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북스 전자책 폴리애나 1] 8장. 폴리애나의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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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폴리애나의 방문

얼마 지나지 않아, 폴리가 처음 계획한 대로는 아니었지만 해링턴가에 질서란 것이 잡혀 갔다. 폴리애나는 바느질과 음악 연습을 하고, 책을 크게 읽었으며, 부엌에서 요리를 배웠다. 하지만 폴리가 처음 계획했던 만큼 이런 일에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다. 폴리애나는 자신이 말한 대로 ‘살기 위한’ 시간을 더 많이 가졌다. 매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는 자유시간이었다. 폴리 이모가 금지한 몇 가지 일만은 ‘좋아’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 붙긴 했지만. 

이 자유시간은 폴리애나를 일에서 해방시켜 주기 위한 것이었는지 폴리가 폴리애나에게서 해방되기 위한 것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어쨌든 7월에 접어들고 있었다. 폴리는 “정말 별난 아이구나!”라고 외치는 횟수가 잦았으며, 매일 읽기와 바느질 수업이 끝날 때마다 정신이 멍해지고 완전히 지쳐 버렸다.

부엌에 있는 낸시의 상황은 좀 더 나았다. 그녀는 멍해하지도 지치지도 않았다. 사실 수요일과 토요일은 낸시에게 공휴일처럼 즐거운 날이었다. 

해링턴가 인근에는 폴리애나가 어울릴 만한 아이들이 전혀 없었다. 저택은 마을 외곽에 홀로 서 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 집이 몇 채 있긴 했지만 폴리애나 또래의 아이들은 살지 않았다. 

“아니, 괜찮아요. 걸어 다니면서 길과 집들을 구경하고 사람들을 쳐다보는 것도 재미있으니까요. 난 사람들 구경하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낸시는요?”

“글쎄, 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아요.” 낸시가 간단하게 대답했다. 

화창한 오후가 되면 폴리애나는 거의 매일 심부름을 보내 달라고 졸라 댔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니다 보면 어떤 남자와 자주 마주쳤다. 하루에 다른 남자들을 아무리 많이 만났더라도, 폴리애나는 그 사람만 항상 ‘그 남자’라고 불렀다. 

그 남자는 늘 검은색 긴 코트를 입고 높은 실크 모자를 쓰고 있었다. ‘보통의 남자’라면 절대 걸치지 않을 물건들이었다. 얼굴은 깔끔하게 면도가 되어 있었고 조금 창백했다. 모자 아래로 보이는 머리카락은 조금 희끗희끗했다. 그는 등을 꼿꼿이 세우고 조금 빨리 걸었는데, 늘 혼자였다. 폴리애나는 그가 조금 측은해 보였다. 그래서 어느 날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날씨가 참 좋죠?” 그에게 다가가며 폴리애나가 명랑하게 말했다. 

남자는 주변을 급히 둘러보더니 머뭇거리며 걸음을 멈추었다. 

“지금 나한테 말한 거니?”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네. 날씨가 참 좋다고 말했어요.” 

“아! 흠!” 그는 툴툴거리더니 다시 성큼성큼 걸어갔다. 

폴리애나가 웃음을 터트렸다. 참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도 그 남자와 마주쳤다. 

“어제만큼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참 좋은 날씨죠?” 폴리애나가 명랑하게 외쳤다. 

“아! 흠!” 남자는 어제와 같이 툴툴거렸다. 폴리애나는 다시 한 번 행복하게 웃었다. 

폴리애나가 세 번째로 남자에게 똑같이 말을 걸었을 때, 남자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얘야, 넌 누군데 매일 나한테 말을 거는 거지?”

“전 폴리애나 휘티어고요, 아저씨가 외로워 보였어요. 아저씨가 걸음을 멈춰서 정말 기뻐요. 전 제 소개를 했는데, 전 아직 아저씨 이름도 모르네요.” 

“정말이지….” 남자는 말을 마치지 못하고 전보다 더 빠르게 걸어갔다. 

