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북스 전자책 폴리애나 1] 13장. 펜들턴 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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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펜들턴 숲에서 

폴리애나는 교회에서 나와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펜들턴 언덕으로 향했다. ‘하루의 휴가’(폴리애나는 가끔 바느질이나 요리 수업이 없는 날을 이렇게 불렀다.)가 엉망이 되고 있었다. 이런 날, 조용하고 푸르른 펜들턴 숲속을 걷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었다. 폴리애나는 등 뒤에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열심히 펜들턴 언덕을 올랐다. 

“5시 반까지만 집에 돌아가면 될 거야. 길이 험하긴 하지만 숲을 돌아서 가는 편이 훨씬 더 좋겠지.” 폴리애나가 혼잣말을 했다. 

폴리애나가 익히 알고 있듯이 펜들턴 숲은 매우 아름다웠다. 하지만 오늘은 그 어떤 때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내일 지미 빈에게 실망을 안겨 줘야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크게 떠들던 부인회 사람들이 이곳에 와보면 좋겠네.” 폴리애나는 나무 꼭대기에서 반짝이는 초록 햇살 사이로 생생하게 보이는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그들도 여기 올라와 보면 마음을 바꾸고 지미 빈을 받아 주게 될 거야.” 그녀는 확신을 가지고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자신도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문득 폴리애나가 고개를 들고 귀를 기울였다. 개 한 마리가 멀리서 짖어 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이리 오렴, 개야, 이리 와!” 폴리애나가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며 길 저쪽을 바라보았다. 분명 이 개를 전에 본 적이 있었다. 그 남자, 존 펜들턴이 데리고 다니는 개였다. 잠시 이리저리 둘러보며 펜들턴을 찾아보았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폴리애나는 개에게 시선을 돌렸다.

개는 폴리애나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이상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무엇인가 경고하듯이 짧고 날카롭게 짖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앞쪽에 나 있는 길을 자꾸 왔다 갔다 했다. 폴리애나가 오솔길에 접어들자 작은 개는 후다닥 앞으로 달려갔다가 다시 돌아와 끙끙 소리를 내며 짖어 댔다. 

“어! 그쪽은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닌데.” 폴리애나는 웃으며 큰길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작은 개는 미친 듯이 날뛰었다. 폴리애나와 오솔길 사이를 이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짖어 대고 불쌍하게 끙끙댔다. 떨고 있는 작은 몸과 애원하는 듯한 눈이 무언가 말하려는 것 같았으므로, 폴리애나가 이내 눈치를 채고 개를 따라갔다. 

작은 개는 앞으로 미친 듯이 내달렸다. 얼마 가지 않아 폴리애나는 모든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오솔길에서 조금 떨어진 가파르고 이끼로 뒤덮인 큰 바위 아래에 한 남자가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었다. 

작은 가지가 폴리애나의 발아래에서 바사삭 부러지자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폴리애나는 깜짝 놀라 남자 곁으로 달려갔다. 

“펜들턴 아저씨! 다치셨어요?”

“다쳤냐고? 오, 아니야! 햇볕을 쬐며 낮잠을 자고 있을 뿐이지.” 남자가 짜증스럽게 쏘아붙였다. “이것 좀 봐. 네가 알 수 있는 게 뭐지? 할 수 있는 건? 눈치는 있는 거니?” 

폴리애나는 약간 숨이 차 헐떡거렸지만 습관처럼 남자의 질문에 하나씩 대답했다. 

“펜들턴 아저씨, 전 아는 게 별로 없어요. 할 줄 아는 것도 많지 않고요. 하지만 로손 아주머니를 빼고 부인회원들은 제가 정말 눈치가 빠르다고 했어요. 제가 그 말을 들은 건 아무도 모르지만요.” 

남자가 차갑게 웃었다. 

“얘야, 부탁이 있다. 이게 다 이 망할 다리 때문이야.” 남자는 잠시 말을 멈추고 가까스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뻗어 열쇠 뭉치를 꺼냈다. “이 길로 5분 정도 쭉 가면 우리 집이야. 이 열쇠로 출입구 옆 쪽문을 열고 들어가렴. 출입구가 뭔지는 아니?” 

