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들과 함께 합니다, 하고 처음에 글을 올렸었는데, 리플 300원도 물린 게 될 줄 몰랐네요. 6월 말, 7월 11일 전에 코인 많이 하시던 분들 중 안물리신 분 거의 없을 듯합니다. 힘냅시다 ㅜ,.ㅜ...
처음 이 소설 연재한 것이 18일이 지났네요. 되게 오래된 것 같은데, 제 성격이 급해서 오래 되었다고 느꼈나 봅니다. 후후. 마지막 부분을 사실 열흘 전 쯤 써뒀었는데, 종이에 타자기로 쳐놓고 여행을 다녀왔더니, 그 종이가 사라졌습니다. 어디갔는지 모르지만,. 뭐 어쩌겠나요. 힘내서 다시 썼습니다.
어쨋든 소설을 마무리 합니다. 재밌자고 썼는데, 쓰는 제가 재밌었지 소설 자체가 타인에게 어떤 재미를 주는 지 사실 잘 모르고 썼습니다. 마무리라서 그래도 좀 길고요, 평소에는 1200에서 1300단어 분량이라면, 이번은 2385단어 입니다.
A4용지 다섯장 반쯤 나오네요. 그럼 한 200자 원고지 50매 정도..
저 스스로 마무리 짓겠다고 생각하고 그냥 쓴 이야기라서,. 앞 선 글들에 재미 없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글에도 보팅해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 죄송스러워서, 앞으로는 더 재밌는 포스팅 해야겠다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새벽에 혼자 쓰고 바로 올리는 초고다 보니 되게 이야기가 급할 수 있습니다. 제 습관을 만드는 일이라 생각하고, 마무리에 의미를 두고 올립니다. 혹시나 읽어주시는 분들에게는 빚진 마음을 가지겠습니다. 다음 번 부터는 이미 써두어서 다듬은 것들을 올리려고요 헛헛..;
5 부, 마지막.
한 번 내려 앉아 안정적으로 횡보를 보인 시장은 슬금슬금 올라갈 기미를 보였다. 대식도 나도, 아마 그형도, 모두 전의를 가다듬으며 오름세가 확실한 코인 정보를 뒤졌다. 녀석에게 소개받은 연주라는 아가씨와도 연락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 새로 나오는 코인들이 가파르게 거래량을 키워가면서 무언가 일이 터질 것만 같았다. 시장 총액이 조금씩 살아나는 것 같았다. 이때가 대식이 녀석과 가장 연락이 많이 되던 때였다. 이 모든 희망적인 전조가 악몽으로 바뀌는 데에는 딱 반나절이 걸렸다.
네 시 반쯤이었나, 무심코 본 스마트폰에 코인 알람 서너개가 겹쳐서 떠 있었다. 알람은 30분 전에 울려 있었다. 나는 화면이 꺼져 있을 땐 진동이 울리지 않도록 해 두었었다. 거래가격에서 아래로 10퍼센트, 위로 10퍼센트 이상 올랐을 때 울리도록 설정해둔 애플리케이션이었다. 21000에 산 STRAT가 17500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다른 코인 서너개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10퍼센트를 훌쩍 넘어 하락하고 있었다. 재민씨, 차 한잔 할래요? 평소에는 따로 날 부르지 않던 선임이 그때 날 불렀다. 나는 거절하지 못하고 그를 따라 나갔다. 그와 담배를 한대씩 나눠 피며 커피를 마시는 동안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가 사소한 이야기를 던지고 내가 겨우겨우 웃으며 대답을 이었다. 굳은 얼굴로 웃는 게 힘이 들었다. 재민씨 더위 많이 타는가봐요? 선임이 말했다. 네? 이마에 땀이 엄청 나네.
나는 들어오는 길에 화장실로 들어가 거래창을 확인했다. 모든 코인이 너무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일일이 확인할 틈이 없다고 여겼다. 지갑에 들어가 총 자산을 확인한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조금 더 떨어지면 자산의 20퍼센트가 녹아내릴 판이었다.
당장 뺄 수는 없었다. 퇴근 하고 대식에게 바로 연락했다. 녀석은 내 판단에 동의했다. 지금 빼면 진짜 돌이킬 수 없는 거야. 기다려보자. 뚜렷한 악재도 없었잖아 아직? 우리는 각자 떨어진 코인에 대한 소식을 확인해주며 서로를 달랬다.