폴리애나는 전과 달리 실망한 듯 풀이 죽은 얼굴로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내가 한 말을 알아듣지 못했나 봐. 반만 친해졌네. 아직 이름도 모르니 말이야.” 폴리애나는 가던 길을 계속 가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녀는 오늘 스노우 부인에게 송아지족 젤리를 가져다주러 가는 길이었다. 폴리 해링턴은 일주일에 한 번 스노우 부인에게 먹을 것을 보냈다. 스노우 부인은 가엾고 병이 든 데다 같은 교회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녀를 돌보는 것은 교회 전체의 의무라고도 했다. 폴리는 보통 목요일 오후에 스노우 부인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직접 가지는 않고 낸시를 보냈다. 오늘은 폴리애나가 특별히 부탁하는 바람에 폴리의 허락을 받아 낸시에게서 심부름을 받아낸 것이었다. 

“심부름을 안 가면 저야 좋죠.” 나중에 낸시가 폴리애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아가씨에게 그 일을 떠넘기는 건 부끄러운 일인데. 미안해요. 정말이에요!” 

“하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걸요, 낸시.” 

“한 번 갔다 오면 다신 가고 싶지 않을 거예요.” 낸시가 확신에 차서 말했다. 

“왜요?” 

“아무도 가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요. 그나마 불쌍해서 사람들이 얼굴을 내밀긴 하지만 사실 아무도 아주머니 곁에 있으려 하지 않아요. 불평을 달고 사는 분이거든요. 아주머니를 돌봐야 하는 딸만 불쌍하죠.” 

“어째서요, 낸시?” 

낸시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솔직히 말해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스노우 아주머니 눈에는 다 비뚤어져 보이거든요. 심지어 요일까지 마음에 안 들어 하시죠. 월요일에는 일요일이었으면 좋겠다고 하고, 젤리를 가져다주면 분명 닭고기가 먹고 싶었다고 할걸요. 하지만 닭고기를 가져다주면 양고기 수프를 기다렸다고 말할 거예요!”

폴리애나가 웃었다. “어머, 정말 재밌는 분이시네요. 그분을 만나고 싶어요. 분명 놀랍고 무언가 다른 분일 거예요. 전 특이한 사람이 좋아요.” 

“흠! 스노우 아주머니가 특이하긴 특이하죠. 아가씨가 그분을 좋아하게 되면 좋겠네요. 여러 사람을 위해서요!” 

폴리애나는 허름하고 작은 집 대문을 들어서면서 낸시가 한 말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특이한’ 스노우 아주머니를 만날 생각에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문을 두드리자 얼굴이 창백하고 피곤해 보이는 소녀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폴리애나가 예의 바르게 말했다. “폴리 이모의 심부름으로 왔어요. 스노우 아주머니를 뵙고 싶은데요.” 

“그러세요. 뵙고 싶다고 말한 사람은 처음이네.” 소녀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지만 폴리애나는 듣지 못했다. 소녀가 돌아서서 복도 끝에 있는 문까지 길을 안내했다. 

소녀가 문을 닫고 나가자 폴리애나는 어둠에 눈이 익숙해질 때까지 눈을 깜박였다. 그러고 나자 한 부인이 침대에 반쯤 기대 앉아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폴리애나가 즉시 그쪽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스노우 아주머니? 폴리 이모가 오늘은 어떠신지 안부를 전하셨어요. 제가 송아지족 젤리를 좀 가져왔는데.” 

“이런! 젤리라고? 물론 정말 고맙지만 난 오늘 양고기 수프이기를 바랐는데.”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폴리애나가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

“어, 젤리를 가져오면 닭고기를 원하실 줄 알았는데.” 

“뭐라고?” 부인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변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폴리애나가 급히 사과했다. “물론 전혀 상관은 없어요. 그냥 낸시가 그랬거든요. 젤리를 가져가면 닭고기를 원하고 닭고기를 가져가면 양고기 수프를 원하신다고요. 하지만 다를 수도 있죠. 낸시가 잘 몰랐나 봐요.” 

병든 부인이 몸을 일으켜 침대에 바로 앉았다. 그녀에게는 정말 드문 일이었지만 폴리애나가 그 사실을 알 리 없었다. 

“이 엉뚱한 아가씨야, 넌 도대체 누구니?” 

폴리애나가 신이 나서 웃었다. 

