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짱에서 하루를 더 보내야 했다. 역 근처를 다니며 보았던 호텔을 몇군데 가보았지만 빈방이 없었다. 결국 낮에 찾아놓은 PC방에 갈 수 밖에 없었다. 다낭 호텔측에 체크인이 늦는데 괜찮겠냐고 이메일을 보내고 역에서 가까운 숙박업소를 찾는데, 방이 남는 곳이 도미토리 밖에 없어서 할 수 없이 도미토리로 갔다. 너무 피곤해서 간단히 샤워만 하고 바로 침대에 올랐다. 자다 깨서 들어보니 어느새 나는 Creepy Asian이 되어있었다. 후에 제스쳐도 이어진 모양인데, 이전에 인사를 나누었던 John은 그것이 인종차별이라는걸 지적했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그정도는 인종차별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내가 자는 줄 알았으니, 그래, 그럴 수도 있다. 아니, 그럴 수 없나? 그들에게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는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그런 곳에 쏟을 정신이 없었다.
나머지는 전날의 반복이었다. 기억에 남아 있는 것도 없으니 바로 기차역으로 가겠다. 기차역은 선풍기 중 하나가 고장나서 전날보다도 더 괴로운 공간이었다. 방송은 베트남어로만 나오고 모니터는 고장이었다. 기차가 들어오는지 마는지를 알 수 없었지만, 2시간이나 남아서 걱정은 없었다. 1시간 반을 어떻게 보낸건지 알 수 없지만 기차시간이 30분 남은 시점에 가까이에 있는 베트남 사람에게 기차표를 보여주고 혹시 지금 움직여야 하는거냐고 물었다. 그는 "Don't worry"라며 나에게 자신의 표를 내밀었다. 나와 같은 열차였다. 그는 우리 열차가 연착된다며, 안심하고 기다리라고 했다. 그는 수학선생이었는데 베트남에서는 선생이 별로 좋은 직업이 아니라고, 월급으로 충분하지 않아서 부업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에게 내가 지나온 길들을 이야기 하고 아름다운 경치가 많았다고 하니 한국이 더 아름다운 나라라고 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한국에는 단풍이 있고 눈이 내린다고 답했다. 계속 이야기를 나누긴 했는데 그리고는 별 다른 기억이 없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를 따라 기차를 탔다.
침대칸은 2인실과 4인실로 나뉘어 있다. 나는 4인실이었는데, 방 안에서는 흑인 여성, 동양인 여성, 백인 여성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막 만난 사이는 아닌 것 같아서, 일행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관계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별 관계는 아니었다. 동양인 여성은 가이드고 나머지 둘은 그냥 같은 여행사를 통해서 왔을 뿐이었다. 시트를 갈고 침대에 누웠다. 이불을 덮으니 이불을 타고 냄새가 올라왔다. 역하기보다는 매캐한 불냄새가 더 강해서 잠을 자기 힘들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면 열차의 흔들림, 냄새따위는 아무래도 좋을 정도로 지쳐있었던 모양이다. 기차가 일출 시간에 호이안을 지나는 경치를 보겠다고 생각했었다. 버스가 아닌 기차를 고른 것도 그 때문인데, 나는 도착 직전까지도 기절한 상태였다. 그렇게 다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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