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미투' 관련 발언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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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재규입니다. 이번에는 김어준씨의 미투운동 관련 발언에 대한 제 생각을 써보고자 합니다.

지난 토요일(2월 24일)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다스뵈이다' 12회가 올라왔습니다. 여기서 나왔던 발언 하나가 논란이 됐습니다. 해당 부분은 39분 50초 정도부터 들립니다.

일단 김어준씨의 미투 관련 발언 전문을 올립니다. 관련 영상은 이 링크를 확인하세요.


제가 예언을 하나 할까 합니다. 간만에. 이거는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사안을 바라봐야 보이는 뉴스인데. 최근에 이제 미투운동으로, 그다음에 권력 혹은 위계에 의한 성범죄, 이런 뉴스들 엄청나게 많잖아요. 이걸 보면 아, 미투운동을 지지해야 되겠다 그리고 이런 범죄를 엄단해야 되겠다, 이게 일반적인 정상적인 사고방식입니다. 그런데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어떻게 보이느냐? 우리 오랫동안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사안을 보면 어떻게 보이느냐?'에 훈련된 사람들이거덩.

어떻게 보이느냐? 첫째, 아 섹스! 좋은 소재, 주목도 높아!.둘째, 진보적 가치가 있어, 오케이. 그러면 피해자들을 좀 준비시켜서 진보 매체를 통해서 등장시켜야겠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다. 이렇게 사고가 돌아가는 겁니다. 지금 나와 있는 뉴스에 그렇다는 게 아니에요. 예언하는 겁니다. 예언. 누군가들이 나타날 것이고 타깃은 어디냐? 결국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진보적인 지지층.

최근의 댓글들을 보면 저는 이제 그 흐름을 보거든요. 댓글 공작들의 흐름들을 보면 다음에 뭘 할지가 보여요, 예를 들어 밑밥을 깔기 시작하기 때문에…. 그 흐름이 그리로 가고 있다, 준비하고 있다. 우리하고 사고방식이 달라요. 완전히. 공작의 세계에서는 사안을 완전히 다르게 봅니다. 여기서 자기들이 뽑아서 '어떻게 치명타를 가할 수 있나'의 관점으로만 봐요. 거기에 윤리나 도덕이나 다 없어. 그 관점으로 보면 올림픽 이후에는 틀림없이 그 방향으로 가는 사람 혹은 기사들이 몰려나올 타이밍이다. 예언 한번 해줍니다.

제 나름대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김어준은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공작의 사고방식'에서 본다면 이렇다라며 말을 풀어갑니다. 여론조작 공작을 하는 입장에서는 미투 운동이 성이라는 주목도가 높은 소재인 데다가 진보적 가치를 담은 소재이기 때문에 이용하기 좋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여론조작 공작을 하는 쪽에서 진보적 지지자들, 즉 현 정부여당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목적으로 미투운동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게 김어준의 예언입니다.


이에 대해 금태섭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깊이 깊이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후에는 김어준의 예언대로 진보적 지지자들 사이에서 분열이 일어났습니다. 다만 보수 쪽의 여론조작 공작 때문에 분열이 일어난게 아니라, 김어준의 발언 때문에 분열이 일어난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나자 김어준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뉴스공장에서 다음과 같이 일종의 해명을 내놓습니다.


저는 미투를 공작에 이용하려고 하는 자들이 있다고 했지 미투가 공작이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바보도 아니고. 금태섭 의원이 문제제기를 했어요. 주장의 요지는 그런 제 말이 미투 운동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런 문제의식이에요. 금태섭 의원은 할 수 있는 말을 한 겁니다. 본인 입장에서. 그러니까 금 의원과 저를 싸움 붙이려고 해도 소용없어요.

제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금 의원 우려를 염두에 두면서 동시에 아주 잘 살펴봐야 하는 게 있습니다.

미투 운동은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남성 중심의 문화 속에서 권력과 위계에 의해 일어난 성적 폭력, 그 문화를 개선할 절호의 기회가 온 게 분명하거든요. 이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진보진영에 대한 공작의 소재로 만들고 싶어한다. 이렇게 되면 이 중요한 기회를 진보진영 내의 젠더 갈등으로 가둬버립니다.

이렇게 프레임이 잡히면 미투운동이 흔들려요. 진보 진영내 분열로 끝나는 거에요. 여성들은 이 미투 운동을 진보진영에 대한 공격 소재로만 연결해서, 그렇게만 이용하려는 의도와 시도를 볼 때마다, 이미 보수정당에서는 청와대가 사과하라고 성명도 내고 댓글부대도 열심히 그렇게 하고 있어요. 그런 기사도 많이 있어요.

이럴 때 진보적인 여성 지지자들은 당황해요. 당황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 게 바로 미투를 공작적으로 이용하는 거에요. 그러한 세력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여성계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너희들은 닥쳐라. 시끄럽다. 꺼져라. 이게 진보 보수 문제가 아니다. 눈을 부릅뜨고 그런 프레임을 깨야 해요. 이 운동을 그렇게 이용하는 것, 이 운동이 그렇게 이용당하는 것을 차단하고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지 안 그러면 본질은 사라지고 운동은 사라지고 공작만 남는다. 이걸 제가 우려하는 겁니다.


김어준의 비겁한 변명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김어준씨는 비겁한 변명을 할 게 아니라 미투운동에 동참하는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김어준씨의 다스뵈이다 발언에서 가장 문제되는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어떻게 보이느냐? 첫째, 아 섹스! 좋은 소재, 주목도 높아!.둘째, 진보적 가치가 있어, 오케이. 그러면 피해자들을 좀 준비시켜서 진보 매체를 통해서 등장시켜야겠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다. 이렇게 사고가 돌아가는 겁니다."

