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인간을 특별한 존재로 여겼습니다. 인간에겐 다른 존재와 구분되는 본질이 존재하고, 그러한 본질 없이는 인간으로 남을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인간의 본질에는 다양한 후보들이 있었지만, 가장 오래된 것은 '영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혼이라는 개념은 내세와 환생과 같은 종교적 믿음에서 탄생했습니다. 인간의 육체가 사후에 부패하고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었으니 내세나 환생은 육체의 작용이 아니라 육체가 아닌 무언가가 존재하여야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영혼이 힘을 얻었습니다.
영혼이 인간의 본질로서 오래토록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종교의 힘이 강해서만은 아닙니다. 물리적 육체와 이러한 육체에 명령을 내리는 자신의 의식은 별개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특히 유인원들이 얼마나 인간과 유사하게 감정을 갖는지에 대해서 그 사람들은 알지 못 했기에 더욱 인간만의 고결한 본질 중 하나로 인지한 것이지요.
육체를 초월한 영혼이 존재하며, 그러한 영혼이 육체와 분리된 우리의 의식이라는 가정 하에 일어날 일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848년, 미국의 피니어스 게이지는 사고로 쇠파이프에 이마를 관통당했습니다. 다행히도 생명에 지장은 없었고 회복되어 직장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전의 그와 달랐습니다. 온화했던 게이지는 다혈질이 되었고 직장에는 늦으며 물건을 훔치고 가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성격파탄자가 되었습니다. 결국 그는 직장에서 해고되고 부인과는 이혼한 후 쓸쓸하게 죽어갔습니다. 이는 도덕성과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이 파이프에 파괴되어서 일어난 일입니다.
만약 피니어스 게이지의 영혼이 실존하며 사후에 그러한 영혼의 형태가 되었다면 피니어스 게이지가 온화하던, 전두엽이 손상되기 이전의 의식이 영혼이 되어야합니다. 영혼과 육체는 별개이며 육체의 손상이 영혼의 손상으로 이어져서는 안되니까요. 그렇다면 생후 3개월에 전두엽을 다친 아이는 어떨까요? 아이는 유치원에 다닐때부터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력적이고 부도덕한 일들을 저지르며 비행청소년으로 살다 청소년 교도소에서 자살로써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 경우 아이의 영혼은 3개월 이전의 의식입니까?
이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영혼이 의식과는 다른 존재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영혼은 육체보다 고차원적인 존재이므로 우리 상상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르면 뇌의 손상으로 변화하는 개인의 사고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고차원적인 영혼이 존재할 수는 있습니다. 계속해서 후퇴한 영혼은 실존한다 하여도 우리의 삶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개인의 삶은 무가치하며 사후를 위해 삶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에 동의할 수 없네요.
다음 시간엔 개인의 본질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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