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력만 늘어놓아도, 내가 가진 체질만 늘어놓아도 이런 종합병원이 없습니다. 부계는 심장이 약하여 할머니,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모계에는 나에게 "희귀난치성질환자"라는 이름을 준 피가 흐릅니다. 하지만 묘하게도 평소에는 정말로 건강합니다. 가끔씩 내가 어떤 존재인지 잊은 것처럼 몸을 혹사하기도 합니다. 1년에 한번도 잘 가지 않는 병원, 그 병원에 가끔 갈 때마다 자각합니다. 대학병원에도 나를 어떻게 다루어야하는지 아는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내가 가진 병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어, 설명을 하고도 잘못된 처방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약이라고 다 잘 듣지도 않습니다.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진통소염제에 알러지가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보약과 다름 없다는 아침의 사과도 먹을 수 없습니다. 참외, 수박 같은 다른 흔한 과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조심만 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1년 내내 아무렇지 않게 지냅니다.
하지만 환절기가 오면 목은 칼칼하고 콧물이 끊이지 않습니다. 환절기는 피할 방법도, 조심할 방법도 없으니 재빨리 항히스타민제 한알을 먹습니다. 그럼 하루종일 문제가 없습니다. 대신 졸립니다.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이라고 합니다. 그 한알만 있으면 봄, 가을해서 두달간 조금 졸린 것 빼면 평화롭게 한해를 보낼 수 있습니다. 항히스타민제는 제품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아주 작습니다. 새끼 손톱보다 작은 알약 하나가 평정을 지켜줍니다.
카나리아가 한해를 나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