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박산호>의 경험을 담은 영어책 <단어의 배신>은 꽤나 흥미롭다.
<다크 할로우>, <퍼시픽 림> 등과 같은 대작을 포함 60여 종의 원서를 번역해 왔고 영어와는 뗄 수 없는 삶을 살아 온 번역가에게도 혼란을 주는 단어들에 대해 책은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공식처럼 외웠던 간단하고 사소한 단어들이 대화 속에서, 또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들이 뱉어내는 대사 속의 뜻과 의미가 다를 때 우리는 당황한다.
<단어의 배신>은 가령 곡식을 보관하는 창고라는 뜻의 아랍어 magazine에서 유래한 <잡지>라는 것은 우리가 흔히 단어를 보거나 듣고 떠올리는 것은 종이 여러 장을 묶어 책처럼 만들어낸 물체일 것이다. 그러나 간혹 소설이나 영화에서 잡지가 보이지 않는데 magazine이라는 단어가 나오니 혼란스럽고, 내가 배운 것이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 교육을 의심하고 심지어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게다가 단어가 가지는 의미들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정형화된 틀에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신조어들을 살펴봐도 그렇다. '실화'라는 표현이 실제 이야기가 아닌, 인터넷 용어로 새롭게 등장하기도 했고,
아저씨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로 드러난다. 시대가 바뀌며 사용하는 단어가 가지는 뜻과 의미가 달라지기도 또 새로 생겨나기도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고 그것이 대한민국을 넘어 다른 나라에서도 적용된다.
재미난 건, 영어를 한다고 해서 영국과 미국, 호주, 캐나다의 영어 표현이 모두가 같지 않다는 것이다. 비유나 풍자, 속어 등을 사용할 때 더욱이 그러한데 우리가 책으로 배운 영어에는 그런 것들이 표현되어 있지 않다.
이 책은 기본 영 단어에 담긴 여러 갈래의 뜻을 음미하고 다양한 쓰임과 표현을 통해 의미를 익혀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영어 교양서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기본 영 단어 100가지를 저자가 선별하여 정치와 경제, 역사, 문화 등의 상식과 곁들여 단어의 의미를 풀어가면서 딱딱한 참고서를 벗어나 읽는 재미를 가진 책을 완성시켰다.
영어가 쥐약이라고 생각하거나, 문법은 자신 있는데 어휘 표현에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단어의 배신>을 통해 영어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시각을 열어 두는 것도 영어 울렁증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