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냐는 질문에 나는 항상 고민한다. 자주 마시는 편이냐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하겠지만 많이 마시는 편이냐 묻는다면 나는 주말에 운동을 같이 하던 친구들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그 친구들은 운동을 마치면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는데, 나는 그렇게 많은 양의 물을 빠르게 받아넘기는 식도도 신기하고, 숨이 찬 상태에서 쉬지도 않고 물을 마실 수 있는 폐활량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물을 마시면 식도가 받아들이지 못한 물이 기도로 들어가고 결국 켁켁거리며 뱉어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 식도가 좁은 탓일까?
나는 물을 많이 마신다기보다는 자주, 조금씩 나누어 마시는데 스스로는 독특하게 마시는 편이라 생각한다. 우선 물을 볼이 살짝 부풀만큼 머금고, 절반 넘게는 바로 넘기고 남은 물을 입속에서 굴린다. 평범하게 입천장까지 메우던 물은 내가 혀를 세우며 바닥으로 쏟아지고, 그리고 혀로 바닥을 치며 다시 볼을 살짝 부풀리면 양볼에 물이 찬다. 그리고는 그 물을 몇번에 나누어 목으로 넘긴다. 집중할 때는 그 작업이 더욱 빈번해진다. 집중할 일 없이 멍하니 시간을 보낼 때는 물을 자주 마시지 않지만, 집중할 무언가가 있을 때는 컵이 내 손을 떠나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물병을 옆에 두고 끊임 없이 물을 따르고 마신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인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을 알아야 했다. 그래서 계산을 해보면 하루에 1.5L에서 5L까지 편차가 큰 편이다. 나는 1.5L가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알러지 때문에 과일을 잘 먹지 않는 나는 음식물을 통해 섭취하는 수분의 양이 적을 수 밖에 없고 당연히 그 부족한 수분섭취를 물로 보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을 하루에 1L도 마시지 않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건 그 사람들이 물을 적게 마시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내가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을 계산한 후에도 내가 절대적으로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인가에 대한 답은 찾지 못 했다. 다양한 매체에서 권고하는 물의 양도 매번 변한다. 성인 남성에게 3L 이상이 필요하다고도, 1L만 있어도 충분하다고도 하니 기준점을 잡기가 참 어렵다.
절대적으로는 여전히 답을 모르지만, 상대적으로는 물을 많이 마시는 입장에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의 단점을 이야기 해볼까 한다. 굳이 장점이 아니라 단점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내가 전문가가 아니고, 심지어 전문가들끼리도 의견이 제각각인만큼 내가 함부로 장점을 나열해도 그것이 틀린 정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점을 이야기 하자면 우선, 당연히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한시간에도 몇번씩 가게 되는건 아닌만큼 크게 거슬리지는 않고, 화장실로 걷다 보면 가만히 앉아 있을 때 도저히 실마리를 찾을 수 없던 고민에 대한 실마리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사람따라 스타일이 다르니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는게 집중에 방해가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단점을 이야기 하겠다고 했지만 마땅히 떠오르는게 이것 밖에 없다. 그래서 다음으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의 단점이 아니라 내 수분섭취 습관에 따른 부작용을 하나 이야기 하겠다. 물을 자주 홀짝이는 습관을 갖고 있다보니 칵테일 내지는 쓰지 않은 술을 마실 때 술을 빠르게 마시게 된다. 물을 곁에 두고 물도 마시지만, 술도 많이 마신다. 다행히 나는 술을 자주 마시지 않는다. 아! 그리고 숙취도 별로 없는데 물을 많이 마시면 원래 숙취가 덜하다고 한다.
내가 있는 카페에는 새벽에도 사람들이 꽤 있다. 이 카페는 자리에 따라 분위기가 다른데 취객들은 주로 자리가 안락하고 폐쇄적인 공간에 앉고, 나처럼 랩탑 혹은 책을 앞에 두고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일출이 잘 보이는 개방적인 자리에 앉는다. 화장실을 갈 때나 컵에 물을 받으러 갈 때그렇게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컵을 보면, 그들의 컵은 나와 다르게 큰 변화가 없다. 자리를 앉기 전에 주문한 커피를 5시간이 지나서도 다 마시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집중하면 마시는 것도 잊어버리는 모양이다. 아니면 커피를 단순히 카페에 앉아있기 위해 주문하는지도 모른다.
사실 이게 뭐가 중요할까. 물을 적게 마시면 어떻고, 많이 마시면 어떠랴. 건강에 치명적인 것만 아니면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문제일텐데도 물을 많이 마시냐는 질문에 항상 고민한다. 정답에 집착하는 성격 탓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 나도 가볍게 대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