다음날 아침은 더 참담했다. 눈을 뜨고 휴대폰으로 차트를 확인하는데, 잠이 덜 깨어서 아직 악몽 속에 있는 것 아닌가 뺨을 꼬집어 보았다. 어제 급락한 코인장이 한번 더 급락한 상태였다. 차트상 60일 지지선이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27퍼센트 손해를 보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빼고 싶어도 뺄 수가 없었다. 한 번이라도 찾아올 반등을 기대하고 버티는 수밖에. 녀석과 그 뒤로 한 번 더 연락을 했다. 녀석도 이제는 자신이 없는 듯했다. 한번 떨어진 코인은 바닥을 더듬으며 꾸준히 떨어졌다. 그주 주말이 되었을 때 내 손해는 40퍼센트를 넘기고 있었다. 비트코인이 100만원 이상 떨어지고 있었다. 그형은 어떡하고 있대? 너무 답답한 내가 녀석에게 물었다. 모르겠어. 현금화 했다가 떨어지면 사서 코인 불리고 그러는 것 같던데... .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코인을 불리겠다고 현금을 넣을 사람이 어딨는가. 나는 대식에게 이런 말을 하진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동안 코인 거래현황을 보면 안 될 것 같았다.
나는 일단 대식과 통화를 줄였다. 보통같으면 내가 먼저 전화를 걸었는데, 이제 대식이 전화가 와도 잘 받지 않았다. 녀석이 카톡으로 여러 소식을 알려 주었다. 악재가 몇 개 있었다. 비트코인의 하드포크 소식 같은 것들.. 나는 대충 읽고, 어쩔 수 없지 뭐, 하고 건성건성 대답했다. 녀석은 상세하게 분위기를 자꾸만 말했다. 듣다못한 내가, ㅋㅋㅋ 됐어. 처음부터 투기였는데 뭘, 하고 보냈다. 녀석도 그때부터 차츰 연락이 뜸했다.
나는 주말에 연주를 몇 번 만났다. 첫느낌은 좋았는데 그 뒤로는 그저 그랬다. 대식의 소개라서 만나는 느낌이 강했고, 설레는 것보다는 차라리 어서 편해지고 싶었다. 조급하게 수익을 내고 치우고 싶은 마음과 비슷했다. 하락장이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그 영향 때문에 느낌이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하며 만났다. 요즘 대식오빠랑 연락해요? 전 통 연락이 안돼요. 회사가 바쁜건가. 장이 안 좋아서 어떡해. 나는 연주가 대식의 이야기를 하면 다른 이야깃거리를 던졌다. 나도 대식과 연락을 안한지가 몇 주 지나고 있었다.
나같은 놈이, 아무것도 모르고 불만 보고 달려든 놈이 돈을 버는 게 더 이상했다. 대식을 탓할 일도 아니었고, 대식을 끌어들인 그 형이란 놈을 탓할 일도 아니었다. 장마가 끝나고 찜통더위가 찾아왔다. 주말 폭염을 핑계로 내가 약속을 한 번 취소한 뒤로 연주와도 연락을 줄였다. 코인에 신경을 강박적으로 끊고 살았다. 애초에 발을 들인 것이 잘못이었던 것 같았다. 나는 근무하는 동사무소와 자주가는 카페, 서점, 주말에 조카를 데리고 가는 영화관을 빼고는 아무 외출을 만들지 않았다.
주말에는 유원지 카페에 앉아 휴대폰 게임을 했다. 그러다가 바깥을 보면, 시원한 옷차림으로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보였다. 속이 타들어갔다. 모두들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느껴졌다. 코인 시장 폭락...? 세상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왜 나만 묶인 듯 이렇게. 나는 괜한 욕심 때문에 불행해지고 있었다.
***
대식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온 것은 초복 전날이었다. 본격적으로 햇빛이 땅과 건물들을 달궜고, 그 열이 식을 새벽이 되어서야 잠깐 시원하다가, 다시 오전부터 폭력적으로 내리쬐는 태양열에 숨쉬기가 힘들만큼 대기가 타들어갔다. 주말아침이었다. 주말 근무를 나가던 나는 집으로 서둘러 차를 돌렸다. 옷장에서 검은 정장을 찾아 냈다. 두꺼운 소재의 겨울용 정장이었다. 그것을 들고 나서야 나는 무릎을 꿇었다. 마지막으로 본 대식의 얼굴이 떠올랐다. 전봇대에, 먹었던 스시와 술안주 모두를 토한 뒤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던 대식. 이상하리 만치 낯설었던 그 흔들리던 눈빛. 이제 쉬고 싶다고, 참 외롭다고 했을 때 내가 알아들었어야 했는데. 내가 계속 연락만 유지했더라도 녀석이 자살을 선택했을까.
