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지독한 자기기만이 있다. 내 글을 읽어주기를 원하면서 말로는 "읽는 사람이 없어도 좋다. 쓰는 사람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조금 더 풀어내면 읽는 사람을 하나도 배려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읽히길 원한다는 소리다. 특출난 재능이 있어 그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을 명문을 늘어놓을 재주는 없으니 불친절함으로 나만의 독자적인 글을 남기겠다는 것이다. 억지로 튀려고 노력하는 아이를 보셨을 것이다. 아이에게 눈부신 재능이 있었다면 글, 춤, 노래, 그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족적을 남길 수 있겠지만 눈부신 재능이 없으니 튀기 위해서는 기행을 해야한다. 그런 아이와 같은게 내 글이다. 그리고 족적을 남긴다는건 독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아무리 대단한 기행이라도 증거가 없다면 족적이라 할 수 없다. 그래서 읽는 사람이 없어도 좋다면서도 읽히길 원하는 것이다.
읽히길 원하는 나는 여러분들이 내 글을 잘 따라오실 수 있도록 이정표를 많이 남긴다. 키워드를 일부로 드러내어 추가적인 이해를 원하는 분들은 검색을 통해 이해하실 수 있도록 돕기도 하고 내가 예전에 해당 주제에 대해 썼던 글을 링크하여 글의 기반이 되는 생각을 이해하시길 바라기도 한다. 동시에 자기애에 미쳐버린 나는 너무 몰두하여 부족한 설명을 남기고 결론에 도달하곤 한다. 요즘은 그래도 글의 호흡이 좋아지고 있다. 예전 글들을 보면 숨이 막힐 때가 있다. 답답해서 숨이 막히는게 아니라 호흡이 너무 급해서 숨을 쉬어갈 수가 없다. 문장들의 기반에 깔린 사유를 모조리 알고 있는 나 자신도 읽기가 어려운데 독자들에게는 어땠을까? 평생에 걸쳐 글을 써오기는 했지만 독자를 배려한 적은 별로 없다. 내 글들이 여태 받은 평가들이 이제는 이해가 된다. 그래서 꾸준히 독자 분들이 늘어나는게 즐겁다. 읽는 사람이 없어도 좋다는건 심각한 자기기만이다. 모든 작가는 읽히길 원한다. 일기조차도 속으로는 누군가 몰래 훔쳐볼 것을 기대하지 않는가.
글 뿐 아니라 말도 비슷하다. 겉치레를 정말 싫어한다. 말 한마디로 쉽게 넘어갈 일도 뒤틀린 자기애가 어렵게 한 적이 많다. "죄송합니다." 한마디면 쉽게 끝날 일을 별로 죄송하지 않은 일이라면 도저히 그럴 수 없다. 그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거짓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이가 들며 조금 더 지혜가 생겼다. 내 행동에 대해 사과하는게 아니라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에 대해서 사과한다. 내 뒤틀린 자기애를 거스르지 않고도 어색한 상황을 벗어난다. 이것도 일종의 자기기만일까?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 있다. 인간은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 하는 인사와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하는 인사를 평등하게 대할 수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완전히 평등하게 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매력적인 사람이 하는 평범한 인사에도 우리는 의미를 부여한다. 같은 겉치레로 한 인사일지라도 그 때부터 그 사람의 "안녕하세요."는 화자가 뚜렷한 인사가 된다. 겉치레를 싫어한다고 했지만 예절이란 이름으로 습관적으로 하는 인사가 많다. 가령 횡단보도를 건널 때 보행자를 양보하는 운전자에게 하는 가벼운 목례, 물건을 살 때 점원에게 "감사합니다."는 오랜 습관이다. 너무 오랜 습관이라서 거스르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한번 의식을 꽉 붙잡고 절대로 인사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돈을 내고 잔돈을 지갑에 넣으며 잠깐 정신이 흐트러진 사이에 인사를 드리고 말았다. 이는 겉치레일까, 진심일까? 잘 모르겠으나 내가 매력적인 사람이 된다면 내 "감사합니다."는 조금 특별한 인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자주 가는 가게에서 일하시는 점원 분들은 나를 보면 방긋 미소를 지으신다. 다른 손님에게 모두 그런건 아닌걸로 봐서 내 겉치레인지 진심인지 모를 인사가 그래도 잠시나마 기분을 좋게 할 수 있나 싶어 나도 기분이 좋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잠깐의 미소로도 이렇게 남을 기쁘게 만들 수 있다. 이전에 이야기한 적 있었지만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이 이기적인 행동이라면 불친절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친절이 이기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묘한 역설이다. 선순환이란 꼭 동화 속 이야기는 아니다. 잠깐 물을 마시러 다녀오며 보았더니 오늘도 카페에 빈잔과 트레이가 어지러이 늘어져있다. 술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치웠다. 처음에 몇번은 내가 치우고 있으면 점원께서 만류하시며 뛰어오시곤 했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하시는지 그냥 슬쩍 보시고 만다. 그래도 짐을 챙기고 일어서면 밝게 인사를 해주신다. 아주 잠깐의 시간만으로 서로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이 글에는 어떤 결론도 없다. 예전에 뚜렷한 결론을 짓는 글에 "이건 이게 답이니 이런줄 알아라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톤이 강한" 글이라는 댓글을 받은 적이 있다. 칭찬으로 하신 말씀이고 나도 칭찬으로 받아들였지만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조적인 웃음이 나왔다. 반면에 내가 아무런 결론도 없는 글을 쓰면 읽기 편했다며 칭찬을 해주신다. 강요하지 않아서 편하게 읽으실 수 있는 모양이다. 이번 글도 편한 마음으로 읽으시길 바란다.
Life is Strange - Before the Storm 감상문에서 감상문을 써주시면 2SBD를 드리겠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후에 생각해보니 조금 적은 것 같아 보상을 5SBD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많이 참여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기한은 없으니 여유롭게 즐기고 쓰셔도 상관 없으나 할인이 끝나기 전에 구매하시는걸 권장합니다. 혹시라도 제가 글을 놓친 것 같다면 돈 내놓으라고 적극적으로 어필해주세요.
브리님께서 소원을 말해봐 이벤트에 초대해주셨습니다. 예의는 아니지만 정말 약한 분야라서 딱히 쓸 내용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굳이 쓰자면 스팀 만원 가즈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