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3, 교수입니다.
기계가 아직 인간의 뇌를 따라잡기에 멀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막연히 생각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감정, 지능, 의식 등이 없다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입니다. 스티븐 핑커처럼 기계는 절대로 인간처럼 생각하는 능력을 갖출 수 없을 것이라 믿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형이상적인 문제로 기계가 인간을 따라잡지 못 하고 있는게 아닙니다. 인간 뇌의 우월한 연산속도를 기계는 아직 따라잡지 못 했을 뿐입니다. 수식 연산, 딥블루, 알파고를 생각하며 속도 자체는 기계가 인간을 이미 압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시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진화의 산물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입니다. 비록 문명을 이룩하고 교육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뇌를 사용하고 있지만 뇌의 가장 큰 목표는 세상을 인지하고 이를 유리하게 이용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뇌의 진정한 능력을 알기 위해서는 세상을 인지하는 능력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가장 직관적인 사고실험이 제프 호킨스가 자주 이야기하는 문에 대한 사고실험입니다.
집을 비운 사이 누군가가 내가 매일 열고 닫는 현관문을 조금 바꿔놓았다고 합시다. 문의 재질, 무늬이 바뀌었으며 문에 작은 창이 생겼으며 문고리의 위치, 재질이 바뀌었다고 합시다. 그 문을 쳐다보면 기존의 문을 떠올릴 필요도 없이 즉각적으로 문에 바뀐 변화를 알아챕니다. 이는 특히 문을 잡았을 때 더욱 극대화 됩니다. 문고리가 약간 낮다. 촉감이 다르다. 문고리의 저항이 다르다. 문을 열 때 필요한 힘이 다르다. 이 모든걸 문고리를 잡고 당기는 그 한순간에 파악합니다.
이러한 능력이 형이상적인 지능에서 나오는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단순히 기존에 저장된 기억을 토대로 한 예측과 다르기에 빠르게 알아챕니다. 우리의 뇌는 변화를 알아차리는게 빠릅니다. 자연에서는 작은 변화를 알아채고 그것에 대비하는 것이 생존에 필수적이기에 빠르게 대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정확히 기계가 하는 일과 같습니다. 저장된 기억을 토대로 차이점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아직은 인간이 이러한 속도에서 기계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뇌는 생존을 목표로 한 도구이기에 다양한 곳에 자원을 나누어 활용하고 있기에 특정한 분야에 대해서는 기계와 같은 수행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아마도 뇌를 새롭게 쓸 수 있어 특정 분야에 모든 자원을 할당할 수 있다면 수식 연산, 체스, 바둑 등 비교적 단순한 과제에도 현존하는 기계를 아득히 뛰어넘는 수행능력을 보일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에서는 협업의 중요성도 알 수 있습니다. 한 개인의 뇌가 가진 자원은 한정적이기에, 아무리 뛰어난 지성인도 한계를 지닙니다. 각각의 분야에 있는 지성인들이 전적으로 생각을 공유하며 병렬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지성체를 형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인간은 스스로의 생각을 표현하고 타인의 생각을 수용하는 능력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병렬 컴퓨터에서 중앙 시스템이 존재하듯 인간의 집단지성에도 그러한 매개체가 있다면 훨씬 수월할 것입니다.
사실 가지고 있는 꿈 중 하나가 이러한 존재였습니다. 나 혼자의 힘으로는 평생에 걸쳐 공부한다고 해도 여러 분야에 걸쳐 지식을 습득할 수는 있어도 최전선에 있는 전문가들의 통찰은 절대로 따라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통찰의 결과를 수용하고 이러한 통찰들을 엮어 집단지성의 결정체를 만들어낼 수는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제 관심사는 특히 인간에 치우쳐 있습니다. 인간을 진정으로 이해한다고 하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의 지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뇌과학이 뇌의 작용을 완벽히 밝혀낸다고 해도 이것만으로 인간이 긴 세월동안 이룩한 문명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건 아닙니다. 현대사회에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모두 이해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계속해서 지식의 지평을 넓히다보면 점점 더 많은 현상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인간에 대한 모든걸 이해하고 싶고, 언젠가 이해할 수 있다는 오만함에 아직도 이런 꿈을 꿉니다.
요즘 한국 커뮤니티가 시끄럽습니다. 내가 스팀잇에 정착하는데 가장 큰 힘이 된 이도 스팀잇을 떠났고, 내가 크게 반감을 갖고 있던 이도 스팀잇을 떠났습니다. 스팀잇의 지향점에 가까운 활동을 한다고 생각하던 이는 떠났으며 스팀잇에 해가 된다고 여긴 이도 떠났습니다.
하지만 내가 떠든다고 이들이 떠나는걸 막을 수 있었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말로 해서 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kr-bookclub에 참여하셨던 분들은 기억하실 문구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밭을 갈아야합니다.
2주간 내 색채를 잃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