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북스 전자책 폴리애나 1] 5장. 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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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놀 이

“세상에, 폴리애나 아가씨. 얼마나 놀란 줄 아세요?” 낸시가 헐떡거리며 서둘러 바위 위로 올라왔을 때, 폴리애나는 내키지 않았지만 막 바위에서 미끄러져 내려오고 있었다. 

“놀랐다고요? 아, 미안해요. 하지만 나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낸시. 아빠와 부인회도 처음엔 놀랐지만 전 항상 무사히 돌아왔거든요.” 

“하지만 아가씨가 나가는 줄도 몰랐는걸요.” 낸시는 자신의 손으로 폴리애나의 손을 꼭 감싸고 언덕 아래로 서둘러 내려왔다. “나가는 것도 못 봤어요. 아무도 못 봤죠. 지붕을 뚫고 날아오른 거죠? 그렇죠?”

폴리애나가 즐겁게 깡충깡충 뛰었다. 

“그랬어요. 거의 비슷해요. 올라간 것이 아니고 내려온 것이지만요. 나무를 타고 말이에요.”

낸시가 갑자기 멈춰 섰다. 

“뭘 했다고요?” 

“나무를 타고 내려왔어요. 창문 밖으로요.” 

“어머, 세상에!” 낸시가 다시 걸음을 재촉하며 말했다. “이모가 아시면 뭐라고 하시겠어요!” 

“알고 싶어요? 그럼 이모에게 말할 테니 확인해 봐요.” 어린 소녀가 명랑하게 말했다. 

“아이고! 안 돼요, 안 돼!” 

“왜요? 이모가 꾸중하실까요?” 폴리애나가 불안한 듯 물었다. 

“아니, 음, 그래요. 신경 쓰지 마세요. 이모가 뭐라고 하시든 사실 별로 관심도 없어요.” 낸시가 머뭇거리며 답했다. 폴리애나가 야단맞지 않도록 하는 게 급선무였다. “하지만 서두르는 게 좋겠어요. 전 설거지를 해야 하거든요.” 

“제가 도울게요.” 폴리애나가 재빨리 약속했다. 

“어머, 아가씨!” 낸시가 놀라며 말했다. 

잠시 동안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하늘은 빠르게 어두워져 갔다. 폴리애나는 새로운 친구의 팔을 더 꼭 잡았다. 

“낸시를 약간 놀라게 해서 기뻐요. 이렇게 날 마중 나왔잖아요.” 폴리애나가 몸을 떨었다. 

“가엾은 아가씨! 배고프죠? 안됐지만 오늘은 나와 부엌에서 빵과 우유를 먹어야 해요. 저녁을 먹으러 내려오지 않아서 이모가 화가 났거든요.” 

“하지만 내려갈 수가 없었어요. 이곳에 올라와 있었으니까요.”

“네, 그렇죠. 하지만 이모는 그 사실을 모르시잖아요.” 낸시가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말했다. “빵과 우유에 대해서는 미안해요. 정말이에요.” 

“아, 괜찮아요. 난 기뻐요.”

“기쁘다고요? 어째서요?”

“난 빵과 우유를 좋아하거든요. 거기다 낸시와 함께 먹는 것도 좋고요. 그런 일에 기뻐하는 건 일도 아니에요.” 

“아가씨는 모든 일에 기뻐할 수 있는 모양이네요.” 낸시가 대답했다. 썰렁한 작은 다락방을 좋아해 보려고 애쓰던 폴리애나의 모습을 떠올리니 조금 목이 메었다. 

폴리애나가 나지막이 웃었다. 

“어쨌든, 그게 놀이예요.”

“놀이라고요?” 

“네. ‘그저 기뻐하는’ 놀이요.”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아, 그냥 놀이라고요. 아빠가 가르쳐 주셨는데, 정말 멋져요.” 폴리애나가 대답했다. “내가 아주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빠와 난 이 놀이를 항상 해 왔어요. 부인회원들에게도 가르쳐 드려서 그분들도 하셨죠. 몇 분만요.” 

“그 놀이가 뭔데요? 전 놀이 같은 건 잘 모르지만요.” 

폴리애나가 한숨 섞인 웃음을 지었다. 짙어지는 황혼 속에서 그녀의 얼굴은 야위고 뭔가 아쉬운 듯 보였다. 

“아, 우리는 선교 전도품 상자에 들어 있던 지팡이에서 그 놀이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지팡이라고요!” 

“네. 나는 인형을 갖고 싶었고, 아빠가 그렇게 써서 보냈죠. 하지만 전도품이 왔을 때 인형은 없고 작은 지팡이가 들어 있었죠. 어떤 아이들에게는 지팡이가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때 우리가 놀이를 시작한 거예요.” 

“글쎄, 그건 조금도 놀이 같아 보이지 않는데요.” 낸시가 짜증 난 듯 말했다. 

“아, 네. 놀이란 그저 모든 것에서 기뻐할 일을 찾는 거예요. 그게 무엇이든지요.” 폴리애나가 열성적으로 대답했다. “그래서 아빠와 난 지팡이에서 바로 놀이를 시작했어요.” 

“맙소사! 갖고 싶던 인형이 아니라 지팡이가 왔는데 대체 무얼 기뻐해요?” 

폴리애나가 손뼉을 쳤다. 