“아, 그럼요. 이모 댁에도 그 위에 베란다가 있는걸요. 그 위에서 제가 잠이 들어 있는 걸 사람들이 찾아냈어요.” 

“아, 그러니! 집에 들어가서 통로로 쭉 걸어가면 끝에 문이 하나 있단다. 방 가운데에 크고 평평한 책상이 하나 있는데, 그 위에 전화가 있어. 전화는 사용할 줄 아니?” 

“네, 아저씨! 폴리 이모가 한 번은….” 

“폴리 이모 얘기는 그만해라.” 남자가 몸을 움직여 보려 노력하며 폴리애나의 말을 끊었다. 

“거기 어딘가에 있는 전화번호부에서 토머스 칠턴 선생님을 찾아 전화하렴. 책상 옆에 걸어놓은 것 같은데 아닐 수도 있고. 전화번호부는 보면 알 수 있겠지!”

“그럼요, 아저씨! 폴리 이모댁에 있는 것도 아주 좋아하거든요. 이상한 이름이 정말 많아요. 그리고….”

“칠턴 선생님에게 존 펜들턴이 펜들턴 숲의 작은 독수리 바위 아래에 다리가 부러져 쓰러져 있으니 들것과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와 달라고 말하렴. 그렇게만 말하면 그가 알아서 할 거야. 집 앞 오솔길을 따라서 오라고 해.” 

“다리가 부러지셨어요? 정말 아프시겠네요!” 폴리애나가 몸서리를 쳤다. “하지만 제가 왔으니 다행이에요. 제가 해드릴 일이….” 

“그래, 할 수 있는 일이 있어도 그만하렴! 그만 좀 떠들고 가서 내 부탁을 들어주겠니?” 남자가 작게 신음소리를 냈다. 폴리애나가 울먹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무 꼭대기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도 올려다보지 않고 잔가지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땅만 보며 뛰어갔다. 

얼마 가지 않아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전에 본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기둥이 있는 베란다와 인상적인 현관, 잿빛 돌을 높게 쌓은 육중한 모습에 폴리애나는 겁에 질리고 말았다. 하지만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손질이 안 된 커다란 잔디밭을 가로질러 저택 주위를 빙 돌아 출입구 아래에 있는 쪽문으로 달려갔다. 열쇠를 꼭 쥐고 있던 손가락이 얼얼해서 문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 드디어 멋지게 조각된 무거운 문이 천천히 열렸다. 

폴리애나는 숨을 멈추었다. 마음은 급했지만 잠깐 멈춰 서서 베란다에서 넓고 칙칙한 복도까지 두려운 시선으로 살펴보았다. 그녀의 머릿속이 여러 가지 생각으로 소용돌이쳤다. 이곳은 존 펜들턴의 집이다. 이상한 집, 주인 외에는 아무도 들어가 보지 못한 집, 어딘가에 해골이 감추어져 있는 집. 이런 무시무시한 집에 폴리애나가 홀로 들어가려는 것이다. 집 주인이 쓰러져 있다는 사실을 의사에게 전화로 알리기 위해.

폴리애나는 조금 흐느끼며 복도 끝까지 오직 앞만 보고 달려 문을 열었다. 

커다란 방은 어두운 목재와 벽걸이 때문에 복도와 마찬가지로 음침했다. 하지만 서쪽 창문으로 길게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 때문에 벽난로의 색이 바랜 놋쇠 장식이 반짝였다. 방 중앙의 커다란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도 빛나고 있었다. 폴리애나는 급히 책상 쪽으로 다가갔다. 

