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페인과 니코틴의 신도였다. 담배는 백해무익이라고 하는 주변인들에게 말은 똑바로 하라고, 절대로 백해무익은 아니라고, 담배가 없었다면 상대성 이론도 세상에 나오지 못 했다는 농담을 하곤 했다. 그런 내가 전조도 없이 갑자기 금연을 한다니 주변 사람들이 놀라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나도 몰랐다. 아주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처음에는 두통과 현기증이 나를 괴롭혔다. 계획적인 금연이 아니었기에 점진적이지 않은, 갑작스런 니코틴 박탈은 반동이 컸다. 두통과 현기증 뿐 아니라 충동도 강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건, 나는 일산화탄소를 들이마시는 감각, 머리가 몽롱해지는 느낌 등을 즐겼던게 아니라 철저히 니코틴만을 원했다는 것이다. 순수하게 니코틴만을 원했다고 충동이 약한건 절대로 아니었지만.
두통과 현기증이 지나간 다음은 불면증이 찾아왔다. 몸은 아주 피곤한데 잠에 들지 못 해서 조금이라도 나을까 싶어 카페인도 끊었다. 그리고 더 피곤하면 잠을 잘까 싶어 운동량을 늘렸다. 운동량은 늘어났는데 살이 붙고 있다. 자연스러운 일이라니,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아야겠다. 그나저나 산책을 다니기는 확실히 좋아졌다. 주머니에 담뱃갑과 라이터를 넣고 다니는건 굉장히 불편했다. 특히 여름에는.
한동안은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니코틴과 카페인을 동시에 박탈당한 뇌는 움직이기를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루 흡연량의 대부분이 글을 쓰는 시간에 집중되어 있었던만큼 글쓰기가 어려웠다. 평소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6시간 가량을 아무 것도 쓰지 못 하고 앉아있다가, 괴롭기만 해서 그만두기도 했다. 그래도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어 안심이다.
지금은 니코틴에 대한 육체적 갈망은 초기에 비하면 희미하다. 흡연량을 줄이다가 끊은게 아니라 갑작스럽게 끊었기에, 주먹을 꽉 쥐고 버텨야했다. 현기증과 두통까지 찾아오고 내 의식은 끊임 없이 욕구와 타협하고 싶어했다. 이렇게 갑자기 끊지 말고, 줄여나가다가 끊자며 속삭였다. 그 처음의 욕구가 너무 강렬했기에, 오늘의 욕구가 훨씬 약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한번씩 강한 충동이 찾아온다니 마음을 놓진 말아야겠다.
모든 흡연자들에게 그렇듯, 나에게도 이번이 첫 금연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존도 강해지고, 금단 증세도 강하게 찾아온다. 그래서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아야 한다. 다음은 더 힘들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