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부인회 앞에서
부인회 모임이 있는 날, 해링턴 저택의 점심 식사는 아주 조용했다. 폴리애나는 말을 해보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주로 말하는 도중에 “기쁘다”라는 말로 네 번이나 말을 끊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폴리애나의 얼굴이 붉어지는 꽤나 편치 않은 일이었다. 다섯 번째로 말을 실수하자 폴리가 지친다는 듯 머리를 저었다.
“얘야, 얘야, 그렇게 말하고 싶으면 말을 해라.” 폴리가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법석을 떨 바에는 차라리 그게 낫겠구나.”
폴리애나의 작은 얼굴이 밝아졌다.
“와, 감사해요. 그 말을 하지 않는 것이 꽤나 어려웠거든요. 아시다시피 아주 오랫동안 그 놀이를 해 왔으니까요.”
“뭘… 했다고?” 폴리가 물었다.
“그 놀이요. 아빠가….” 또다시 해서는 안 될 말을 했음을 알아차린 폴리애나가 얼굴을 붉히며 말을 멈췄다.
폴리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후 식사 시간은 조용히 흘러갔다.
잠시 후, 폴리애나는 폴리 이모가 두통 때문에 부인회에 참석하지 못하겠다고 목사 부인에게 전화하는 말을 듣고서도 그다지 서운하지 않았다. 폴리 이모가 위층 폴리애나의 방에 왔을 때에는 짐짓 두통이 걱정되는 듯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부인회 앞에서 지미 빈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오후 모임에 이모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모가 지미 빈을 어린 거지라고 부른 것을 잊을 수 없었다. 폴리애나는 폴리 이모가 부인회 앞에서 그를 거지라고 부르기를 바라지 않았다.
폴리애나는 집에서 800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교회 옆 성당에서 두 시에 부인회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은 세 시 조금 전에 그곳에 도착하기로 했다.
“모두 다 참석했으면 좋겠는데.” 폴리애나가 혼잣말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지미 빈을 데려가고 싶을 사람이 안 나올 수도 있으니까. 부인회는 두 시지만 사람들이 모이는 건 항상 세 시지. 부인회는 늘 그러니까.”
폴리애나는 조용하게, 그렇지만 자신감 넘치는 용기를 가지고 성당 계단을 올라가 현관에 들어갔다. 왁자지껄한 여자들의 떠드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잠깐 머뭇거리던 폴리애나는 안쪽 문 하나를 열었다.
폴리애나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말소리가 뚝 끊겼다. 폴리애나는 약간 소심하게 앞으로 나갔다. 막상 시간이 닥치니 그녀답지 않게 부끄러워진 것이다. 반은 익숙하고 반은 낯선 이 얼굴들은 그녀가 따르던 그 부인회가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부인회 여러분.” 폴리애나가 예의 바르게 더듬더듬 말을 시작했다. “저는 폴리애나 휘티어예요. 몇몇 분은 절 아시리라 생각해요. 전 여러분 모두를 개인적으로는 알지 못하지만 부인회가 하는 일은 잘 알아요.”
이제는 완전히 조용해졌다. 어떤 부인들은 동료 회원의 조금 별난 이 조카를 알고 있었고 거의 대부분이 그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저… 저는 여러분에게 어떤 얘기를 해 드리려고 왔어요.” 폴리애나가 말을 더듬었지만 잠시 후 자신도 모르게 아빠의 말투를 따라하고 있었다.
부인들의 옷자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네 이모가 보낸 거니?” 목사 아내인 포드 부인이 물었다.
폴리애나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아, 아니에요. 저 혼자 온 거예요. 전 부인회에 익숙하거든요. 아빠와 함께 절 키워 주신 분들도 부인회였죠.”
누군가가 신경질적으로 킥킥거렸고, 목사 부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 무슨 일이니?”
“어… 지미 빈에 관한 얘기예요. 고아원밖에 갈 곳이 없는 아이인데, 고아원은 이미 꽉 차서 그 아이를 받고 싶어 하지 않는대요. 물론 그 아이 생각이지만요. 그래서 다른 곳을 찾고 있어요. 그는 선생님이 아니라 엄마가 있는 평범한 집을 원해요. 가족 말이에요. 그 아인 열 살이고 이제 곧 열한 살이 돼요. 여러분 중에 그 아이를 데려가실 분이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무슨 이런 일이!” 폴리애나의 말이 끝나자 멍한 듯 이어지던 침묵을 깨고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폴리애나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사람들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아, 깜박했네요. 그는 일도 할 거예요.” 폴리애나가 열정적으로 덧붙였다.
여전히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고는 한두 명의 부인이 그녀에게 냉담하게 질문했다. 잠시 후, 그들이 이야기를 다 듣고 자기들끼리 서로 활발하게, 하지만 별로 즐겁지 않은 듯 논의를 시작했다.
폴리애나는 늘어가는 걱정으로 귀를 쫑긋 세웠다. 그들이 하는 말을 다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그에게 집을 내어줄 부인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비록 어린 남자아이가 없는 집이 몇몇 있었기 때문에, 모든 부인들이 누군가가 그를 데려갈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긴 했지만, 자신이 그를 데려가겠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다 목사 부인이 조심스럽게, 올해는 멀리 있는 인도 아이들에게 많은 돈을 보내는 대신 지미를 후원하고 교육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러자 많은 부인들이 활발하게 논의를 시작했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떠들어 댔고 전보다 더 내키지 않는 듯 큰 목소리로 고함을 쳤다. 이 부인회는 인도의 전도사업 쪽에서는 꽤 유명한 듯 보였고, 올해 기부금을 줄이는 것은 치욕스러운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폴리애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들은 마치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보고서’에서 부인회 이름 옆에 쓰여 있는 기부금이 제일 많기만 하면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당연히 부인회가 그럴 리는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이 너무 혼란스럽고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밖으로 나와 신선한 공기를 조용히 들이마시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하지만 폴리애나는 너무 슬펐다. 부인회가 ‘보고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마을의 어린 소년에게 돈을 쓰기보다는 인도의 아이들에게 모든 돈을 보내기로 했다는 말을 내일 지미 빈에게 전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인도 아이들에게 돈을 아예 보내지 말라는 것도 아니었는데.” 잔뜩 풀이 죽은 폴리애나가 터덜터덜 걸어가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우리 동네의 아이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어. 그저 멀리 있는 아이들만 중요하고. 하지만 지미 빈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즐거울 텐데. 보고서 따위를 보는 것보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