭터가 플레이어와 더욱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고 학습도 합니다. 플레이어의 선택 뿐 아니라 기본적인 행동과도 상호작용 하는 것입니다. 가령 더 라스트 오브 어스에서 플레이어인 조엘과 동행하는 엘리는 플레이어의 성향에 맞추어 행동이 변화합니다. 기존 게임에서 플레이어를 돕는 캐릭터는 하나의 성향만 지니고 있거나 플레이어가 설정한 행동을 했다면, 이제는 살아있는 인물처럼 생동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 완전히 정교한 조작에서 오는 즐거움을 배제하고 영화, 소설처럼 기능하는 게임들도 나타났습니다. 순수하게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으로 펼쳐나가는 이야기에 집중한 게임들입니다. 이런 게임들은 저예산으로 시작했습니다. 액션을 구현할 기술도 부족하며, 시각적 화려함으로 즐거움을 줄 시각 기술도 부족한, 넓은 세계를 창조하고 성우들을 고용할 돈도 없는 회사들이 열정 넘치는 작가들을 활용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에 집중한 것이지요. 당장 생각나는 게임들은 허 스토리(Her story),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Life is Strange), 워킹 데드(Walking Dead)가 있네요. 그리고, 이제 이런 게임들이 주목 받으며 더 많은 예산으로 시각적 화려함도 갖추게 되었습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Detroit: Become Human)
그러던 와중, 최근에 주목 받는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디트로이트 비컴휴먼입니다. 이 게임은 사실 퀀틱 드림즈(Quantic Dreams)가 게임과는 무관하게 기술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데모 영상이 인기를 얻어 시작되었습니다. 개발기간이 정말 길었지만, 작년 E3에 이어 올해도 영상을 출품하며 많은 플레이어들의 기대를 얻고 있습니다.
게임 속 세계는 정교한 안드로이드가 상품으로 팔리는 시대입니다. 플레이어는 3명의 안드로이드를 조작하는데 각각 자신이 살아있으며 하나의 생명이라 믿는 카라, 협상가로 활동하며 자신은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라며 자신을 협박하는 안드로이드에게 "You can't kill me. I'm not alive.(너는 나를 죽일 수 없어. 나는 살아있지 않거든.)"라 하며 철저하게 인간의 도구로서 살아가는 코너, 안드로이드는 인간의 도구가 아니라며 안드로이드 해방운동을 펼치는 마커스입니다.
플레이어는 각각의 캐릭터를 조작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영상을 보시는 편이 이해가 빠르겠지요? 본 영상은 코너의 이야기이며 카라와 마커스에 대해서도 트레일러가 각각 공개되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추가적으로 찾아보셔도 재밌을겁니다.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 각각의 선택은 다른 결말을 만들어내고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게임은 당신만의 이야기에 간섭하지 않습니다. 정답은 없으며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세계는 그대로 흘러갑니다. 아직 출시 되지 않은 게임이라 3명의 안드로이드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세상이 변화하는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 퀀틱 드림즈는 꾸준히 이런 장르의 게임을 내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만 헤비 레인(Heavy Rain), 비욘드 투 소울(Beyond to Soul)을 냈지만 좋은 평가를 얻지는 못 했지요. 조작의 즐거움을 완전히 배제하고 내러티브만을 강조한 게임이지만, 오히려 내러티브도 다른 게임들에, 조작의 즐거움도 주는 게임들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내년에 출시예정이라 전작과 5년이라는 긴 텀을 두고 내는 디트로이트: 비컴휴먼은 금전적으로도 큰 지원을 받고 있는만큼 이러한 결점들을 보완하여 오명을 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히든 어젠다(Hidden Agenda)
이 게임은 설명하기 전에 PS4에 새롭게 추가된 기능을 먼저 소개해야 합니다. 바로 플레이링크(PlayLink)라는 기능인데요. 이 기능은 PS4 기기와 스마트폰 등의 개인 휴대용 디바이스를 연동하여 여러 사람이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능입니다. 플레이링크에 대한 영상을 한번 보시죠.
히든 어젠다는 언틸 던(Until Dawn)을 만든 슈퍼 매시브 게임즈(Supermassive Games)에서 만들어낸 플레이링크 기능을 활용하는 게임입니다. 언틸 던을 스트리밍 등을 통해 여럿이서 의견을 나누며 게임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며 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네요. 최대 6명의 플레이어가 협업하여 형사와 검사를 조작하여 트래퍼라 알려진 연쇄살인마와 펼쳐가는 이야기인 이 게임의 주요한 특징은 모든 플레이어가 제각각 같은 것을 바라고, 같은 것을 알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제각각 다른 단서들을 얻습니다. 따라서 단서에 따라 판단 또한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야기를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해서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협상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플레이어에게는 히든 어젠다가 주어집니다. 이는 개인적인 목표로, 공공을 해치기도 합니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플레이들을 속일 필요도 있는 것이지요.
히든 어젠다는 올해 10월 25일에 발매 예정입니다.
마치며
사실 상술했듯 인터렉티브 내러티브를 강조한 게임들은 좋은 평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정교하며 재밌게 써내는 것도 어려운데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선택과 그로 인한 제각각의 내러티브는 치밀함을 잃기 쉽습니다. 저도 많은 게임을 해보았지만 선형적으로 치밀하게 구성된 게임들보다 아쉬운 점이 많더라구요.
앞으로는 작가와 개발자들의 노하우가 쌓여서 질적, 양적으로 훨씬 훌륭한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문화 컨텐츠도 꾸준히 소개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아무래도 쉽지 않습니다. 몸이 5개쯤 되면 다양한 연재를 모두 이어갈 수 있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