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에 대한 생각

kmlee(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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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은 논리를 견고히 다지는 작업입니다. 서로가 동원할 수 있는 지식, 정보, 사고력을 모두 끌어모아 견고한 논리를 쌓아가며 개인의 힘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지평에 닿는 과정입니다. 현대사회에서 토론도 하나의 겨루기처럼 여겨지곤 하지만 토론의 본질은 역시 개인의 사고의 폭에는 한계가 있기에 다수의 힘을 빌어 무너지지 않는 논리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토론의 본질을 망각하고 토론을 겨루기처럼 여기는 참가자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아는 정보를 숨기고, 상대를 함정에 빠트립니다. 천천히 상대를 유도하여 발언을 끌어낸 후, 숨겨 놓은 정보를 제시하며 상대를 억누릅니다. 요즘은 오히려 이런 행태가 권장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공개토론에서 상대가 모르는 정보를 이용해 상대를 무너뜨리면 "팩트로 중무장"이라는 찬사를 받고 무너진 상대 토론자는 "팩트체크가 미흡"이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상대가 제시한 정보를 토대로 자신의 주장을 수정하고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가려는 토론자는 비굴하며 토론에서 패했다고 인식됩니다. 이것이 토론자들의 잘못인지, 관중들의 이처럼 무지한 태도로 토론을 지켜보기에 참가자들은 "패배자"라는 낙인이 두려워 이처럼 기만적인 토론자세를 지닐 수 밖에 없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토론에 앞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토론은 참가자 중 가장 정보를 많이 지닌 1명의 논리가 옳음을 증명하는 장이 아닙니다. 아무리 많은 정보와 높은 사고력을 갖춘 이라도 계속해서 남에게서 배울 수 있습니다. 개인의 사고의 폭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린 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지 않습니까?

이리 간단히 토론에는 승패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세상 일은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결과를 원합니다. 분명 완전히 모순되는 주장 2개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해도 양측 모두 충분한 근거와 논리를 지닌 주장이라면 "~처럼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라 주장하는 이도 있다."로 정리할 수 있음에도 답을 찾고 싶어합니다. 아니면 실제로 답이 필요한 순간도 있습니다. 가령 시행하거나, 시행하지 않는다에 관한 토론이라면 답이 필요합니다. 합의할 수 있기 전까지 시행하지 않는다고 하면 시행 하지 않는다는 측이 논의를 계속해서 질질 끌면 그만입니다.

이를 위해 존재하는게 다수결입니다. 대중들은 양측의 주장을 종합해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수결도 심각한 결함을 지닌 의사결정방법이죠. 역사적으로 인간의 인지를 뒤흔드는 위대한 주장은 소수에 속했습니다. 이들은 이러한 자신의 주장이 자신의 신변에 위협이 되는게 두려워 주장을 포기하거나, 가명을 빌리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민주사회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구성원이 모두 공정하고, 높은 사고수준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부족하면 휘둘리기 쉽습니다. 언론에 의해, 사회자에 의해, 특정 오피니언 리더의 판단에 의해, 개인은 스스로의 사고에 따라 결정하지 못 하고 이들에게 휩쓸립니다. 만약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두 높은 사고수준을 갖추었다면 각 주장에 대해 알기 위해 정리해 줄 누군가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입니다. 스스로의 판단으로 지지하는 측을 정할 수 있습니다. 공정한 사고능력을 지닌다면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있으며, 나아가 자신이 지지하는 측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대중들의 생각이라고 옳은게 아닙니다. 민주적 가치를 높히 세우기 위해서, 민중의 판단은 충분한 사고와 논리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 다수가 옳다면 소크라테스는 죽어 마땅한 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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