나는 옷장 안으로 머리를 처박고 오열했다. 내가 도착했을 때 빈소에는 조문객이 없었다. 상조회사의 코디네이터로 보이는 중년 여자가 조리사 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상복을 든 남자가 빈소 안으로 바쁜 걸음으로 들어갔다. 몇 분 지나 대식의 부모님과 친누나가, 울음을 멈추지 못한 채 받은 상복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대식의 어머니는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자마자 다가와서 나를 끓어안고 등을 쳤다.
뒤에서 대식의 친누나가 울고 있었다. 죄송해요 어머니. 정말로. 제가 다 알았어야 하는데. 나는 흐느끼며 말했다.
"그러니까 뭐했어 도대체. 왜 대식이 그런 줄 몰랐어. 너 대식이 친구잖아. 응? 니가 대식이 잘 알아줬어야지."
"아니다. 무슨 소리냐. 아니야. 혼자 힘들어서 눈치보느라 말 못한거지."
대식의 누나가 말했다.
대식의 어머니는 울면서 물었다. 눈치를 봐? 왜 눈치를 줘 그러니까. 회사 이새끼들 오기만 해봐라. 내가 다 알아내서 죽여버릴 테니까.
영정사진은 대식의 입사지원서에 붙었던 사진 같았다. 사진 속 녀석은 이마를 드러낸 머리를 하고, 또렷한 눈으로 자신있게 웃고 있었다. 나는 일배째에 바닥에 손을 붙이며 울음이 터졌다. 눈물에 흐려진 시야 속에서도 녀석의 얼굴이 선명히 떠올랐다. 같이 게임을 하고, 같이 집으로 돌아가던 대식의 어릴적 모습이.
대식의 가족들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대식은 금요일 주말을 맞아 무진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평소처럼 잠깐 쉬러 온 줄 알았는데, 새벽에 잠깐 거실로 나온 대식의 어머니가 식탁에 놓인 유서를 발견했다고 한다. 방문에는, '열지말고 바로 경찰에 신고하세요.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휘갈겨 쓴 종이가 붙어있었다고 한다.
재민아. 뭐 아는 거 있으면 말 좀 해줘. 대식이가 왜 그랬을까. 도대체 왜. 대식의 누나가 말했다. 우리는 같이 밥을 먹다가 울었다. 하지만 울면서도 그게 무엇 때문인지 어렴풋이 감이 왔다. 정확한 액수는 알 수 없어도, 대식이 여러 형태로 현금 대출을 받은 것은 알고 있었다. 상승장 때에 받아서 코인에 넣고, 월급으로 갚으면 된다고, 지금 코인을 빼서 갚으면 그게 더 손해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 아직 그런 사정까지 가족들이 알 순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건 내가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대식은 아버지가 없었다. 나는 대식 어머니의 부탁으로, 팔뚝에 노란 띠를 두르고 장례식 잡일을 맡아 처리했다. 조의금 봉투를 받고 명단을 만들고, 일찍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에게 안내를 했다.
낮부터 마을주민들이 몰려왔다. 시골 토박이들인만큼 어느내 집안일에는 다들 따라왔다. 나의 부모님도 들렀다. 주말이라서 더 많은 것 같았다. 고향에 남아있던 고등학교 동기들이 사이사이 찾아왔다. 나는 모르는 대식의 대학 동기들도 여럿이서 조의를 하고 대식이 녀석 부모님과 인사한 뒤 사라졌다.
늦은 오후에는 녀석의 회사에서 꽃이 한 줄 길게 배달 되었고,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서는 회사 사람들이 무리지어 들어왔다. 대식의 어머니는 지쳐서 잠들어 있었다. 나는 남아있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저녁배를 채우고 맥주를 마신 상태였다. 점점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대식의 집안 사람들이 자리 절반을 차지하고 자리를 뜨지 않았다. 시간이 밤 열한시를 넘기고 있었다. 나는 바깥으로 나와 복도 휴게실에 앉았다.
