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나이는 2개국어를 할 줄 안다.
바로 한국어와 일본어다.
원래 한국인이기때문에 한국어로 말하고 직업상 일본을 왕래하여 일본어를 나름 유창하게 한다.
그는 어느 날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의 손을 잡고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 갔다.
부모와 함께 하는 영어 퀴즈 대회가 있으니 아버지나 어머니 중 한 사람이 오라고 했기때문이다.
사실 그는 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역시 한국어와 일본어만 할 줄 아는 아내에게 등을 떠밀려 집을 나선 참이었다.
드디어 영어 퀴즈 대회 시작!
o x 방식으로 무려 5명의 원어민이 번갈아 가면서 한국어 한 마디 없이 내는 문제마다 무리를 짓는 게임이었다.
그 사나이는 서너 문제 정도에서 탈락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웬 걸, 총 20문제에서 벌써 15문제를 통과했다.
무조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계속해서 16, 17, 18, 19번째 문제를 연거푸 통과했다.
그 사나이의 일생에 문제를 그렇게 많이 맞힌 그런 일은 일찌기 없었다.
드디어 마지막 문제!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다.
세 쌍이 남았는데 두 쌍이 이미 ㅇ로 가 있다.
그 사나이는 순간 1등을 할 경우에 원어민들이 영어로 할 질문 공세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결단을 내리고 아들에게 귓속말로 제안을 했다.
"아들아, 우리가 1등을 하면 아빠가 영어를 잘못하는 게 들통나서 창피하니까 ×로 가자."
아들이 그 사나이를 쳐다보며 윙크를 하고는 그 사나이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
"응, 그렇게 해. 그런데 ×가 정답인 것 같은데?"
그 사나이의 유치원 아들은 20 문제의 내용과 힌트는 대충 알아듣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만, 정확한 정답을 몰라서 그 사나이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녔던 것이다.
결단해야 했다.
그 사나이는 눈을 질끈 감고, 망설이는 아들을 × 구역으로 이끌었다.
드디어 정답이 발표되었다.
그런데, 아이고 이런......
그 사나이 부자가 1등을 한 것이다.
아들과 함께 상장과 상품을 받으러 나갈 때엔 사람들의 시샘과 부러움과 존경의 눈초리를 정말로 한껏 받았다.
상장을 받으면서, 원어민들이 Congratulations와 함께 긴 문장으로 빠르게 질문을 하니, 그 사나이는 자신의 입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양 입을 막으면서 검지로 자신의 아들을 가리켰다.
다행히 아들은 빠르지는 않지만 또박또박 대답을 한다.
장하다, 내 아들! 그런 위기에서 나를 구하다니!
문제는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다.
아파트를 나가는데 마주치는 젊은 아줌마마다 '어머, 안녕하세요?' 하며 아는 체를 하며 말을 걸어 온다.
이게 무슨 조화지?
이윽고 그 사나이의 아내에게서 전화가 온다.
'뭐 빠뜨리고 나온 게 없는데.....' 생각하며 전화를 받았는데 대뜸 묻는 말.
'당신 어제 유치원에 가서 뭔 짓을 했길래 온 동네 여자들한테서 전화가 오고 이 난리인 거야?'
'음, 그럴 일이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