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KEEP!T입니다.
최근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가 화두에 오르면서 많은 이야깃거리가 오가고 있습니다. 그중 한국 정치계의 거성들이 쏟아낸 강경한 발언은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죠. 오늘 KEEP!T에서는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방안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아야할지 알아보는 시간을 간단히 가져보고자 합니다.
바다이야기와 국가
바다이야기는 참여정부시절 정권의 아킬레스 건 중 하나로 지적 될 만큼 국내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의 오락실 시장은 일본의 게임 산업에 변화가 생기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던 상황이었습니다. 오락실 게임을 대부분 일본으로부터 수입해왔는데 그것이 점점 힘들어지는 상황이 오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업계는 슬롯머신의 일종인 사행성 기기들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후죽순 생긴 것이 바로 바다이야기였습니다. 이들은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 오락실의 상품권을 자체적으로 발행하여 국가의 감시를 피해나가며 성장하기 했습니다. 그러다 이 게임에 정치계의 인사들이 관여되었다는 의혹이 포착되고, 자살자가 속출하는 등의 뉴스가 연달아 보도되며 사회적 이슈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정부는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손 놓고 방조했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결국 국가는 칼을 빼들어 바다이야기 업소, 관련기기, 상품권 등을 압수하는 대대적 작전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바다이야기의 규모가 거대했던지라, 뒤늦은 단속의 과정에서 여러 후유증을 겪게 됩니다. 무려 몇 십조에 달하는 규모의 상품권을 회수할 때 생겼던 경제적 손실과 관련기기를 정리하며 생긴 오락실 관련업종의 피해가 상당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며칠 전 유시민 작가는 암호화폐를 바다이야기에 비유하며 관련 투자 행위는 미친 짓이라는 표현을 한 바 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직접 바다이야기 사건을 몸으로 겪었던 만큼 암호화폐를 접한 순간 슬롯머신의 상품권과 동일한 부류라 직감했던 것이죠. 만약 암호화폐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했다면, 적어도 유시민 작가의 입에서 바다이야기와 암호화폐를 동일선상에 놓는 발언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정부의 관계 인사들이 했던 발언만 봐도 바다이야기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이 종종 나옵니다. 이낙연 총리가 암호화폐 문제와 관련해 ‘사회 전체로 보면 개인이 감당할 수 있겠나. (문제가 터지면) 그땐 정부를 탓할 것’,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하나인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을 규제하지는 않는다’라는 발언을 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둘로 쪼개 보는 견해 자체에서부터 학습을 통한 판단보다는 경험적 선례를 따르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죠. 아무래도 정부 관계자들은 그 옛날 국가중심의 정해진 틀만 생각하고 개인과 탈중앙화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모르는 듯 보입니다.
암호화폐 이야기와 개인
그렇다면 암호화폐는 이대로 정부의 의혹을 불식시키고 세상을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된 걸까요? 나카모토 사토시가 블록체인의 작업증명방식에 채굴개념을 도입하고 비탈릭 부테린이 스마트 컨트랙트를 접목한 이래로 오늘날 암호화폐 생태계는 10년 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확장되었습니다. 앞으로 끊임없이 생겨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몇몇 고질적 문제점을 해결한다면, 지금의 이 규모는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될 정도로 암호화폐는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당장 현재의 시점에서는 어떨까요. 작년 내내 불거져 나온 용량 문제, 전송속도 문제, 확장성 문제가 아직까지 미완성으로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다른 코인들도 아니었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서 제기되어왔던 문제점이었죠. 그런데 이 상황에서 생태계 구축속도와 투자행위를 통한 코인가격 상승속도에 사람들이 괴리감을 직시하기 시작하면, 정부가 우려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 인사들의 행보는 공부를 안 한 것에서 생기는 정책적 오판은 있을지라도, 투자생리의 본질을 일깨워주는 경향은 있습니다.
또한 정치적인 문제도 암호화폐가 해결해야할 숙제입니다. 마운트 곡스 사건을 비롯한 중앙화 거래소 문제, 테더 문제 등이 이 분야에 해당하는 대표적 사례라 볼 수 있겠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암호화폐의 철학이 중앙화의 단점을 비집고 나온 탈중앙화에 있음을 감안할 때 아이러니하게도 중앙화의 고질적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앙화 거래소의 경우 탈중앙화 거래소의 기반이 아직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참작하더라도, 이 시장의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테더 문제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암호화폐의 생태계가 우회적으로 달러의 모순을 지적하는 것이라면, 테더가 현경제체제의 모순을 그대로 이어나가선 안 되는 것이지요.
수승화강
수승화강(水昇火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은 위로 향하게 하고 불은 아래로 흘러야한다는 한의학의 원리죠. 일상생활에서는 이 의미를 좀 더 풀어서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로 해석하곤 합니다.
지금은 정부나 개인이나 수승화강의 태도로 장기적 비전을 세워나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정부가 과거의 경험만으로 현재와 미래를 재단하는 일은 없어야합니다. 머릿속에 ‘투기’라는 두 글자만 가지고 본질을 바라보지 못한다면, 정부의 정책적 오판은 계속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최근 재정거래 금지, 거래소 전면 폐쇄, 계좌동결 등의 정책만 보아도 알 수 있죠. 장기적 플랜에 의거한 합리적 규제는 정부 차원에서 당연히 이루어져야함이 마땅하지만, 이런 선험적인 정책으로는 더 큰 반작용만 불러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정부가 다시 한 번 국가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할 때입니다.
한편 암호화폐와 관련된 개인들의 행동에도 분명 우려되는 지점은 있습니다. 비트코인캐시 사태나 최근 시빅 사태를 보면 정부의 우려는 당연한 부분이 있는 것이죠. 이낙연 총리의 말처럼 이런 것들에 대한 아무런 방책이 없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파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방목에 대한 책임이 결국 국가에게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각 개인들도 정부의 규제에 무조건 부정적 반응을 보일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아는 차분한 태도가 견지되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탈중앙화로 구성된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주인은 각 개인이므로, 관련 문제에 책임감 있는 행동이 이루어져야할 것입니다. 눈앞에 있는 문제를 마주하고도 순간의 이익을 위해 그냥 지나쳐버린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이 생태계에서 외쳐온 수많은 주장은 무엇으로 전락할까요?
장이 혼란한 지금, 오히려 그동안 달구어졌던 머리를 식히고 좀 더 큰 그림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상 오늘의 KEEP!T이었습니다.
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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