삼십분 쯤 졸았을까. 한두 테이블 건너에 대식의 회사 사람들로 보이는 젊은 남자 서너명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도 대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번뜩 생각이 들었다. '그 형'. 대식이 입사한 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그 형이란 새끼. 여자, 도박, 사업, 투자에 이어서, 투기에 가까운 코인투자까지 알려준 그새끼가 지금 장례식장에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선택은 대식의 몫이었지만, 그래도 그 형이라는 놈은 인간적인 죄책감을 느낄까? 나는 속에서 분노가 일었다. 투자를 권유 해놓고, 잘 되면 자기 덕, 못 되면 나몰라라 하는 인간미 없는 역겨운 놈들이 코인판에 너무 많았다. 나는 그새끼 얼굴이라도 한 번 봐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창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푸르스름하게 썬팅된 창문으로 회사 동료들이 비춰보였다. 나는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었다. 의외로 회사 이야기는 별로 없고 야구 이야기가 오갔다. 대식이 녀석이 속해있던 사내 야구동아리 사람들인 듯했다. 사이사이 대식의 이야기도 있었고. 그러다가, 누군가 한 명이, 너 요즘 주식은 어떻게...? 라는 말을 했고, 그때부터 돈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주식 이야기를 하는 도중 두어사람이 더 와서 의자를 끌고왔다. 벌었다는 이야기를 여러사람이 하고 있었다. 정권이 바뀐뒤로 주식은 오랫동안 상승세였으니까, 이걸로 누가 그형인지 판가름 할 수가 없었다. 그러고 다른 이야기로 주제가 넘어갔다. 그러다가 코인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주식 이야기 때와 마찬가지였다. 한사람만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직접 가서 그게 누군지 물어볼 수도 없었다. 회사원들 다들 하는 거, 그걸 그냥 대식이 한 거구나..
주제는 아예 다른 문제들로 넘어갔다. 결혼생활, 회사 업무, 회식 이야기 같은 것들. 더 이상 들을 것이 없었다. 나는 어깨와 목을 주무르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피곤함이 몰려왔다. 대식의 가족들에게 이야기하고, 집에 들어가봐야 할 것 같았다. 그때 회사 사람들이 다 같이 일어섰다. 잠깐 차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한 남자가 말했다. 뭐, 너 벤츠 비 맞을까봐 걱정 되냐? 이놈 웃겨. 기차타고 오면 될 걸 괜히 자랑하려고 말이야. 좀 더 나이가 보이는 남자가 말했다. 주머니에서 차 열쇠를 꺼낸 남자는 멋쩍게 웃었다. 뽀얗고 호리호리 한, 키가 큰 사내였다. 다녀와. 나이 많은 남자가 말하자 남자는 쑥쓰러워 하며 나갔다. 동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같이 따라 나갔다.
저놈이다. 내 직관이 말하고 있었다. 저놈이 바로 그형이다. 사람들이 들어가고, 그놈과 그놈의 후임으로 보이는, 까무잡잡한 남자가 같이 계단으로 내려갔다. 나는 일어나서,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장례식장 현관 문을 열었다. 촉촉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입구 처마 끝에서, 그놈과 까무잡잡한 놈의 등이 보였다. 놈들은 담뱃불을 당기고 있었다. 지포라이터가 찰칵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나도 불좀 빌립시다.
그놈의 팔꿈치를 뒤에서 툭툭치며 말했다. 녀석은 당황해서 나를 바라보다가, 라이터를 꺼내 주었다. 나는 라이터를 받아들고 담배를 찾다가, 담배도 한 대만 빌릴게요. 하고 말했다. 녀석의 표정이 굳었다. 그러다가 내 팔뚝을 두르고 있는 노란 띠에 녀석의 시선이 멈췄다. 녀석은 얼굴을 풀고 담배를 건냈다.
-혹시, 정대식씨 가족분이신지요?
나는 담배를 받아서 입에 물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대식이 명복을 빕니다.
나는 기침을 하며 웃었다.
-가족이지, 15년 친구니까. 대식이 덕 보고 살았거든. 백마도 타고 코인도 타고.
까무잡잡한 남자가 먼저 내 무례함에 참을성을 잃어가는 듯했다. 그놈도 후임과 눈빛을 교환했다.
