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응원단의 가면 응원에 소름 돋았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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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재규입니다. 오늘(2.10) 열렸던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북한 응원단의 '가면 응원'이 잠시 논란이 됐습니다.

가면의 주인공이 다름아닌 '김일성'이라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1보 기사는 통일부의 해명자료 때문인지 없어졌지만 이미 '김일성 가면' 혹은 '김일성 추정 가면'이라는 식으로 여기저기에 기사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해당 기사들을 인용한 인터넷 글은 더 많이 퍼져 있고요. 확인은 못해봤습니다만 스티밋에서도 북한 응원단의 가면 응원 문제에 대한 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진설명 : 가면 응원 벌이는 북한 응원단. 사진출처

사실 저 가면의 주인공이 김일성인지 아닌지는 별로 알고 싶지 않습니다. 엠팍에 올라온 응원단 사진을 보면 눈에 구멍도 뚫고 바닥에 굴러다니기도 하는 등, 북한이 신성시하는 김일성 사진인지 자체도 의문이 있고요.

가면의 주인공이 김일성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저는 응원단이 모두 '같은 얼굴'의 가면을 쓰고 응원한다는 것에서 소름이 살짝 돋았습니다.

일체감을 넘어서 '한몸'이 되어버린 북한식 응원

대학 시절 저는 학교 응원단의 응원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타교와 정기전 경기를 보러 가도 경기는 전혀 보지 않고 다같이 학교의 상징색 티셔츠를 입고 같은 동작과 구호를 외치며 응원을 하는게 재밌었습니다.

애국심이나 애교심은 쥐뿔도 없는 인간입니다만, 응원이란게 자신과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과 일체감을 부여하고 그 속에서 유경험자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함도 느낄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같은 얼굴의 가면을 쓰고 응원하는 것에서 일체'감' 이상의 의미, 아예 한몸이 되어버린다는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김씨 일가가 다스리는 사실상 왕정과 비슷한 체제입니다. 위키문헌의 북한 헌법 항목을 읽어보시면 '사실상 왕정'의 의미를 가 무엇인지 쉽게 이해가 갈 것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지만, 왕정국가의 권력은 왕으로부터 나옵니다. 국가 대항전인 올림픽에서 각 선수들은 국가를 대표하여 경기에 나섭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선수들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대표하여 올림픽에 참가한 것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들은 자신들을 대표해 나온 선수들을 응원하며 같은 국적을 가진 사람이라는 일체감에 희열을 느낍니다. 그렇기에 응원할 때는 비슷한 복장을 입고 같은 구호를 외칩니다만, 경기가 끝난 뒤에는 개인으로 돌아가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갑니다.

'사람 냄새'를 최소화시킨 가면 응원

왕정 국가의 국민(인민)들의 입장에서 올림픽 선수들은 자신을 대표해 나온 이들이 아닙니다. 올림픽 대표선수들은 왕의 이름을 드높이기 위해, 왕의 또다른 업적을 세워주기 위해 왕의 명령으로 경기에 나선 이들일 뿐입니다. 민주국가의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응원에 나서지만, 왕정국가의 인민들은 동원된 응원을 펼칩니다. 민주국가의 시민들은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 각자 추구하는 방식으로 응원을 펼치는 반면, 왕정국가의 인민들은 왕이 원하는 사람들만 선발되어 왕이 원하는 방식으로 응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개개인의 개성을 아예 없애버리는 '얼굴 가면'까지 착용할 줄은 몰랐습니다. 북한이 아무리 왕정국가라고 해도 북한 인민들에게도 개인마다 다 다른 생각이 있고 개성이 있습니다.

언론에서 아무리 북한 응원단을 '미녀 응원단'이라고 뭉뚱그려 불러도, '미녀 응원단' 한사람 한사람 생긴 것도 다르고 표정도 다 다릅니다.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가면 응원 사진을 보고 저는 북한이 진짜 인민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올림픽이라 어쩔 수 없이 북한 응원단의 모습이 담긴 사진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고, 일부 매체에서는 특정 응원단원 한명에 포커스를 준 사진기사를 내보내기도 합니다.

북한의 높으신 분들은 이정도도 용납이 안되었나 봅니다. 북한 응원단은 철저히 선수단을 응원한 도구여야 할 뿐 사람 냄새는 최소로 줄여야 하나 봅니다.

북한 정부는 자기들 헌법 1조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전체 조선인민의 리익을 대표하는 자주적인 사회주의국가"라는 말보다 "조선인민은 김일성을 영원한 주석으로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높이 모신다"는 말을 더 중시한다는 것이 입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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