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gazua] 니가 집에 오지 않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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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니가 집에 오지 않는 날이라 아침부터 기분이 안 좋았어. 10시간이 지나도 니가 집에 돌아오지 않을 걸 아니까 기운이 빠져. 니가 돌아온다는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은데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손에 힘이 안 들어가.
니가 집에 오지 않는 날이라서 그런지 좋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없어. 다 이상해.
애들은 왜 본인 앞에 놓인 밥을 퍼먹지 않는 건지, 왜 밥을 젓고 있다가 퍼들고 온 천지에 흘려버리는 건지, 둘이 마주 보면서 왜 얼굴을 치는 건지, 왜 자꾸 숟가락이랑 포크를 떨어트리는 건지... 나는 왜 주워주기가 싫은 걸까. 애들이 식탁이며 바닥에 흘린 밥알들을 닦아내면서 애들이 남긴 밥은 안 먹어야지 하고 다짐했어.
니가 집에 오지 않는 날이라서 점심시간이 돼도 힘이 안 나. 7시간 뒤에 니가 집에 돌아오지 않을 걸 아니까 재밌는 게 없어. 거실에 있는 책장을 내가 왜 저렇게 놓자고 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한쪽으로 밀어버릴 걸 왜 중간에 저렇게 놔뒀을까. 애들은 왜 책장에 있는 책을 모조리 빼서 상 위에다가 쌓아두는 걸까. 내가 하지 말라고 했는데...왜 하나씩 갔다가 올리는 걸까. 애들을 보고 있어도 웃어지지가 않아.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아.
낮잠이나 좀 자줬으면 좋겠는데... 날은 왜 이렇게 습하고 창문을 열어두면 바람도 안 들어오고 땀만 나는건지... 안 되겠다 싶어서 에어컨을 틀었어. 방에 선풍기도 틀고 안 잔다는 애들을 눕혀서 재웠어. 뭐 좀 먹어야지 싶어서 커피에 쿠키를 먹었어.
니가 집에 오지 않는 날이라 너한테 문자가 와도 즐겁지 않아. 보고 싶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어. 언제 오냐는 말밖에 하고 싶은 말이 없어.
니가 집에 오지 않는 날에는 차라리 일찍 잠을 자면 내일 일찍 오니까 너를 일찍 볼 수 있을 텐데 니가 집에 오지 않는 날에는 잠이 안 와. 애들 낮잠을 안 재우고 초저녁에 재워버리고 나도 같이 잘 걸 그랬나. 너랑 같이 자면 내가 침대에 대자로 뻗고 자서 좁다고 했는데 나는 옆이 허전해서 잠이 안 와. 키보드 누르는 소리에 애들이 뒤척인다.

연중행사처럼 꼭 몇 번씩 있는 일인데 나는 늘 널 따라가겠다 아니면 안 가면 안 되냐고 칭얼거리지. 그럼 너는 내가 회사 때려쳤으면 좋겠냐고, 뭐 먹고 살거냐고 말하지. 나는 너한테 그렇게 말한 적도 있다. 너 가는데 내가 얼씨구나 잘 가라 니가 가서 신나고 즐겁다 해줬으면 좋겠냐고. 차라리 이렇게 징징대면서 가지 마라고 붙잡는 게 더 좋은 거 아니냐고. 내가 회사 때려치라고 얘기하는 거냐고.
근데 너도 놔두고 가는 마음이 오죽하겠어. 가서 맘 편하게 쉬다 오는 것도 아닌데... 나는 늘 니가 어디 놀러 가는 마냥 가지 마라고 떼를 쓴다.

나 오늘 하루 동안 얼마나 애들한테 나쁜 엄마였니.....

내일 아침에는 니가 10시간 뒤에는 오니까 기분이 좋겠지. 애들이 그릇을 던져도 왜 그릇을 던졌는지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거야. 점심시간이 되면 니가 7시간 뒤에는 집으로 돌아올 테니까 힘이 솟아나겠지. 널 기다리면서 설렐 거야. 니가 오면 웃음이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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