- 댁들은? 한 일이년 알고 지낸 회사 형동생쯤 되시나?
- 저, 술 좀 드신 거 같은데, 알겠습니다. 저희도 많이 슬퍼하고 안타까워 합니다. 라이터 좀 주시죠.
나는 그제야 담배에 불을 붙이고, 라이터를 건냈다. 라이터에 벤츠 마크가 찍혀 있었다.
-야, 멋진 라이터네. 코인 팔아서 벤츠 사고, 라이터도 받았구나. 돈 졸라게 잘 버네.
그들이 헛웃음을 쳤다. 후임이 내 쪽으로 한걸음 다가섰다. 아저씨, 술 댔으면 입 좀 조심해요. 예? 그형이라는 놈이 오히려 침착하게 뒤로 빠졌다. 나는 더 화가 났다. 나는 까무잡잡한 남자를 밀치고 그놈 쪽으로 돌아봤다.
-이새끼 뭐냐? 대식이 대타야? 얘도 코인 뭐 물린 거 있어? 벤츠 시승 같이 했어? 야, 너 맞지? 이더리움 팔아서 차 뽑은 새끼.
나는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다른놈이 뒤에서 내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나는 그놈을 무시하고, 아직도 손에 벤츠 라이터를 쥐고 있는 그새끼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녀석은 바로 넘어졌다. 나는 그 위로 달려 들어 녀석의 얼굴을 쳤다. 뒤에서 다른놈이 내 목덜미를 잡아 당겼다. 나는 옆으로 꺾여 넘어갔다. 녀석이 일어나서 내 머리채를 잡았다. 무릎과 주먹이 얼굴로 날아왔다. 내가 억지로 일어서서 녀석을 잡아 당겼다. 우리는 같이 빗속으로 나뒹굴었다. "이 씨발새끼야. 말렸어야지. 대출 받아서라도 박으라고, 그것도 니가 말했어?" 뒤에서 다른놈이 사정없이 나를 때렸다. 우리는 붙었다가 떨어졌다를 되풀이 했다.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순진한 애새끼 교육이랍시고, 안마방 정도면 된 거 아니야?" 그놈과 나 주먹을 주고 받았다.
내 얼굴에서 감각이 사라지고 있었다. 때리다 보니, 녀석이 내 위에서 나를 누르고 있었다. 나는 위로 주먹을 휘두르며, 터진 입술로 계속 말했다. "대식이 한테, 도박을 왜 가르쳤어 씨발새끼야. 주식도 너만 돈 벌었다며. 어?" 우연히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사람들이 내 목을 조르고 있는 녀석을 때내었다. "너 이새끼 씨발, 내가 세탁소 다 부술거야, 이태원이지?" 나는 녀석의 옷깃을 끝까지 놓치 않았다. 사람들이 내 팔을 잡고 억지로 떼어내고 있었다.
-재민아! 무슨 일이냐! 지금 장례식장에서 뭣들 하는 거야!
대식의 어머니가 소란을 듣고 나온듯했다.
-어머니! 이놈이에요! 이놈이, 대식이가 이새끼 때문에-
오랫동안 졸린 탓에 기침이 나와 말을 이어가기가 힘들었다.
그때 회사 사람들 끼리 하는 말이 들렸다. "야, 무슨 일이야?", "몰라요, 아 재수 없어 저 미친놈. 누구랑 착각을 하는 거야? 어이, 야. 친구. 세탁소는 누구고, 주식은 누구야?", "뭐? 무슨 소린데?", " 그걸 모르겠어요. 아 씨발. 저한테 대식이 안마당 데려갔대요. 갑자기 와서 저 때리더니만, 도박을 했다나, 아 몰라. 뭘 주워 듣고 저러는 지." 뛰쳐나온 회사원들이 웅성웅성 거리며, 그새끼를 달랬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본건가? 아닌데, 분명 그때 샀다던 그 벤츠가 맞았다.
내가 모르는 젊은 남자들이, 그래도 나를 부축하여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만취해서 저지른 일인 줄 알고, 냉랭하게 나에게 휴지와 물을 가져다 주고 떠났다. 대식 어머니는 무슨 소리냐며 나에게 말을 부추겼다. 나는, 잘못 알았나봐요, 하고 말했다.