“아, 그건 제 이름이 아니에요, 스노우 아주머니. 그런 이름이 아니라 기쁘네요! ‘헵시바’보다 더 심한 이름이 될 뻔했잖아요, 그렇죠? 전 폴리애나 휘티어예요. 폴리 해링턴 이모의 조칸데, 함께 살려고 왔어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 제가 젤리를 가져온 거죠.” 

병든 부인은 처음엔 똑바로 앉아서 귀를 기울이더니 젤리 부분을 이야기할 때에는 힘없이 베개에 누워 버렸다.

“좋아. 고맙구나. 물론 네 이모는 참 친절한 분이시지. 하지만 오늘 아침엔 그다지 식욕이 없구나. 양고기가 먹고 싶었는데….” 그녀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급하게 화제를 바꾸었다. “어젯밤에는 한숨도 못 잤어!” 

“아, 저도 잠을 자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폴리애나가 작은 스탠드 위에 젤리를 올려놓고 가까이에 있는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자는 시간이 아깝다고?” 병든 부인이 소리쳤다. 

“그럼요. 살아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죽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니 안타까운 일이죠.” 

다시 한 번 부인은 몸을 일으켰다. 

“정말 재밌는 아이로구나! 창가로 가서 커튼 좀 열어 주겠니? 어떻게 생긴 아이인지 보고 싶구나!” 

폴리애나가 일어나면서 약간 난처한 듯 웃었다. 

“이런! 주근깨가 다 보이겠네요.” 그녀는 창가로 향하며 한숨을 쉬었다. “어두워서 주근깨가 보이지 않아 기뻐하고 있었거든요. 이젠 다 보이겠어요. 아!” 그녀는 침대로 돌아오며 흥분한 듯 외쳤다. “절 보고 싶다고 하셔서 기뻐요. 이젠 저도 아주머니를 잘 볼 수 있으니까요! 아주머니가 이렇게 아름답다는 건 아무도 이야기해 주지 않았어요!”

“내가 아름답다고?” 부인이 비참한 듯 비웃었다. 

“어, 네. 모르고 계셨어요?” 폴리애나가 말했다. 

“전혀 몰랐어.” 스노우 부인이 건조하게 대답했다. 이제 마흔 살이 된 그녀는 지난 15년 동안 불평불만을 늘어놓느라 바빠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즐길 시간이 없었다.

“이런. 하지만 아주머니는 눈이 아주 크고 짙은데다 머리카락도 새까만 곱슬머리잖아요.” 폴리애나가 달콤하게 말했다. “전 검은색 곱슬머리가 좋아요. 천국에 가면 꼭 갖고 싶은 것 중 하나예요. 거기다 뺨도 붉은색이고요. 아주머닌 정말 미인이세요! 거울을 보셨다면 금세 아셨을 텐데.” 

“거울이라고!” 병든 부인이 베개에 몸을 눕히며 쏘아붙였다. “요즘엔 거울 앞에서 치장을 해본 적이 없어. 나처럼 이렇게 몸져누워 있다면 너도 아마 그럴 거야!” 

“아, 그건 그렇겠네요.” 폴리애나는 부인이 가여워졌다. “하지만 기다려 보세요. 제가 보여 드릴게요.” 그녀는 곧 화장대로 달려가 작은 손거울을 집어 들었다. 

침대로 돌아오던 그녀는 멈춰 서서 병든 부인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생각해 봤는데요, 괜찮으시면 거울을 보여 드리기 전에 제가 머리를 빗겨 드리고 싶어요. 그래도 되죠?” 

“어… 그러렴. 네가 원한다면.” 스노우 부인이 마지못해 허락했다. “하지만 곧 헝클어질 텐데.” 

“와, 감사해요. 전 머리를 빗겨 주는 걸 좋아해요.” 폴리애나가 손거울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빗을 집어 들며 기쁘게 말했다. “오늘은 대강 빗겨 드릴게요. 아주머니께 예쁜 모습을 빨리 보여 드리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조만간 전혀 새로운 모양으로 빗겨 드릴게요.” 폴리애나가 병든 아주머니의 이마 위로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을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빗겨 주며 계속 말했다. 

5분 동안 폴리애나는 날랜 솜씨로 엉킨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빗고 목덜미에 축 늘어진 머리다발을 빗어 올린 다음, 베개를 두드려 아주머니가 편하게 누울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는 동안 병든 부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계속 코웃음을 치고 있었지만, 차츰 흥분을 주체할 수 없게 되었다. 

