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논문 제출이 끝나고 교수 두 명을 만났다.
일부러 약속 잡아 만난 것은 아니고 제출하러 갔다가 잠깐 앉아서 따로 이야기 할 시간을 만들어 준 덕에 한 번
최인훈의 '광장' 강연을 들으러 갔다가 마주쳐서 한 번 이렇게다.
나는 일찍이 공학을 전공하다가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적성의 문제도 있지만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게 계속 봐야 하는 사람이 나와 얼마냐 맞느냐의 문제니까 더 중요했다.
나는 책읽고 공부하기를 좋아하는데, 이야기 주제도 이것이라야 가장 쉽다.
내가 본래 있던 학과의 전공교수들과 면담할 때 받은 느낌이란, 취직, 목표설정, 학점 이야기였다.
학점이 나쁘지 않았고 어학성적이 좋았으며 외부활동이 많아서 참으로 유리하였기 때문에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절대 공학 자체에 대한 맛이나 멋에 대한 말을 나눌 수가 없었는데,
일단은 내가 재미가 없었고
교수들이 그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문대로 전공을 바꾸고 대학원을 온 뒤 가장 큰 차이점은
교수들과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느냐
그들과 내가 무슨 관계냐
이 두가지를 생각할 떄 가장 큰 것 같다.
취미가 같은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땐 나이를 초월하고 신분을 초월한다.
50이 넘은 분들이 20대처럼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나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고
자기들처럼 열심히 공부하려는 의지를 보면 반가워서 먼저 연락을 주는 사람들
하고 싶은 공부에 매진할 용기를 내고 나니까
하늘이 돕는건지, 공부할 복이 터져서 교수들이 정말 좋다.
다들 도와주려하고,
내 논문 주제의 가능성을 보아주고 학회에 투고하도록 만들어주니까.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가운데 고민할 때가 있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습다.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할 떄 계산해야 했던 점들이,..
지나보니 정말 해야하는 일은 하고 싶은 일을 빨리 시작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