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할 때 꺼낼 수 있는게 아니라, 때때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능력은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 때때로 나타나는 기복이 심한 능력을 자신의 것이라 믿고 그 능력에 의존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초인적인 능력이 발휘되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을 괴로움 속에서 보내게 된다. 강박적으로 최적의 능력을 발휘했던 상황을 재현하려고 한다. 자신의 능력을 다루는게 아니라, 능력이 자신을 잡아먹게 된다.
기복이 없는 사람이고 싶었다. 환경과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래서 아무리 피곤해도 각성을 끌어내고 억지로 움직였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술을 마시고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했었는데 너무 취해서 모니터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태에서도 내 손은 현란하게 움직였다. 술자리를 함께한 사람은 PC방으로 가는 내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보았기에 그 손놀림을 보고 더욱 놀랐다.
그렇게 스스로 기복이 없는 사람이고 싶음에도, 요즘은 계속 컨디션 난조를 핑계로 미루게 된다. 준비하던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또 일기나 쓰고 자료조사나 잠깐 하다 말텐데, 나는 지금 휴식이 필요한 상태라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낸다. 문제는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휴식을 취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시간을 허비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잠에 들기 어렵다. 비교적 온전한 편일 때도 컨디션 난조를 핑계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졸리는데도 잠에 들지 못한 상태일 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또 무의미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한참을 깨어있다가도 깊게 못 자고 잠깐 자고 일어나면 같은 일상의 반복이다.
그 사이에 컨디션이 정말로 무너졌었다. 눈을 뜨고 있는게 힘들었고 그렇다고 잠을 자기도 힘들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억지로 밀어붙였다. 잠을 못 자서 미칠 것 같아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려고 했다. 그렇게 기운을 짜내서 움직인다고 푹 잘 수 있는건 아니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야 낫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움직이다. 내일도 움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