사람들이 모두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나는 피를 닦은 휴지를 뭉쳐 빈 생수병에 우겨넣었다. 비가 점점 더 세지고 있었다. 조문객들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었다. 나는 일어나서 건물 모퉁이로 걸었다. 그때 뒤에서, 저기요,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얼굴이 부어터진, 아까 그놈이었다. 나는 그자리에 섰다. 녀석이 나에게 다가왔다.
-아까 무슨 소린지는 모르지만, 미안합니다. 친구 죽어서 정신이 말이 아닐텐데. 몸조리 잘 하세요.
녀석이 다시 뒤로 돌아 걸어가려고 했다. 나는 다시 그를 불렀다.
-저기, 정말 그형 아니에요? 대식이 녀석이, 코인 엄청 불려서 돈 번 형 있다고. 그걸로 차도 사고, 그 전부터 홍콩도 같이 가서 카지노도 같이 하고 그랬다던데요. 녀석이 그형 얘기 엄청 했거든요. 대식이가 그형 좋아했는데요.
나는 말을 하다가 울음이 터졌다. 그 남자가 뒤돌아봤다.
-진짜 아니에요? 주식도 가르쳐 주고, 엄청 잘난 형이라고 하던데요. 그형 아니에요?
눈물이 너무 나서, 나는 손으로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진짜 아니에요? 아니면 혹시 그형 누군지 몰라요?" 나는 그남자 앞에서 아이처럼 울었다. 남자도 나도 우산을 쓰고 있지 않았다. 남자는 그자리에서 한참을 말 없이 서 있었다.
***
3일장 마지막날 발인, 노제, 장지에 매장까지 나는 대식의 영정사진을 들고 함께했다. 대식 어머니는 49제를 할 것이라고, 시간 되면 때마다 오라고 했다. 나는 그러겠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모든 절차가 끝이나고, 끝이 났는데, 그러고 보니, 연주는 장례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나는 정말로 연주와 연락을 끊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대식은, 자기 장례식장에도 찾아오지 않을 사람을 왜 못알아봤을까.
못알아 본 건 나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니, 못알아 볼 수 밖에 없었다. 대식이 늘상 말하던 그형이라는 작자를.
그형이라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날 밤 빗속에서, 나와 주먹질을 한 남자의 말을 듣고 나서야 처음으로 대식이 나에게 거짓말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호소를 다 들은 남자는 참담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알려 주었다. 도박을 같이 했던 그 선배가 누군지 짐작이 가는데, 그 선배는 결국 도박 때문에 회사를 그만 뒀다고 했다. 하지만 처음 안마방에 데려간 것은 그 선배가 아니라 그 전에 있다가 다른 곳으로 이직한, 또 다른 선배 같다고 했다. 세탁소 얘기를 해보자면, 그건 다른 부서에 있는 사람이 부업으로 하게 된 것이라고, 회식 자리서 다들 부러워 하며 이야기 나눈 일이 있다고 말했다. 각각 다른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주식과 코인은? 마찬가지였다. 주식으로 돈 번 사람은 몇 없는데, 그 앞에 말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했다. 자신은 코인을 한 사람은 맞지만, 사실 대식과 그닥 친분이 없다고, 시승을 데려간 건 다른 후배라고, 코인 이야기를 누구에게 한 적은 있으나, 대식에게 한 일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코인으로 번 돈으로만 차를 산 것도 아니라고, 그건 아주 일부고, 벌어둔 돈과 할부로 산 것이라고......
대식은, 닮고 싶고 부러운 여러 사람의 모습을 하나로 뭉쳐 '그 형'을 만들었던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되고 싶은 인물이라서, 어쩌면, 우리에게 자신이 그런 인물로 여겨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늘 순진하다고 놀렸던 것이 잘못이었을까.
나는 대식의 49제 마지막날에만 갔다. 대식의 어머니가 나를 좀 나무랐다. 막제라서 사람이 많았다. 회사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이 두어명 있었지만, 그 때 그 남자는 없었다. 대식의 어머니와 누나와 함께 마무리를 하고, 집으로 모셔다 드렸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저장된, 대식과 친구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모았다. 인터넷으로 적당한 디지털 인화 회사를 찾아 인화를 의뢰했다. 주소는 대식이의 집으로 입력했다. 혹시나 남은 사진이 있을까 싶어서 다른 앨범의 사진을 하나하나씩 업로드 하다가, 대식과 주고 받은 카톡 사진을 보았다. 서로 새벽에 펌핑 정보를 나누며 주고 받았던 코인 차트를 캡쳐한 사진들이 여러장 나왔다. 코인 거래소에 접속하지 않은지 거의 두달 반이 되어가고 있었다.
