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8 : 라스트 제다이, 기억에 남는 장면들 (강스포주의)

Words
1133
Reading
6 min
Listen
Play
9y


(포스터 출처 : 위키미디어)

(필자는 프리퀄 시리즈로 스타워즈에 유입된 사람입니다)

드디어 오랫동안 기다렸던 스타워즈 8 : 라스트 제다이(라제)를 보고 왔습니다. 이미 라제에 대한 온갖 악평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인지, 100명 남짓 수용 가능한 관객석에 앉은 이는 10명 정도밖에 안되어 보였습니다. 심야시간도 아니고 저녁 6시 30분에 시작했는데도 이 정도였으니 라제의 흥행은 그야말로 참패 수준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그동안 꾹꾹 참았던 이런저런 리뷰들을 살펴 봤습니다. 제가 자주 가는 커뮤니티 중 하나인 https://pgr21.com/ 여기서는 대부분 악평이 올라왔는데, https://pgr21.com/?b=8&n=75128 이 리뷰에 있는 "스타워즈 팬이라면 예전에 봤던 그 떄 그 장면이 그대로 떠오르면서 그것들이 깨져나가는 체험을 할 수 있는데. 얼마나 철저하게 고려하고 섬세하게 디자인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 라는 말에 제일 공감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저도 이 영화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만, 의외로 몰입되는 장면도 많이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라제의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리뷰를 남겨주신 터라, 저는 이 영화에서 좋았던 부분만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은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라제를 이미 봤다는 가정 하에 작성했습니다. 라제를 아직 안보신 분은 읽지 않으시길 권합니다.


(출처 : 스타워즈 데이터뱅크 레이 갤러리 http://www.starwars.com/databank/rey-biography-gallery)

1) 루크 스카이워커와 레이의 만남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깨포)에서 이미 두 사람의 만남은 예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미 깨포에서 루크의 제다이 오더 재건이 실패로 돌아가 '벤 솔로'가 '카일로 렌'이 된 이야기가 간략하게 나온 터라, 루크가 레이가 원하는 대로 바로 저항군에 가담해 레아에게 힘을 주진 않을 것이란 점은 예상이 됐습니다. 루크는 레이에게 헛수고 그만 하고 돌아가라고 수차례 종용하지만, 레이가 자신 안에서
꿈틀대는 이 힘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자 루크는 레이에게 3가지 교훈을 가르쳐 주겠다고 합니다.

다음날 아침 수업에서 루크는 레이에게 포스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묻습니다. 스타워즈 1~7은 물론이고 여러 캐넌에 해당하는 작품까지 챙겨볼 정도의 팬이라면 당연히 이렇게 대답하지 않겠지만, 레이는 루크에게 "포스는 제다이가 가진 힘이며, 이를 통해 물건을 움직인다던지 이것저것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대답합니다. 스타워즈 팬이라면 레이의 대답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장면을 통해 라제는 '스타워즈 팬덤'을 위한 영화가 아님이 좀더 명확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스타워즈 팬이라면 바로 알겠지만, 루크-레이 시퀀스는 오리지널 3부작 대고바에서의 요다-루크 시퀀스를 본딴 것입니다. 요다-루크 시퀀스에서 요다가 엉뚱한 말만 늘어놓다가 차차 루크를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하는 것처럼, 루크-레이 시퀀스의 루크는 레이 입장에서 황당한 행동과 말만 늘어놓다가 점차 레이를 진지하게 대하게 됩니다.

라제로 돌아오면, 루크는 첫 번째 가르침을 통해 모든 관객들에게 포스가 무엇인지를 설명합니다. 포스는 제다이가 가진 힘이 아니라 전 우주의 생물에 깃들여 있는 힘이며, 빛과 어둠 양쪽의 균형을 갖고 있는 힘이라고 말합니다. 제다이만이 포스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꼭 제다이가 포스를 가져야할 이유는 없다는 식으로 설명합니다. 스타워즈 팬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친절한 설명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찌 보면 왜 스타워즈 신작을 보려고 했는지조차를 잊었던 저에게 스타워즈의 주제의식을 명확하게 보여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레이는 이런저런 과정을 통해 한 동굴에 들어갑니다. 이 역시도 오리지널 3부작의 루크-요다 시퀀스에서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루크-요다 시퀀스에서 루크가 동굴에서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보게된 것과 비슷하지만 약간 다르게, 레이는 동굴에서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궁금해합니다. 레이의 부모처럼 보이는 실루엣이 천천히 레이의 앞으로 걸어오는 장면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서 상당히 몰입이 됐습니다. '설마 레이 자신의 모습이 나오겠어'라고 생각했기에 살짝 김은 빠졌지만(이 역시도 요다-루크 시퀀스에서 루크가 자신의 모습을 본 것과 비슷하긴 합니다), 긴장감 있는 연출만으로도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깨어난 포스에서 레이와 카일로의 만남. 출처는 스타워즈 데이터뱅크 레이 갤러리 http://www.starwars.com/databank/rey-biography-gallery)

2) 레이와 카일로의 포스 교감

레이가 수련 과정에서 중간중간 카일로와 연결되는 부분도 상당히 몰입도 있게 봤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포스 센시티브인 인물들끼리는 서로 소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기존 영화에서는 원거리에서 상대방을 '느끼는' 정도의 연출만 나왔고, 제다이끼리 대화도 포스를 통한 대화가 아니라 홀로그램 등 과학기술에 의존한 대화가 이뤄졌습니다. 오리지널 3부작에서 루크와 다스 베이더는 원거리에서도 서로의 존재를 느꼈고, 위기에 처한 루크의 존재를 레아가 느낀 덕에 루크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레이와 카일로가 서로 떨어진 공간에서도 직접적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이유는 몇 가지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레이와 카일로라는 신세대가 구세대에 비해서 훨씬 포스에 민감한 존재라는 가정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라제에서도 루크와 레아는 과거 영화에서처럼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정도의 연출로만 나오고 있습니다. 루크-레아보다도 레이-카일로가 훨씬 포스에 민감한, 혹은 프리퀄 3부작 식으로 말하자면 미디클로리언 수치가 더 높은 인물일 수도 있습니다.

