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지미라는 아이
8월이 다가왔다. 8월에는 몇 가지 놀라움과 변화가 있었지만 그 어떤 것에도 낸시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폴리애나가 도착한 후로 낸시는 놀라움과 변화를 고대하게 되었다.
그 첫 번째 사건은 고양이였다.
폴리애나가 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불쌍하게 울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지만 아무도 주인이라고 나서지 않자, 폴리애나는 당연한 듯 그 고양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서 기뻐요.” 폴리애나가 이모에게 행복한 듯 말했다. “제가 데려오고 싶었거든요. 전 고양이를 무척 좋아해요. 이모도 고양이랑 같이 살게 되면 기쁘실 거예요.”
폴리는 폴리애나의 품에서 떨고 있는 잿빛 털 뭉치의 작은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폴리는 고양이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예쁘고 건강하고 깨끗한 고양이라도 말이다.
“으! 폴리애나! 그 더러운 고양이는 뭐니! 병에 걸렸나 보다. 온통 부스럼에 벼룩투성이구나.”
“그러니까요. 불쌍하기도 하지.” 폴리애나가 고양이의 겁에 질린 눈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게다가 계속 떨고 있어요. 겁에 질렸나 봐요. 우리가 키우기로 한 걸 모르는 모양이에요.”
“아무도 모르고 있지.” 폴리가 말에 힘을 주며 외쳤다.
“아, 사람들은 다 알아요.” 폴리애나가 이모의 말을 완전히 잘못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주인을 찾지 못하면 우리가 키울 거라고 사람들에게 다 말했거든요. 이모도 이 작고 불쌍한 녀석을 맡게 돼서 기쁘시죠?”
폴리의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 무슨 말을 해보려 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폴리애나가 도착한 이후 줄곧 그녀가 느끼던 이 알 수 없는 난감함이 또다시 엄습해 온 것이다.
“전 다 알아요. 저도 맡아 길러 주셨는데, 집을 잃고 헤매는 작고 외로운 고양이도 모른 척하지 않으시겠죠. 이모가 허락할지 포드 아주머니가 물으셨을 때도 그렇게 말했어요. 제겐 부인회라도 있었지만 이 고양이에겐 아무도 없어요. 이모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폴리애나는 기쁜 듯이 방을 뛰어나갔다.
“하지만 폴리애나, 폴리애나.” 폴리가 항의하듯 고함쳤다. “난 싫다.” 하지만 폴리애나는 이미 부엌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낸시, 낸시, 이 작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좀 봐요. 폴리 이모랑 나랑 같이 기를 거예요!” 고양이를 싫어하는 폴리는 경악하며 방 안 의자에 맥없이 앉아 버렸다.
다음 날은 고양이보다 훨씬 더럽고 몰골이 엉망인 개였다. 그리고 말도 안 되게도 폴리는 다시 한 번 친절한 보호자, 자비로운 천사가 되었다. 폴리애나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당연한 듯 안기는 바람에, 고양이보다 훨씬 더 개를 싫어하는 폴리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항변 한마디 못하고 개를 떠맡은 것이다.
하지만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폴리애나가 누더기를 걸친 작은 소년을 데려와 키워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을 때는 폴리도 잠자코 있을 수가 없었다. 그 사건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어느 화창한 목요일 아침, 폴리애나는 송아지족 젤리를 가지고 스노우 부인댁에 갔다. 스노우 부인과 폴리애나는 이제 아주 친한 사이가 되었다. 이들의 우정은 폴리애나가 세 번째로 방문한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폴리애나가 스노우 부인에게 놀이에 대해 이야기한 다음부터다. 이제 스노우 부인은 폴리애나와 그 놀이를 하고 있다. 물론 부인은 아직 그 놀이를 잘하지 못한다. 너무 오랫동안 모든 일에 불평해 온 탓에 이제는 어떤 일에 기쁨을 느끼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폴리애나의 쾌활한 설명과 즐거운 웃음 덕분에 부인의 실력은 빠르게 늘고 있었다. 그날은 마침 먹고 싶던 참에 송아지족 젤리를 가져와 기쁘다고 말해 폴리애나를 크게 기쁘게 했다. 폴리애나가 목사님 사모님이 이미 오늘 똑같은 젤리를 한 그릇 가득 보내왔다는 이야기를 밀리로부터 전해들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폴리애나는 그런 사실을 떠올리며 걷다가 한 소년을 보았다.
