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7일 남한과 북한의 정상이 만나 6.25 전쟁의 종전과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핵심으로 하는 판문점 선언이 있었습니다. 이 역사적인 일을 기념하고 영원히 저장하기 위해 류기혁씨가 이더리움에 판문점 선언을 저장했습니다. 이를 위해 류씨는 국문을 저장하는데 한화로 3,750원 정도, 영문을 저장하는데 한화로 8,000원 정도를 썼습니다.
한편, 중국에서는 북경대 교수가 학생을 성폭행하여 자살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로 사임한 일과 관련해 정보공개청구를 한 이후 학교 측으로 부터 협박 받은 사실을 폭로하는 글이 이더리움 트랜젝션에 기록되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습니다. 류씨가 판문점 선언을 기록하기 4일 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류씨와 익명의 중국인은 동기는 서로 다르지만 결국 돈을 들여서라도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류씨 동기는 기록을 영원히 보관하기 위한 것이었고, 익명의 중국인의 동기는 검열을 피하는 것이었습니다.
류씨는 자신의 계정에 0 이더를 전송하면서 거래 정보에 판문점 선언을 16진수로 변환해 첨부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법이라는 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더리움에 글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만, 일반 글쓰기에 비해 어렵다고 느낄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이렇게 저장한 글은 이더 스캔에서 16진수로 저장된 데이터를 문자로 변환해서 봐야하는데, 클릭 한 번 이면 되긴 하지만 이더 스캔 자체가 문서 전용 서비스가 아니다보니 보기에 조금 불편한 면이 있습니다.
노트체인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글을 저장하는 DApp 입니다. 블로그 쓰듯이 웹 브라우저에서 글을 작성하면 되서, 직접 이더리움에 거래를 발생시켜 글을 저장하는 것보다는 편리하게 글을 쓰고 읽을 수 있습니다. 글은 암호화되어 저장되며, 공개 여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공개 글에는 비밀 번호를 걸어 특정 사람들만 볼 수 있게 제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더리움 기반이기 때문에 저장한 글을 읽는 것은 무료이지만, 저장할 때는 이더(가스)를 지불해야합니다.
혼자보는 글을 공책이나 개인 컴퓨터에 보관하면 그만이고, 세상에 수많은 무료 블로그 서비스, 무료 노트 서비스, 무료 노트 앱, 클라우드 파일 저장 서비스가 있는데 글 쓰는데 돈을 써야하는 노트 서비스라니. 이게 왠 해괴한 발상인가요? 프로덕트 헌트에 달린 코멘트를 보면 저만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자료를 오래 보관하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신 분이라면, 자료를 영원히 보관하고, 필요에 따라 어떤 자료는 다른 사람이 언제든지 볼 수 있게 보관하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실겁니다. 우선 개인 컴퓨터에 자료를 보관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개인 컴퓨터는 생각만큼 수명이 길지 않아서 컴퓨터를 바꿀 때마다 데이터를 옮겨야 합니다. 내 컴퓨터에 저장한 자료를 다른 사람에게 자료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웹 서버 세팅을 해야하는데, 일반 사람들이 하기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게다가 웹서버로 세팅해서 24시간 켜놓으면 비용도 생각보다 많이 나옵니다. (120W인 경우 5,600원, 300W인 경우 26,450원)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면 내 컴퓨터가 고장 나거나 교체해도 문제 없고, 다른 사람과도 쉽게 공유할 수 있으며, 비용도 저렴합니다. 하지만 서비스나 기업도 오랫동안 생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개인 컴퓨터의 수명보다도 더 빨리 사라지는 서비스가 허다하죠. 그리고 일반적인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해 글을 배포하는 경우, 서비스나 정부로부터의 검열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아무때나 수시로 메모를 하는 노트 애플리케이션으로 생각하면 참 말이 안되는 애플리케이션입니다만, 영원히 보관하거나, 검열받지 않고 배포하고 싶은 글로 한정짓는다면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일단 기존(류씨가 사용한)보다 더 편리한 방법을 제공해주고 있고, 비공개 설정, 글 수정하기 같이 기존에는 불가능한 기능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스티밋과 같이 무료이면서도 블록체인에 글을 남기고 심지어 암호화폐로 보상까지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트체인을 쓰려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있을겁니다. 사람들의 취향은 의외로 다양하고, 이 세상은 1등만 살아남는 더러운 세상은 아니니까요. 스팀잇은 비공개 글을 작성할 수 없고, 7일이 지나면 글을 수정할 수 없는데 이런게 싫어서 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히 이더리움을 좋아해서 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누군가 이더리움에 글을 남기고자 한다면 노트체인도 괜찮은 선택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