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만 여권만 있으면 아무 문제도 없다는걸 알면서도, 간단하게 택시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다는걸 알면서도, 나는 Han River Bridge와 Dragon Bridge 사이 1km 남짓한 길에서만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 길을 벗어나려는 노력은 불안감을 주었다. 그 비이성적인 불안감이 어디서 나온 것인가를 어렴풋이는 짐작하고 있지만, 깔끔하게 설명할 자신도, 그 설명이 옳은 설명인지에 대해 확신도 없기에. 그 비이성적인 불안감이 내 발목을 잡고 있었다는 사실만 두고 지나간다.
투어는 그 비이성적인 불안감을 애써 이겨내지 않고서도 그 길을 벗어나게 해주는 좋은 수단이었다. 자율로는 그 길을 벗어날 수 없었지만, 타율로는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일단 길을 벗어나고 나면 더 이상은 두렵지 않았다. 나는 다른 장소들을 두려워하는게 아니라, 그 길을 벗어날 용기가 없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타율에 내 몸을 맡겨서 그 길을 벗어나기 위해서 이번에는 미썬(My Son) 유적 투어를 신청했다.
투어 신청을 하고는 술을 마시고 싶어서 저녁을 먹지 않고 펍에 갔다. 해피 아워라서 칵테일을 두잔을 마시면 한잔이 공짜였다. 그 말은 오늘은 세잔을 마시는 날이라는 뜻이다. 한잔은 부족하고, 두잔을 마시면 공짜로 한잔을 더 주는데 공짜술을 마다할 사람은 또 어디있는가? 주문한 케사디야가 나오기도 전에 한잔을 해치우고, 케사디야와 함께 두번째 잔을 비우는 사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잔은 비 내리는 강을 보며 마시겠다고 야외 테이블로 나왔다. 옆 테이블에서 풍겨오는 담배 냄새에 옛날 생각들이 났다. 나는 비를 맞는걸 좋아했고, 비를 맞으며 담배를 피우는걸 특히 좋아했다. 베트남에서는 모든 곳에서 흡연자를 볼 수 있다. 아마 내가 금연을 하지 않았다면 엄청나게 피우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비를 맞으며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는 정말로 담배가 피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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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만임에도 분량이 적습니다. 이제 완결까지는 휴재 없이 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항상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