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부작으로 영국에서 등장해 인기를 얻은 <크래싱: Crashing>이 넷플릭스에 상륙했다.
국내 영드 팬들은 <스킨스>와의 스토리나 분위기의 유사함을 언급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장르를 뽑으라면 수사물과 드라마가 있겠다. 극중 인물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사건을 해결해가는 수사물은 머리를 쓰면서 생각할 수 있기에 좋고, 때로는 킬링타임용이지만 시청하는 내내 웃거나 웃픈 스토리를 보는 게 드라마를 통해 휴식을 취하는 데 그만이다. 평소 엉뚱하게 재밌는, 시트콤은 아니나 위트가 있는 드라마를 선호하는 편이다.
영국에서 지금 핫 한 여배우, 피비 월러 브리지가 주연을 맡았다. 괴짜스러우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동그란 눈이 금방이라도 장난을 칠 것 같은 개구진 얼굴의 그녀는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영드 <크래싱>은 보통이 비정상이 되는 이상한 구조이다. 엘리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공부만한 엘리트는 남을 과하게 의식하느라 본인을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괴짜들은 스스로가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폐병원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어우러져 살아가는 이야기다. 피비 월러 브리지는 <이 여자 혹시 정신병자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때로는 광기가 넘치지만, 작은 과장은 있음에도 이 여자의 모습이 우리의 현실과 상당히 겹치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초반에 그녀를 향한 낯선 눈빛이 드라마가 이어질수록 공감과 연민의 눈초리로 변하게 된다.
집값이 천정부지인 런던. 하다못해 어느 국회의원은 집 없이, 운하에 정박한 채 보트에서 생활을 하는 것이 기사에 실린 적이 있을 정도로 런던의 집세는 턱없이 비싸다. 사실 방 한 칸을 구하는 집이 없는 젊은 사람들에게 집세가 가장 큰 부담이다. 직장을 구하기 위해 런던으로 몰려오는 영국의 젊은이들과 EU국가 사람들로 런던은 방 한 칸에 80만원-100만원이 보통의 월세이다. 그 속에서 도시 <가디언>이라는 명목으로 저렴한 가격에 렌트를 할 수 있는 폐병원 공동생활. 병실이 각자의 방이고 주방이나 화장실, 샤워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니 일종의 기숙사와도 같은 생활이다.
이 속에서 직업적으로, 출신으로, 또 가치관으로 너무나 상이한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며 벌어지는 스토리를 코믹하게 담아냈다.
젊은이들의 공동생활에서 그들의 생활과 일상이 드러나는 스토리에서 현재 영국에서 자주 쓰여지는 은어나 신조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책으로 배울 수 없는 영국식, 트렌드 영어들을 배울 수 있어서 언어를 학습하는 사람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심각하지 않게, 가벼운 드라마를 웃으면서 보고, 영국 젊은이들의 트렌드와 현재 유행하는 영어표현을 익히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드라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