시장이 폭락해서 돈이 사라졌으면 싶었다. 하지만 대식이 가족에게 대식의 코인지갑에 대해 말해야 할 것도 같았다. 말한다고 해서, 그것을 뺄 방법이 있을까, 녀석이 죽어서까지 코인을 안고 갈까 싶어 씁쓸했다.
나는 하나도 긴장되지 않은 마음으로 비트렉스에 접속했다. 지갑을 클릭하고 화면에 숫자가 뜨는 순간 나는 심장이 쿵쾅댔다. 두달 반동안, 무엇이 얼마나 올랐는지 다 확인 할 수가 없었다. 다 합쳐서 3비트쯤 있었던 것 같은데, 17비트로 늘어나있었다. 보유 비트코인의 추정가치가 대략 78550달러가 되었다. 사이트 오른쪽 하단에, 1 BTC = $4700.9338 이라는 숫자가 보였다.
나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그자리에서 모든 코인을 비트코인으로 바꿨다. 바꾼 비트코인은 국내 거래소로 송금하고, 송금된 비트코인을 모두 시장가로 현금화해서 계좌로 옮겼다. 거래 사이에 영문 모를 자잘한 잔돈이 남아 있었다. 필요 없었다. 나는 크롬에서 자동 기억 비밀번호를 모두 지웠다. 나는 그 뒤로 두번 다시 코인에 대해서 관심 갖지 않았다.
그 뒤로 몇 달이 더 지났다. 나는 녀석과 나에게 일어난 일을 되돌아보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내가 코인을 하게 된 일, 녀석이 '그 형'이라는 인물을 만들어가며 자신의 말에 내가 따르기를 바랬던 일, 녀석이 마지막으로 내게 했던 말, 그 모든 것들을 돌이켜보았다. 이유는 모두 외로움이었다. 나는 어느 주말 카페에 앉아 녀석에 대한 이 글을 쓰다가, 문득 바깥을 바라보았다. 카페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유원지에서 사람들이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외로웠다. 그래서 불행했다. 모든 코인이 폭락했을 시기에 혼자 주말 카페에 앉아, 평화로이 주말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았을 때보다 더. 그 때의 불행은 가짜 불행이었다. 지금의 나는 정말로 불행했다.
나는 바깥을 말 없이 보다가, 무진으로 돌아온, 전 여자친구 신애에게 연락했다. 신애가 전화를 받았다. 신애에게 어디냐고 물었다. 신애는 바로 대답했따. 나는 노트북을 덮고 신애에게로 갔다. 그것이 불행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다.
처음 이야기를 시작하며, 나는 이것이 행운이었다고, 사랑때문에 흔들리던 나를 대식이 녀석이 붙잡아줬다고, 이 행운이 모두 대식이 녀석이 시키는 대로 해서였다고 말했다. 단지 녀석이 스스로의 말을 믿지 못하여, 나만 행운을 얻은 것이 조금 미안할 뿐이라고 썼었다. 마지막에 온 지금 나는 그말을 수정한다. 이것은 아무런 행운이 아니었으며, 나는 대식이 시키는 대로 한 것이 아니라고. 사랑이 나를 흔든 것이 아니라, 대식과 내가 외로움 속에서 흔들렸던 것이라고.
하지만 가장 처음에 했던 말은 여전히 믿는다. 인생이란 늘 소설같게 마련이다. 카페 문을 열고, 가을 볕을 받으며 나는 정면으로 걸었다. 신애가 그곳에 있었다. 행로상 그곳에 있을 필요도 없었고, 특별한 호재가 있어서 온 것이 아니라, 그냥 오고 싶어서 유원지에 나온 신애가. 예전부터 그곳에 있었다. 나는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 지 분석하지 않았다. 관계는 잘 될 수도, 더 나빠질 수도 있었다. 지금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나는 그냥 팔을 들어, 저기 앞에 서 있는 신애에게 흔들었다. 하늘 위로 높이, 좀 더 잘 보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