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도, 몰라서 하는거야."
어르신의 첫마디셨다. 아마 성질이 급한 사람이라면 이 대목에서 언짢아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흥미가 생겼다. 다음에 하실 말씀이 궁금했다. 내 글을 평소에 읽어주신 독자분들께서도 아마 내가 왜 흥미를 가졌는지 짐작하시리라. 하지만 어르신은 곧바로 부연설명을 하진 않으셨다. 어르신께서는 300억을 갖고도 행복하게 살지 못 한 사람처럼 부를 이루고도 허무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어나가셨다. 그리고는 자주 나가는 모임들이 모두 해산했다고 하셨다. 구성원이 이제 몇 남지 않아, 만나면 누가 죽은 이야기 밖에 안 하는데 무슨 흥이 나서 만나겠냐고.
말씀을 멈추시고는 주머니에서 돋보기 안경과 스마트폰을 꺼내셨다. 눈을 찡그리시며 화면을 끊임 없이 넘긴다. 살짝 엿보니 글들이 빼곡하다. 한참을 찾으시더니 글 하나를 꺼내셨다.
"내가 후회 없는 삶이란 글을 썼어."
흔한 제목의 글, 흔하면서도 내가 흥미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제목의 글. 어르신은 손을 뻗었다.
"내가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고..."
그 글을 읽으려던 찰나에, 뻗은 손을 거두셨다. 겸양의 표현이었을까, 아니면 어린 나는 흥미가 없을 것이라 여기셨을까. 그것도 아니면 내가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 있는게 연장자에 대한 최소한의 표현일 뿐이라 생각하셨을까. 그래서 갑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동시에 꼰대질을 하는건 아니냐는 생각을 하셨을까? 내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더라면 어르신께서 오늘 하루를 훨씬 기쁜 마음으로 보내시지 않았을까. 후회 없는 삶이란 어렵다. 어르신이 만약 오늘 돌아가신다면, 나는 어제의 대화를 후회할테니.
다음 주제는 스마트폰이었다. 주변 어르신들은 스마트폰을 자식에게 떠밀려 가지게 되었더라도, 적응하지 못 하고 금새 다시 쓰던 폴더폰을 쓰신단다. 하지만 당신께서는 오래토록 글을 써오셨기에 컴퓨터와 친숙하여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고. 스마트폰에 저장해둔 글만 600편이라 하셨다.
"갑질도 몰라서 한다는게 무슨 소리냐 하면..."
가족, 일상 등의 주제로 말씀을 하시다 갑자기 돌아오셨다.
"미움 받고 사는 일이 참 쉽지 않아. 갑질하는 사람들은 그걸 모르는거야. 그래서 갑질에 대한 글에 후회 없는 삶이란 제목을 붙였어."
나는 항상 무례한 사람은 이기적인게 아니라 무지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반가웠다. 하지만 그 반가움을 표시하진 못 했다. 그 사실을 후회하진 않는다. 하지만, 후회 없는 삶을 살기란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