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현금을 철저히 계산했지만, 조금은 불안함이 있었는지 공항으로 가는 택시에서 현금이 모자라 택시기사에게 만원 지폐를 내미는 꿈을 꾸었다. 당연히, 혹은 당연하지 않게 택시기사는 원화를 거부했다. 그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서 10만동 한장을 따로 빼두었다. 이제 정말로 다낭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낼 순간이 다가온다. 수염이 매력적인 리셉션 직원의 미소도 이번이 마지막이다.
일단 길을 나섰지만 마땅히 할 일은 없었다. 마사지를 한번 받아보기로 했다. 동남아에 와서는 하루에 두번씩 마사지를 받기도 한다는데 나는 한번도 받지 않았었다. 마사지를 받기 위해 눈에 보이는 아무 가게에나 들어갔다. 점원은 영어를 못해서 관자놀이를 강하게 누르며 내 욕구를 표현했다. 나는 다른 부위에는 관심 없었다. 내 두개골을 으깨어 주길 원했다. 하지만 내가 받는 서비스는 지압이 아니라 안정에 초점이 맞춰진 모양이었다. 달궈진 돌로 계속해서 내 몸을 뜨겁게 만들 뿐이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목줄기를 훑어서 손이 올라오더니 관자놀이를 강하게 눌러주기에, 드디어 시작되는 것인가 하며 기대하고 있었더니 시작이 아니라 끝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다시 길로 나섰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낼 생각으로 걸어가는 길에 콩카페를 보았다. 내가 머문 호텔에서 강가로 가기 위해서는 항상 콩카페를 지나쳐야 했는데, 그 카페의 현관 밖에는 항상 한국인이 가득 줄을 서있었다. 나는 뜨거운 볕을 맞으며 줄을 설 가치는 없다고 생각해서 그 카페는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 워낙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여서 그럴까, 한국에서 돌아와서 콩카페가 한국에도 오픈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에서도 뜨거운 볕을 맞으며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는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카페에서 시간을 조금 보내고는 마지막으로 미꽝을 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항상 가던 식당에 갔더니 미꽝 재료가 떨어졌다고 한다. 아쉽지만 할 수 없었다. 이제와서 다른 식당을 찾고 싶진 않았다. 콩카페도 한국에 상륙하는데, 미꽝은 왜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을까?
공항에는 3시간을 이르게 갔다. 특별히 할 일도 없었으니, 어디서 시간을 보내나 비슷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두시간을 기다리고, 이제 한시간 남았다고 생각했더니 비행시간이 늦춰졌다고 한다. 한시간이 미뤄지고, 그러고도 더 미뤄져서 공항에서만 5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래도 기차역은 더웠지만, 공항은 시원했으니 시간을 보내기가 훨씬 수월했다. 물론 5시간은 시원하니 다행이라고 안도하고 보내기엔 너무나도 긴 시간이었다.
그리고 한국에 도착했다. 달궈진 아스팔트가 나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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