“됐어요!” 폴리애나가 가까이 있는 꽃병에서 패랭이꽃 한 송이를 급히 집어 아주머니의 짙은 머리카락에 꽂으며 말했다. “이제 거울을 보세요!” 그녀가 의기양양해하며 거울을 집어 들었다. 

“흥!” 병든 아주머니가 자신의 모습을 진지하게 바라보다가 말했다. “난 분홍보다 빨강 패랭이꽃이 더 좋아. 뭐 어쨌든 밤이 되기 전에 다 시들어 버릴 테니 상관은 없어!”

“하지만 시들어도 기뻐하실 수 있어요. 더 많이 가지실 수 있으니까요. 아주머니의 이런 풍성한 머리카락이 참 맘에 들어요. 아주머니도 그렇죠?” 폴리애나가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음,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처럼 베개 위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다 보면 풍성한 머리도 오래가진 않아.” 

“그렇겠네요. 그래도 전 기뻐요. 그땐 제가 다시 빗겨 드릴 수 있잖아요. 어쨌든 아주머니는 머리가 검어서 기쁘시겠어요. 저처럼 노란색보다는 검은색이 훨씬 더 멋져 보여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검은색 머리카락이 뭐가 중요하겠니. 곧 희끗해질 텐데.” 스노우 부인은 투덜대긴 했지만 여전히 거울을 들고 있었다. 

“아, 전 검은 머리카락이 너무 좋아요! 제 머리카락이 검은색이라면 전 정말 기쁠 거예요.” 폴리애나가 한숨을 쉬었다. 

스노우 부인은 거울을 내려놓고 짜증스럽게 말했다. 

“글쎄, 그렇지도 않을걸! 네가 나라면 말이다. 나처럼 하루 종일 여기 누워 있어야 한다면 머리카락이 검은색이든 아니든 뭐가 기쁘겠니!” 

폴리애나는 생각에 잠긴 듯 눈살을 찌푸렸다.

“흠, 어렵긴 하네.” 그녀가 크게 중얼거렸다. 

“뭐가 말이냐?” 

“기쁘게 생각하기 말이에요.” 

“기쁘게 생각하기라니. 평생 병석에 누워 있어야 하는데 말이냐? 말은 쉽지. 기쁘게 생각할 거리가 있다면 말해 봐라. 어림도 없지!” 

놀랍게도 폴리애나는 벌떡 일어나더니 손뼉을 쳤다. 

“와, 굉장해요! 정말 어렵겠는데요, 그렇죠? 이제 가봐야 해요. 하지만 집에 가는 길에 계속 생각해 볼게요. 다음에 올 때 말씀드릴 수 있을 거예요. 안녕히 계세요.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폴리애나는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섰다. 

“난 즐겁지 않았어! 도대체 무슨 말이야?” 스노우 부인은 폴리애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거울을 집어 들더니 자신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는 것이었다. 

“어린아이가 머리 손질하는 솜씨는 있네. 이렇게 고울 줄이야. 하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부인은 한숨을 쉬며 손거울을 이불 위에 내려놓고 신경질적으로 다시 누웠다.

잠시 후 딸 밀리가 들어왔을 때, 거울은 이불 속에 살며시 감춰져 있었다. 

“어머, 엄마. 커튼이 열려 있네요!” 밀리가 창문과 엄마의 머리에 꽂힌 패랭이꽃을 놀란 눈으로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그게 어때서 그러니? 몸이 아프다고 평생 어두운 곳에 처박혀 있을 필욘 없잖니. 안 그래?” 

“그럼요. 물론 그렇죠.” 밀리가 서둘러 엄마의 비위를 맞추며 약병을 집어 들었다. “제가 몇 년 동안 더 밝은 방으로 옮기자고 했는데도 엄마가 싫다고 하셨잖아요.”

스노우 부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잠옷의 레이스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마침내 그녀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누가 새 잠옷 좀 가져다주면 좋겠구나. 양고기 수프 대신 말이야!” 

“어머, 엄마!” 

밀리가 어리둥절해 말을 잃은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뒤쪽 서랍에는 새 잠옷이 두 벌이나 들어 있었고, 밀리가 몇 달째 갈아입으라고 권하던 참이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