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지독한 계절이다. 알러지가 있는 사람에게는 괴로운 계절이며, 호흡기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도 치명적인 계절이다. 둘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다 해도 미세먼지가 용서치 않으며, 큰 일교차는 이 모두와 협업한다. 큰 일교차는 건강에만 해가 될 뿐 아니라, 하루에 더위와 추위를 동시에 경험하게 한다. 특히 나처럼 이른 새벽에 활동을 시작해서, 가장 추운 시간과 가장 더운 시간에 동시에 노출되는 사람에게는 더욱 불합리한 계절이다. 역시 육체에게는 정말 이토록 지독한 계절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주로 봄이 되면 크게 앓았다. 겨울 내내 감기 한번 없이 지나가고도 봄이 되면 꼭 크게 앓았다. 심한 감기몸살을 앓아 아무 것도 먹지 않고 하루에 16시간을 누워서 보내는 일이 흔했으며, 그러고도 몸이 피곤해서인지 입안에 염증이 생기는 일도 잦았다. 구토, 복통을 동반하는 감기몸살을 앓는 동안 나는 죽도 먹지 않는다. 죽을 싫어하고, 죽조차도 먹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불을 3겹씩 덮고 자다가 일어나서 물 마시고, 다시 자다가 일어나서 물 마시는 생활을 이틀쯤 하면 빠르게 회복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렇게 회복되고 나면 구내염이 나를 괴롭혔다.
그래서 올해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사실은, 아예 휴양지에서 봄을 보내는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획은 항상 계획에서 그치고, 결국 올해도 한반도에서 혹독한 봄을 보내게 되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기 때문일까? 감사하게도 올해는 앓는 일 없이 봄이 지나간다. 정말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괴로울 정도는 아니다. 심지어 올해는 항히스타민제 없이 봄을 버티고 있다.
봄은 육체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봄은 흔히 생명의 계절로 불리며,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기도 한다. 새해를 맞이하는건 겨울이지만 봄이 되어서야 비로소 한해가 시작되는 것으로 여겨지곤 하며, 그래서 새해의 계획이 시작되기도 한다. 시기적으로도 봄에는 새로운 일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분위기에 노출된다. 그 들뜬 분위기가, 차분함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영 달갑지 않다. 사람들이 들떠 있는게 달갑지 않은게 아니라 들뜬 분위기는 가라앉기 마련이며, 새로운 시작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좌절이기도 하기에 달갑지 않다.
이렇게 부정적인 내용을 늘어놓으면, 내 정신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몸이 너무 피로해서 정신이 피폐하다거나, 그냥 정신이 피폐한게 아니냐는 걱정이다. 나에게는 그저 사실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데 말이다. 나는 대체로 유쾌하다. 정말로 그렇다. 스팀과 스팀달러가 1000원으로 돌아가려던 위기에서 탈출했는데, 유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도 충분히 유쾌하지만 생활비가 바닥나기 전에 더 올라주길 바란다. 밥만 먹고 사는건 조금 지겨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