“바로 그거예요. 하지만 나도 처음에는 기쁨을 찾을 수 없었어요.” 폴리애나가 재빨리 인정했다. “하지만 아빠가 내게 가르쳐 주었죠.” 

“그럼 제게도 가르쳐 주세요.” 낸시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바보! 지팡이가 필요 없으니까 기쁜 거예요!” 폴리애나가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방법을 알고 나면 정말 쉬운 놀이라니까요!” 

“참 괴상한 놀이도 다 있네요!” 낸시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폴리애나를 바라보았다. 

“괴상한 게 아니라 멋진 거예요.” 폴리애나가 다시금 열정적으로 말했다. “아빠와 난 그때 이후로 계속 그 놀이를 했어요. 기쁨을 찾기가 어려울수록 더 재미가 있죠. 아주 가끔은 너무 어려울 때도 있었어요. 아빠가 천국으로 가 버리고 부인회밖에 남지 않았을 때처럼요.” 

“그렇네요.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저택 꼭대기의 작은 방에 들어갔을 때라든지.” 낸시가 이를 갈 듯 말했다. 

폴리애나가 한숨을 쉬었다. 

“그것도 처음에는 어려웠어요.” 폴리애나가 인정했다. “특히 외로울 때는요. 어쨌든 놀이를 할 기분이 아니었으니까요. 예쁜 것들을 갖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금세 생각을 고쳐먹었어요. 거울이 없으니 내 주근깨를 안 봐도 되고 창문 밖으로는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잖아요. 그때 저는 기쁨을 찾아낼 수 있었죠. 기쁜 일들을 찾다 보면 다른 일들은 잊게 돼요. 갖고 싶던 인형이라든지 하는 것들 말이에요.” 

“흠….” 낸시가 목에 걸린 무언가를 삼키려고 애쓰며 말했다. 

“대부분은 기쁨을 찾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요.” 폴리애나가 한숨을 쉬었다. “무심결에 기쁨을 찾은 적도 무척 많아요. 놀이에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정말 멋진 놀이예요. 아빠와 난 이 놀이를 무척 좋아했어요.”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젠 함께 놀이할 사람이 없으니 좀 어려워질 것 같아요. 폴리 이모가 놀이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마님이! 천만에!” 낸시가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저기, 폴리애나 아가씨, 제가 잘하지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방법을 알았으니 저와 함께해요. 해 볼게요.”

“와, 낸시! 정말 좋아요! 재미있을 거예요.” 폴리애나가 외쳤다. 

“어, 아마도요. 하지만 너무 기대는 하지 마요. 놀이란 건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에는 노력해 볼게요. 어쨌든 함께할 사람이 생긴 거잖아요.” 낸시는 말을 마쳤다. 두 사람은 함께 부엌으로 들어갔다. 

폴리애나는 맛있게 빵과 우유를 먹었다. 그리고 낸시가 알려준 대로 이모가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거실로 나갔다. 폴리가 차갑게 올려다보았다. 

“저녁은 먹었니, 폴리애나?” 

“네, 폴리 이모.” 

“네가 온 날 부엌에서 빵과 우유를 먹게 해서 정말 유감이구나, 폴리애나.” 

“하지만 전 정말 기뻤어요, 폴리 이모. 전 빵과 우유, 낸시도 좋아하니까요. 이모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폴리 이모가 갑자기 약간 자세를 고쳐 앉았다. 

“폴리애나, 잘 시간이구나. 피곤한 하루였을 테니. 내일은 시간표를 짜고 옷을 정리해서 필요한 것을 사도록 하자. 낸시가 초를 켜줄 거야. 조심히 가지고 가렴. 아침 식사는 7시 30분이다. 제시간에 내려오렴. 잘 자라.” 

폴리애나는 습관처럼 이모의 옆으로 달려가서 다정하게 끌어안았다. 

“오늘은 정말 재미있었어요. 이모와 사는 것이 정말 좋아질 것 같아요. 이곳에 오기 전부터 그럴 줄 알았어요. 안녕히 주무세요.” 폴리가 명랑하게 말하고는 뛰어나갔다. 

“정말이지, 별난 아이 다 보겠군!” 폴리가 중얼거리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벌을 주는데도 ‘기쁘다’, 이모는 ‘걱정하지 말라’, 그러더니 나와 사는 것이 ‘정말 좋아질’ 거라고! 정말 별난 아이야!” 폴리가 다시 책을 펼쳐 들며 고개를 저었다. 

15분 뒤, 다락방에서는 외로운 어린 소녀가 이불을 꼭 움켜쥔 채 흐느끼고 있었다. 

“아빠는 천사들과 함께 계실 테죠. 지금 난 놀이를 전혀 할 수 없어요. 조금도요. 아무리 아빠라도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 혼자 자야 한다면 전혀 기쁨을 찾을 수 없을 거예요. 낸시나 폴리 이모가 곁에 있거나 부인회라도 함께 있다면 좀 수월하겠지만!” 

아래층의 부엌에서는 낸시가 서둘러 일을 끝내고 있었다. 그릇들과 우유통을 힘주어 닦으며 혼잣말을 했다. 

“인형을 갖고 싶어 했는데 지팡이가 온 것을 기뻐하는 바보 같은 놀이가 아가씨에게 힘이 된다면 내가 함께하겠어. 내가 하고 말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