미투운동이 민감한 이슈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감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성범죄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성범죄, 성폭력 관련해서는 보수 정치권이 가장 문제가 많습니다. 과거 한나라당의 최연희 의원은 여성 기자를 뒤에서 껴안고 가슴을 만졌습니다. 그래놓고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했다"고 변명했습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예전같으면 관기라도 하나 넣어드렸을 텐데"라고 발언했고, 강용석 전 의원도 아나운서 지망하는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냐"라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청와대의 윤창중 대변인이 인턴 여대생의 엉덩이를 만진 사건, 심재철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누드사진을 검색하는 사건,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골프장에서 여성 캐디를 성추행한 사건 등등 일일이 언급하기도 벅찰 정도입니다.

진보 진영에서도 보수진영 만큼은 아니지만 때때로 성폭력 사건이 벌어집니다. 민주노총과 전교조에서 성폭행이 일어났지만 무마하려던 사건이 있었고, 민주당 소속의 광주광역시의원 두명이 성폭행 혐의로 당에서 제명된 일이 있었습니다.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은 과거 저서에서 여성을 성적 도구처럼 묘사한 부분으로 각계의 지탄을 받았고, 최근 미투 운동의 중심에 있는 연출가 이윤택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이자 2012년 대선에서 직접 지지연설도 나선 인물입니다.

얼토당토 않은 프레임을 만든 것은 김어준

진보 진영에 속한 인물이라 할지라도 성폭력적인 발언을 하고 성범죄를 저지른 것은 저지른 겁니다. 김어준씨의 의도는 그런 방향이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만, 김어준씨의 발언은 사실상 다음과 같이 들립니다. 진보적 인사를 대상으로 한 미투운동의 경우 보수진영 공작원들이 "준비해온 피해자"일 수 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공작을 통해 진보진영이 분열할 것이라는 겁니다.

물론 꽃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공작원들이 준비해온 피해자"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거는 그때그때 구체적인 사안을 따져봐서 할 말입니다. 아무런 근거도 없고 최소한의 앞뒤도 맞지 않은 상태에서 진보인사를 공격한다거나 이런 것은 경계해야 하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실제 그런 사례가 그렇게 많았습니까? 공작원들이 만든 가짜 피해자들이 있었다 한들, 실제 피해자들에 비하면 얼마나 있었습니까? 진짜 피해자 10명이 나올 동안 가짜 피해자들이 1명이라도 있었습니까?

진보인사에게 무고한 성범죄 혐의를 씌워서 매장하려는 프레임이 실제 있었습니까? 그동안 있지도 않았고, 발생할 가능성도 높지 않은 '프레임'을 만든 것은 보수의 정치공작원들이 아니라 김어준 자신입니다.

김어준씨의 발언과 금태섭 의원의 페이스북 글이 올라온 직후 인터넷 공간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문재인 지지자들 사이의 논쟁입니다. 금태섭이 김어준 말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다느니, 금태섭이 아직도 안철수 지지하던 시절의 마인드를 벗어나지 못했느니, 금태섭은 민주당에서 나가라느니 시끄럽습니다.

이미 문재인 지지자들 사이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애초 김어준씨가 섣부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면 있을 리가 없는 '분열'입니다. 김어준씨가 생각하는 보수진영의 정치공작원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고, 그들이 미투운동 관련해서 프레임을 만들었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습니다. "준비된 피해자"들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일입니까?

김어준씨가 애초에 이런 식의 논란을 의도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의도했건 아니건 김어준씨의 영향을 받은 많은 이들은 이제 미투운동 참가자들 중에 "준비된 피해자"가 있나 없나 나설 것입니다. 미투운동에 참여하려면 자신이 "준비된 피해자"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니, 김어준씨의 의도와는 다르게 얼토당토 않은 프레임이 이미 생긴 것입니다.

김어준씨가 보다 훌륭한 언론인이 되길 바라며

김어준씨는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그는 '많고 많은 시사평론가' 이상의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어느 정도는 김어준씨를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김어준씨의 본업은 언론인입니다. 하지만 기존 언론인들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하며, 기존 언론인들이 하지 못한 말을 시원하게 해주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인터넷 언론의 선구자인 딴지일보를 만든 것도 김어준씨의 업적이라 할만 합니다.

그의 활동이 20년에 가까워짐에 따라 김어준씨도 본인이 원하건 아니건 수많은 지지자들과 팬층을 갖게 되었습니다. 김어준씨의 말 한마디는 매일 아침 tbs 라디오를 통해, 매 주말 다스뵈이다를 통해 수십만,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도달합니다.

김어준씨의 '무학의 통찰'이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여론을 불러일으킨 일도 많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그에게 대중적인 인기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이 김어준이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산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 것도 김어준입니다.

하지만 '무학의 통찰'은 때때로 헛발질을 합니다. 2012년 대선 결과가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위 'K값 논란'은 김어준씨의 대표적인 흑역사입니다.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수십 번 소개했지만 몇년째 감감무소식인 김감독의 세월호 다큐멘터리도 김어준씨의 흑역사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김어준씨는 뒤로가기 버튼이 없는 인간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을 고치면 되는데 그가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반성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 의문입니다.

김어준씨는 그동안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과 팟캐스트에서 수도 없이 '기레기'들을 공격했습니다. 기레기들이 잘못된 뉴스를 만들어 놓고 반성도 하지 않는다고 질타하던 김어준씨도 결국 기레기들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을 하고 말았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저는 여전히 김어준씨가 훌륭한 언론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반성하고 좀더 훌륭한 언론인이 되는 것이 이 사회가 보다 진보적인 방향으로 흐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