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랩탑을 열어보니 쓰다만 글이 화면에 떴다. "수단, 목적, 결과와 캐릭터 창작"이라는 글이었다. 글의 내용은 행위에서 인물을 배제하는 내용이었다. 행위에서 인물을 배제하고 행위만을 판단하는 방법에 대해 제시하고 창작물에서만 가능한 극단적이면서도 수용자에게서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행위자의 예시를 설명했다. 가령 냉전을 배경으로 한 창작물들에서는 폭력을 토대로 파멸을 막는 플롯이 흔하게 나타난다. 왓치맨의 오지맨디아스를 예시로 들었다. 오지맨디아스는 대량학살을 통해 서로에게 미사일을 조준하고 있는 세계에 공공의 적을 만들어 단결시켰다. 모두가 그릇된 수단으로 여기는 폭력, 그 폭력 중에서도 특히나 질이 나쁜 불특정 다수에 대한 대량학살임에도 작중에 오지맨디아스의 고뇌와 시대의 절박함을 표현했기에 "사상이 왜곡된 악역 A"가 아닌 특별한 캐릭터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몇가지 예시를 더 들었다. 수단과 목적이 모두 좋았지만 결과가 나쁜 경우, 수단이 틀린 이유가 왜곡되고 그른 수단이라서가 아닌 단순히 능력의 부족으로 목적에 부합하는 수단을 찾지 못 했던 경우 등을 예시로 들었다.
그렇게 예시를 들고 캐릭터 창작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이야기했다. 미세한 조절로 독자들의 행위에 대한 가치판단이 크게 바뀌기에 이를 섬세하게 조율할 방법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글을 이어가면 이어갈수록 인물을 배제하고 행위를 서술하는게 너무 어려워졌고 의미가 있는 일이지도 알 수 없었다. 극단적인 예시를 활용하면 활용할수록 내 사상이 글을 계속 써나가는걸 어렵게 만들었다. 인물의 살아온 세월을 고려하지 않고 의도를 서술하는 일이 가능한가? 토마스 웨인, 마사 웨인의 죽음 없이는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이 되지 않았다. 토마스 웨인이 갖고 있던 고담 시에 대한 사랑이 아니었다면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이 되지 않았았다. 웨인 엔터프라이즈의 재력이 아니었다면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이 될 수 없었다.
이렇듯 인물을 행위에서 분리시키고 행위만을 평가하는건 부족한 분류법이다. 부족하기만 할 뿐 아니라 가혹하기도 하다. 창작물의 캐릭터에 그치지 않고 현실의 인물에 향하면 가혹하기 이전에 시대착오적이고 야만적이다. 피니어스 게이지를 무작정 게으르고 폭력적인 사람으로 분류하는 것은 거칠다는 표현으로 부족할 정도로 야만적이다.
그래도 주제 자체는 즐거웠다. 분명히 창작물의 많은 캐릭터들을 분류하기에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고. 목적이 선하다 하여 선한 인물로 보기에는 애매한 경우, 수단이 그르다 하여 악인으로 분류하기에는 애매한 경우 등에 특히 효과적이다. 가령 폭력을 수단으로 삼는 배트맨이 여지 없이 악인인건 아닌 것처럼.
오늘도 뻘글로 인사드립니다. 쉬다와도 달라진게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