레이가 여러가지 팬들의 추정처럼 카일로와 어떻게든 혈연관계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레이의 부모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론이 존재합니다. 레아-한솔로의 딸이라는 설, 루크의 숨겨진 딸이라는 설, 오비완 케노비의 자손이라는 설 등등이 있습니다. 루크의 숨겨진 딸 이론 중에는 심지어 레이가 루크의 잘려진 손에서 추출된 세포에서 시작된 클론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레이의 존재의 비밀은 에피소드 9에서도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레이의 동굴 시퀀스가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루크의 동굴 시퀀스를 본딴 것이라면, 레이가 동굴에서 본 것은 진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부친이 누구인지도 결국 결론이 나오지 않았던 것처럼, 레이의 출생의 비밀이 미궁으로 남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결론이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레이와 카일로의 포스를 통한 교감 시퀀스는 개인적으로는 신선했습니다. 애초 레이는 카일로와 연결되자마자 총을 쏴서 그를 제거하려고만 했습니다. 레이 본인도 카일로를 절대 악으로만 여기고 반응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점점 레이와 카일로는 서로의 마음에 가까워 집니다. 심지어 레이는 카일로가 같은 제다이 연습생 중 일부를 다크사이드로 돌리고, 나머지 연습생들을 살해했음에도 그 책임을 루크에 돌리기까지 합니다. 결국 레이는 루크와 달리 카일로를 라이트사이드로 돌릴 수 있다고 확신하기에 이릅니다.

둘 사이가 싸우면서 가까워진다는 점에서는 오리지널 3부작의 루크-베이더와 비슷한 느낌도 듭니다. 비록 오리지널 3부작에서 루크와 베이더가 포스를 통해 대화를 한다던지 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지만, 둘이 서로 '교감'을 하는 듯한 연출은 여러번 나왔습니다. 동료로서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대립하면서도 교감을 통해 가까워진다는 점에서, 레이와 카일로의 대화 장면은 완벽히 이해는 되지 않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도 진한 여운이 남는 대목이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다크사이드가 됐건 라이트사이드가 됐건 레이와 카일로가 같은 길을 걷는 식으로 전개가 되지 않을까 섣부르게 예상을 했습니다. 카일로가 스노크를 제거하면서 제 예상이 맞아들어간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만 결국 카일로와 레이는 각각 신세대 다크사이드와 라이트사이드의 계승자로 남게 됐습니다. 대체 둘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기에 이런 강한 포스 교감이 가능한 것인지 에피소드 9가 기대됩니다.

3) 시퀄 3부작의 주인공은 레이가 아니라 카일로 렌이다??

끝으로 시퀄 3부작의 진 주인공은 레이가 아니라 카일로 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흔히 에피소드 1~6은 스카이워커 부자의 스토리라고 합니다. 어디서 봤는지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아마 나무위키겠지요) 에피소드 1~6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기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 위험 -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제다이가 된 연유
클론의 습격 -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파드메(레아+루크의 엄마)를 만나는 과정
시스의 복수 -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가 된 과정, 레아+루크의 탄생
새로운 희망 - 다스 베이더는 얼마나 나쁜 놈이었나, 레아+루크가 반란군의 주요 인물로 등장
제국의 역습 - 다스 베이더는 어떻게 루크+레아를 알아보게 됐나
제다이의 귀환 - 다스 베이더의 자식 사랑

만약 디즈니가 스타워즈를 '스카이워커 가문의 스토리'라고 생각한다면, 에피소드 7~8에서는 레이와 비슷하거나 약간 떨어지는 비중으로 등장하던 카일로 렌이 에피소드 9에서는 제일 중요한 인물로 우뚝서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카일로 렌 시점에서 에피 7~8을 한줄요약하자면

깨어난 포스 - 제2의 다스 베이더가 되기 위한 카일로 렌의 성장통과 시련
라스트 제다이 - 카일로 렌의 적폐청산과 왕위 계승 이야기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권선징악 스토리를 좋아하지 않기에 디즈니답지 않게 에피소드 9는 모든 스타워즈 팬들의 꿈과 희망을 개발살내는 충공깽 결론으로 나와도 어떨까 싶습니다. 이미 라스트 제다이에도 충공깽이 지나치게 많다는 평가도 있습니다만.

기회가 된다면 라스트 제다이에서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서도 리뷰를 써보고 싶습니다. 짧게만 남기자면, 라제에는 스타워즈 팬이건 아니건 몰입할만한 장면들이 꽤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중간중간 몰입을 방해하는 뜬금없는 장면, (나쁜 의미로) 디즈니스러운 장면들이 너무 잦습니다.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에서 이워크,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자자 빙크스가 등장했을 때의 당혹스러움이 곳곳에 등장해서 몰입을 방해합니다.

시간이 늦은 관계로 이만 줄입니다.

모두들 즐거운 스팀잇하세요~

스타워즈 8 : 라스트 제다이, 기억에 남는 장면들 (강스포주의)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