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바쁜 날입니다. 만날 사람들이 좀 많아서 체력을 잘 보존해야합니다. 그런데 마침 컨디션도 별로 좋지 않습니다. 반나체로 자고 일어났더니 추위에 눈은 퉁퉁 부었고, 진작에 쉬어버린 목에서는 쇳소리가 납니다. 그리고 으슬으슬 떨립니다. 정말 깊게 푹 자고 일어났는데 이러면 배신감이 듭니다. 내 몸은 무슨 문제가 있길래, 이렇게 추위에 벌벌 떨면서도 잠에서 한번도 깨지 않았을까요. 혹시 추워서 신진대사가 더 느려져, 깨지 못 하고 계속 자버린걸까요?
신기하게도 정신과 육체는 항상 상태가 같지는 않습니다. 육체적 피로에 굴복하여 한번 깬 잠을 다시 이어서 자고 나면 몸은 말짱해져도 정신이 흐리곤 합니다. 새벽에 홀로 보내는 시간이 내 정신건강에 주는 영향은 생각보다 큰가봅니다. 그래서 오늘도 2시에 집에서 나섰습니다. 아침부터 일정이 가득한데, 벌써부터 눈이 가물가물하니 정말로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할 모양입니다. 오늘은 영화도 볼 예정인데, 마침 러닝타임이 2시간40분인 긴 영화라서 더욱 걱정이네요.
그리 집에서 나서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3시간을 보내고, 갑자기 듣고 싶은 노래가 들어서 들었습니다. 듣고나니 갑자기 노래가 부르고 싶어졌습니다. 참 묘한 충동입니다. 평소 집에서 더럽게 못 치는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곤 하지만, 이처럼 갑작스런 충동은 자주 없습니다. 기본적으로도 충동에 충실한 사람인데, 이처럼 이색적인 강렬한 충동을 배신하고 싶지 않아 쓰던 글을 다 지워버립니다.
충동에 충실하려면 바로 카페를 나서는게 정상이겠지만 나는 충동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나에게 충동에 충실한 태도란 충동이 생길 때 바로 충동 그대로를 행하는게 아닙니다. 충동에 충실하다는건 충동이 일어나는 내 마음을 깊이 관찰하는 것에 있습니다. 그리고 내 마음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손가락을 빌리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나도 잘 모르겠는 내 의식을 손가락이 포착하여 글로서 풀어냅니다.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게 아니라, 손가락이 써낸 글을 읽고 내 생각을 짐작합니다.
그래서 이리 풀어내고 있습니다. 역시 글이란, 생각을 풀어내는 행위란 내게 마약처럼 작용하는지 벌써부터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오늘 볼 영화, 오늘 만날 사람, 만나서 할 이야기를 생각하면 육체적 피로와 그로 인한 약간의 정신적 피로까지 싹 잊혀집니다. 오늘 지워버린 글은 언제 다시 만날 날이 오겠지요. 당장 이틀 전에 쓴 글, 인간복제시대에 앞선 생각도 3달을 수면 아래에서 묵묵히 다시 솟아날 기회를 노리던 글이니까요. 따로 저장을 해두면 참 편할텐데 이것도 참 묘한 고집입니다.
결과는 좋습니다. 쏟아내고나니 기분이 좋아서 오늘 하루를 열정적으로 즐길 에너지를 얻은 것 같고, 글도 한편 써낸 것이니까요. 눈도 번쩍 뜨입니다. 역시 육체와 정신은 서로 영향을 미치긴 하나봅니다. 정신이 맑아지니 몸도 가벼워졌네요. 이제 카페를 나설 시간입니다. 노래방을 다녀와야겠습니다. 충동에 충실한 사람에게, 24시간 영업하는 곳이 이리도 많은 한국은 참 살기 좋은 나라입니다.
여러분들도 열정적인 하루 보내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