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을 꿈꾸던 학생이었습니다. 고3, 4월이 되던 때 아이를 맡게 되었습니다. 학생의 첫 목표는 중앙대 연극영화과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성적도 많이 부족했고 의지도 많이 꺾여있었습니다. 학생의 목표는 어느새 지방국립대로 바뀌었습니다. "이런걸 공부하는게 내 꿈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하는건 아마 전세계의 학생들이 한번쯤 가지는 회의감입니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죠.
첫 수업은 전반적인 학업성취도를 잠시 확인하고 학생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 후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끝이났습니다. 학생이 좋아하는 영화. 내가 좋아하는 영화. 영화에서 어떤 장면이 좋았다. 왜 좋았다. 첫대면이지만 말 끝을 흐리지 않고 또박또박 잘 대답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의 어머니가 저를 부르셨습니다. 학생이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성적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고 그 흔한 "머리는 좋은데", "게임만 한다"도 없었습니다. 학원에도 보내지 않았던, 자신의 지도가 미흡했던 것인가 하는 자책만 하셨습니다.
사실 자기주관이 뚜렷한 사람이 현실과 더욱 적극적으로 타협합니다. 불확실한 주관이 있는 사람은 '현실적인'이라는 어휘가 자신의 주관을 해치는 것이 아닌가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자기주관이 확고한 사람은 그러한 타협이 자신의 확고한 주관을 해치지 않는다는걸 믿습니다.
그래서 학생이 해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학생은 점점 입시교육이 입시만을 위한 것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음을 이해했습니다. 입시도 결국 정복의 대상입니다. 무언가를 정복한다는 경험은 앞으로 살아가는데 중요한 경험입니다.
평균 3등급의 학생은 6월 모의평가, 9월 모의평가를 거쳐 결국 평균 1등급에 도달합니다. 나도 꺼내려던 말이었는데 학생이 먼저 하더군요.
"이제 2달동안은 혼자 준비해볼게요."
조급한 부모; 땅을 파는 아이는 너무 안타까운 이야기라 이번엔 즐거웠던 일도 나누고자 하는 마음에 또 하나의 추억을 꺼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