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어린 시절을 같이 한 동네 친구가 있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친구들도 모두 아주 어린 시절부터의 친구이지만 지금부터 말하는 친구는 그보다 더 이전, 내가 학교에 다니기 전의 친구다. 나는 그 친구보다 한살이 더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 친구에게 나를 형 대신 이름으로 부르라고 했다. 아마 부모님의 영향이었을 것이다. 평소부터 고작 한살 차이로 형 대접 받으려고 하는게 좋지 않다고 하셨다. 사실 형대접이 어떤 것인지를 모르는 나이였지만, 막연히 그런 생각을 품었나보다. 내 동생도 자기보다 어린 친구와 그렇게 말을 놓고 지냈지만, 그것이 꼭 우리 가족의 특징은 아닐 것이다. 어릴 때 그렇게 말을 놓고 지내는건 흔하니까.
집 전화번호도 모르고, 항상 그냥 동네 놀이터에서 만나던 그 친구는 내가 중학교를 입학함에 따라서 조금씩 나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하교 시간은 늦어지고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었으니 자연스럽다면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했다. 누구나 그런 법이다. 누구에게나 그런 동네 친구가 있는 법이다. 그래도 간간히 마주치면 인사를 하긴 했다. 조금 불편한 점은 있었다. 그 친구가 내 이름을 부르면 내 주변에 있는 친구들, 그 친구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이상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그 시선들을 받으며 안 그래도 멀어지고 있었던 우리는 더 빠르게 멀어졌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리며 그 친구는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갑자기 그 친구가 왜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떠오른 그 친구를 생각하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친구와 나이가 같아서 같이 학교를 다녔다면 그 친구의 삶을 달라졌을까? 아니면 어설픈 친구 대신 형으로써 그 친구를 대했다면, 그 친구의 행실을 꾸짖었다면 그 친구의 삶은 달라졌을까? 신기하게도 내 동생과 말을 놓고 지내던 그 아이도 비행청소년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건 어떤 이유였을까? 내가 살던 동네의 문제일까?
다른 관계들도 떠올랐다. 중학교에 입학하고부터 친구의 누나를 어색하게 대하던 친구들, 마지막까지도 스스럼 없이 내 이름을 부르던 내 친구의 동생, 지금도 나와 잘 지내는, 중학교에 입학하고 갑자기 나에게 존대말을 해서 내가 한번만 더 존대말을 하면 뺨을 때리겠다고 했던 친구의 동생...
나는 이 글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걸까. 알지 못 하지만, 그래도 뭐라도 쓰고 있어서 다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