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기본이 부족한 아이를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학생은 중2였는데 사칙연산의 순서도 몰랐습니다. 학교진도를 따라가고 싶어도 기본이 너무 부족하니 가르칠 것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래도 차근차근 기초부터 가르쳤습니다. 차근차근 가르치다보니 시험은 금방 찾아오더군요.
학생에게 여태까지 찍어서 받은 점수는 네 점수가 아니니 이번엔 풀 수 있는 문제만 풀고 풀지 못 한 문제는 공백으로 두라고 했습니다. 어차피 시험지를 확인하고 다시 풀어볼 것이니 속일 생각은 하지 말라구요. 아직 학교 진도를 다 따라가진 못 했지만 아마도 쉬운 문제는 몇개쯤 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자기 힘으로 수학문제를 풀어본 적이 없던만큼 한 문제라도 자신의 힘으로 풀어보면 자신감도 얻고 흥미도 좀 붙을 것이라는 계산이었죠.
결과는 20점대였습니다. 학생은 꽤 만족한 듯 보였습니다. 항상 문제를 읽어보지도 않고 다 찍고 낙서나 하다, 몇 문제라도 직접 풀어서 맞췄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겠습니까? 시험 후에 한주정도는 굉장히 놀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아예 부모부터가 이를 권장하여 한주정도 쉬자는 학부모도 계시고 수업을 한다해도 일찍 마치면 안되겠냐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이 학생은 의욕이 넘치더군요. 아마도 '너무 늦어서 절대로 따라갈 수 없다'는 좌절감이 해소된 덕이 아닐까요? 그래서 평소처럼 수업을 했습니다. 이제 기말고사가 끝났으니 방학동안 열심히 하면 다음 학기에는 학교진도를 정상적으로 따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 수업이었습니다. 지난 시험은 30점이었는데 이번엔 20점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어떻게 성적이 떨어지냐. 선생님을 믿었다.
공부란 이 육각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12시 방향의 꼭지점이 출발점, 6시 방향의 꼭지점이 도착점입니다. 모서리를 따라 달리다보면 처음에는 전혀 도착점에 가까워지는 것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멀어지는 것 같다고도 느낍니다. 하지만 차근차근 달리다보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겠죠.
하지만 도착점과의 거리만 쳐다보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학생은 한발 한발 내딛으며 근력과 폐활량을 키우지만 부모에게는 그저 도착점에서 멀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최단거리를 주문합니다. 학생은 땅을 파고 목만 내놓고 몸을 파묻습니다. 부모는 만족합니다.
"도착점에 가까워졌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