전화번호부는 고리에 걸려 있지 않고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폴리애나가 이것을 발견하고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칠턴’이 있을 C 페이지를 펼쳤다. 이내 칠턴의 목소리가 맞은편에서 들려왔다. 폴리애나는 떨면서 펜들턴의 메시지를 전하고 의사의 간결한 질문에 답해 주었다. 일을 마치자 폴리애나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안도의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제야 폴리애나는 주변을 잠시 둘러보았다. 진홍색 커튼과 책장으로 꽉 찬 벽, 지저분한 바닥, 정리되지 않은 책상, 셀 수 없이 많은 벽장(저들 중 한 곳에 해골이 숨겨져 있을지도 몰랐다.)을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어디를 봐도 먼지투성이였다. 그녀는 도망치듯 복도를 지나 들어올 때 반쯤 열어 두었던 커다란 현관까지 내달렸다.

다쳐서 누워 있는 남자에게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짧은 시간 안에 폴리애나는 숲으로 돌아와 그의 옆에 앉았다. 

“그래, 문제가 뭐니? 못 들어간 거니?” 남자가 물었다.

폴리애나가 눈을 크게 떴다. 

“당연히 들어갔죠! 못 들어갔다면 제가 어떻게 여기 있겠어요! 의사 선생님이 사람들과 필요한 물건을 가지고 최대한 빨리 오실 거예요. 아저씨가 어디 계신지 알겠다고 해서 안내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빨리 돌아왔죠. 전 아저씨 옆에 있고 싶었거든요.” 

“그랬니?” 남자가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글쎄, 난 그다지 좋은 친구가 되어 주지 못할걸. 넌 좀 더 유쾌한 친구를 찾아야 할 거야.” 

“아저씨가 화를 잘 내기 때문인가요?” 

“솔직히 말해 줘서 고맙구나. 바로 그거란다.” 

폴리애나가 부드럽게 웃었다. 

“하지만 아저씨는 겉으로만 그렇지 속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은걸요!” 

“그걸 어떻게 알지?” 남자가 머리만 살짝 돌려 보려고 애쓰며 물었다. 

“아, 알 수 있는 방법이야 많죠. 예를 들면, 이 개를 대하는 태도라든지.” 폴리애나는 개의 윤기 나는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남자의 길고 호리호리한 손을 가리키며 말했다. “개나 고양이가 사람들보다 훨씬 더 사람들의 속마음을 잘 아는 것은 정말 재미있는 일이죠. 그렇지 않아요? 아, 제가 머리를 받쳐 드릴게요.” 

폴리애나가 부드럽게 머리를 받쳐 주는 동안 남자는 몇 번이나 움찔하며 신음소리를 냈다. 하지만 결국 폴리애나의 무릎이 이제까지 머리를 얹고 있던 바위에 비해 훨씬 편안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흠, 훨씬 좋구나.” 남자가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렸다.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폴리애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가 잠든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신음소리를 삼키려고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덩치 큰 몸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 손은 꽉 쥔 채 미동도 없이 옆에 늘어져 있었고, 쫙 핀 다른 손은 개의 머리 위에 얹고 있었다. 개도 움직이지 않고 열심히 주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이 흘렀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나무 아래 그림자가 더욱 길어졌다. 폴리애나는 거의 숨도 쉬지 않는 것처럼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이 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새 한 마리가 겁도 없이 내려앉았고 다람쥐가 나뭇가지 위에서 흔들고 있는 복슬복슬한 꼬리가 그녀의 코에 거의 닿을 지경이었다. 

마침내 개가 주인의 귀를 살짝 깨물며 부드럽게 끙끙거리더니 점차 짧고 날카롭게 짖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폴리애나의 귀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남자 세 명이 들것과 여러 가지 물건을 들고 나타났다. 

키가 가장 크고 깔끔하게 면도를 한 남자, 상냥한 눈빛을 한 그 사람이 ‘칠턴 선생님’임을 폴리애나는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꼬마 아가씨, 간호사 놀이를 하고 있는 건가?”

“아니에요, 선생님.” 폴리애나가 웃었다. “아저씨의 머리를 받치고 있었던 것뿐이에요. 약을 한 알도 못 드셨어요. 하지만 제가 이곳에 있어서 기뻐요.” 

“나도 그렇구나.” 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친 남자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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