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1.

kjh86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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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내 의식 어딘가에 떠오른 장면들을 보며 글을 쓰고 있다. 그러므로 이 글은 과거 언젠가의 이야기가 아니고, 현재 그려지고 있는 그림이다.

처음으로 보이는 장면은 구름이다. 회색빛 구름들이 하늘을 육중하게 메우고 있다. 바람은 서늘하다. 반팔 티셔츠로는 춥다. 나는 바지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넣었다. 그리고는 골목으로 걸어 들어간다. 오른쪽으로 빌라 두 채가 보인다. 가스관에 녹이 잔뜩 슬었다. 건물 외벽의 갈라짐이 위태롭다. 창문 너머로 티비속 드라마의 앙칼진 대사들이 들려온다. 나는 그 앙칼진 골목길을 빠져나온다. 골목을 나와서 왼쪽으로 굽은 길을 걷다보니, 정면으로 탁트인 공간이 보인다. 넓은 바람이 내 코끝까지 닿는다. 나는 그 바람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돌아서서 걷기 시작한다. 그 길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뻗어나갔다. 양 옆으로는 큰 나무들이 규칙적이었다. 회색하늘 아래 양옆의 수 많은 나무들이 흔들거린다. 나는 그 길을 무턱대고 걷는다. 터벅터벅. 터벅터벅. 터벅터벅. 터벅터벅. 터벅터벅. 터벅터벅. 터벅터벅. 터벅터벅. 터벅터벅. 터벅터벅. 터벅터벅. 터.. 나는 잠깐 멈춰섰다. 그 길 한가운데에 빨간색 서류가방이 가만히 놓여있었다.

나는 방금전까지 이 가방을 보지 못했다. 어쨌든 나는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가방에는 5만원짜리 지폐더미가 가득차 있었다. 그리고 어떤 종이조각이 보였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총 금액 12억 5천만원'
이 빨간색가방에는 12억 5천 만원이 들어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으므로 가방을 뒤로한채 다시 걷기 시작했다.

<계속>

공간 1.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