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 처지 또는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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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들에서 코스모스들이 싹을 틔워 자라요.

어떤 것들은 싹을 틔우는 바로 그곳에서 자라고, 어떤 것들은 모종으로 자라서 다른 데로 옮겨지고 그곳에서 자라요.

보도 블록 사이에서 자라는 것들이 몇 있길래 뽑아서 다른 것들이 자라는 땅으로 옮겼어요.

물도 주었는데 강한 햇살때문에 비실비실해요.

내일이나 모레 비가 내린다니 잎사귀에 생기가 파릇파릇 돋아날 거예요 .

그곳에 있던 다른 풀들은 잡초라는 이름때문에 - 정확하게는 코스모스들의 정착과 생장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때문에 -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뿌리째 뽑히거나 줄기가 뜯겼어요.

졸지에 생이 마감되거나 크게 다친 거예요.

분명히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자신의 탓은 아닐진데 그 사실때문에 뽑히거나 뜯긴 거예요.

자신의 탓이 아닌 일로 해를 당하는 것은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어쩌다가 인민군에게 끌려가서 부역한 사람의 사돈의 며느리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 사람도 있다고 해요.

그런데 하는 수가 없어요, 살아남은 생명은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사정, 처지 또는 운명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