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잠이 필요하다."는 한마디에 친구는 퇴근하고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친구의 차를 타고 친구의 집으로 갔다. 도착했더니 방이 참 따뜻했다. 이불도 펴놓았다. 내가 추울까봐 보일러를 켜고 이불을 펴놓고 데리러 왔다고 한다. 그래서 고마운 마음으로 잠을 잤다. 그 친구는 남들보다 일찍 일을 시작해서, 지금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남들보다 일찍 일을 시작해서 남들보다 돈을 먼저 벌었다는 이유로, 그 친구가 사준 밥값만 모아도 차를 바꿀 돈이 되었을 것이다. 그 친구는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이유로 여자친구와 헤어졌고 그 외에 남은 삶이라곤 직장에 있으니, 삶의 대부분을 우정에 쏟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친구는 입버릇처럼 앞으로는 남들처럼 살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우연한 인연에서 시작한 관계가 아니라, 쟁취한 관계를 찾아나서겠다고 했다. 더 이상 그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아마 당시에도 진심은 아니었을 것이다. 우연히 만난 놈들이, 하는 일이라곤 한 집에 모여서 굴러다니는게 대부분인 놈들이, 그 굴러다니는 삶을 잃고 싶지 않다며 고향을 떠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친구는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한 것 같다. 강제가 아닌 선택인 것으로, 이별의 무게를 가벼이 하고 싶어서. 어제는 그 친구가 쉬는 날이었다. 쉬는 날이라고 우리가 특별히 하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잠만 자는걸 원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잠만 잤다.
그렇게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친구는 너무 늦었고, 밖은 너무 춥다고 했다. 그리고 집까지 태워주었다. 같은 도시에 살고 있다지만 결코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참 고마운 일이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니, 나를 사로 잡는 고민은 하나였다. 역시 집에서는 잠을 잘 수 없다는 것. 나에게 돈이 필요한 이유는 하나다. 세계평화, 지구정복을 이룰 정도로 큰 돈이 아닌 이상,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다른 사람의 공간이 아닌 내 공간에서도 잠을 잘 자는 것 뿐이다.
오늘만큼 내 부족한 문장력이 아쉬운 날은 없었다. "기분은 좋은데, 잠을 못 자겠다."를 표현하는게 어찌도 어려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