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을 쓰는게 어설프다. 조각칼을 다루다 크게 다친 적도 있고 농구를 하다가 손가락이 부러졌고 그 외에도 자잘하게 손을 다친 횟수를 셀 수 없다. 이처럼 다친 것 말고도 어설픈 손동작으로 실수하는 일이 잦다. 가령 피자를 먹으면 꼭 피자 서버를 어설프게 놀리다가 조각이 뭉개지거나 떨어진다. 술자리에서는 술을 따르다가 흘려서 취한거냐고 그만 먹으라는 얘기를 듣는다. 나는 집에서 물을 따르다가도 자주 흘리곤 하는데 말이다. 아마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이는 조금 억울한 일이다. 나는 평생 손 쓰는 일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우선 어려서부터 해체하고 조립하는걸 좋아했다. 많은 아이들이 그러지만, 주변에 있었던 아이들을 떠올려 보면 나는 그중에서도 특별히 그걸 즐기는 아이였다. 정교한 조립이 필요해서 한여름에 방문을 닫고 선풍기조차도 틀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며칠동안 조립하기도 했다. 조립의 목적이 수집이나 전시인 경우도 있지만 내 목적은 항상 조립 뿐이었다. 과정만이 목적이었기에 조립한 모형을 기르던 강아지가 잘근잘근 씹어놓아도 모형이 망가진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고, 혹시라도 강아지가 부셔진 조각을 삼켰을까 걱정했다. 안타까운건 그렇게 조립을 좋아했는데도 손재주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손이 급해서 대충대충 넘어가서 섬세하지 않은게 아니라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악기를 오래 배우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배웠고, 커서는 기타를 쳤다. 그렇게 오래 배우고도 연주 실력이 형편 없는건 비단 내 손놀림만의 책임이 아니라 쉽게 싫증을 내는 내 성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자세부터가 어설펐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미술도 오래 배웠지만 도구를 잡은 모양새부터 어설프다. 글은 또 어떤가? 고3때조차도 글쓰기를 놓지 않고 일주일에 몇시간을 꾸준히 투자했지만 나는 글을 쓰는 속도도 느리고 글씨체도 엉망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이유는 없다.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손이 작은 편이긴 하지만 섬세한 작은 손을 가진 장인들도 많다. 아마도 내 경우에는 태생이 그러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태생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나는 정교한 손놀림 대신 다른 능력들을 가졌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정교한 손놀림을 가졌다면 가지지 못 했을 능력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