그 아이는 길가에 혼자 쭈그리고 앉아 작은 막대기를 성의 없이 깎고 있었다.
“안녕.” 폴리애나가 애교 있게 웃으며 말했다.
소년은 힐끗 한 번 올려다보았을 뿐 곧바로 고개를 돌리고 혼자 중얼거렸다.
“너나 안녕해라.”
폴리애나가 웃었다.
“송아지족 젤리를 준다 해도 전혀 기뻐할 것 같지 않은 얼굴이네.” 폴리애나가 킥킥 웃으며 소년 앞에 멈춰 섰다.
소년은 놀란 표정으로 폴리애나를 바라보고는 이가 빠진 무딘 칼로 다시 막대기를 깎기 시작했다.
폴리애나는 머뭇거리다가 소년 옆에 풀썩 주저앉았다. 부인회에 익숙해져 있어서 또래 아이가 없어도 상관없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가끔은 또래 친구가 있기를 바랐다. 그러니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내 이름은 폴리애나 휘티어야. 넌?” 폴리애나가 즐겁게 말을 걸었다.
불안한 듯 두리번거리던 소년은 일어나려 하다가 다시 주저앉았다.
“지미 빈.” 소년이 불친절하고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와! 이름을 알려 줘서 기뻐. 말해 주지 않는 사람들도 있거든. 난 폴리 해링턴 댁에서 살아. 넌 어디에 사니?”
“아무 데도.”
“아무 데도라니! 그럴 순 없지. 모두가 사는 곳이 있는걸.” 폴리애나가 말했다.
“글쎄, 난 없어. 지금 당장은. 새로 있을 곳을 찾는 중이야.”
“어머, 그게 어딘데?”
소년이 폴리애나를 흘겨보았다.
“바보 같긴! 그걸 알면 내가 왜 찾겠냐?”
폴리애나도 약간 화가 치밀었다. 이 아이는 친절하지도 않고, 게다가 그녀는 ‘바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또래 아이이니 어쩔 수 없다. “전에는 어디 살았는데?”
“귀찮게 물어보지 좀 마!” 소년이 짜증을 냈다.
“하지만 이렇게 묻지 않으면 너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잖아. 네가 자세히 말해 주면 나도 귀찮게 묻지 않을 거야.”
소년이 짧게 웃었다. 유쾌한 웃음은 아니었지만 조금은 멋쩍은 듯한 웃음이었다. 말할 때 표정이 조금은 풀어져 있었다.
“좋아, 그럼 말해 주지! 난 지미 빈이고 열 살이야. 곧 열한 살이 되지. 작년에 고아원에 왔는데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내가 들어갈 틈이 없었어. 어쨌든 나도 바라지 않았지만. 그래서 그곳을 나왔고, 살 곳을 찾아봐야 하는데 아직 찾지 못했어. 난 평범한 가정집을 찾고 있어. 선생님이 아닌 엄마가 있는 집 말이야. 넌 집이 있다니 가족도 있겠구나. 그런데 난 가족이 없어. 아빠가 돌아가셨거든. 그래서 지금 집을 찾고 있는 거야. 네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날 원하지 않아. 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뭐 더 알고 싶은 것 없니?” 마지막 두 문장을 말하는 소년의 목소리가 조금 갈라졌다.
“어머, 정말 딱하구나!” 폴리애나가 동정하며 말했다. “아무도 널 원치 않는단 말이야? 오, 세상에! 네가 어떤 기분일지 잘 알아. 아빠가 돌아가신 후 내게도 부인회밖에는 없었거든. 폴리 이모가 날 데려가겠다고 하기 전까지는.” 폴리애나가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뭔가 엄청난 생각이 떠오른 것임은 그녀의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네게 딱 맞는 곳이 있어. 폴리 이모라면 널 받아 주실 거야. 분명 그러실 거야! 나도 맡아 주셨는걸. 그리고 플러피랑 버피도. 사랑해 주는 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었는데 말이야. 고양이와 개일 뿐인데도 받아 주셨어. 어서 와. 폴리 이모가 널 맡아 주실 거야! 이모가 얼마나 착하고 친절하신데!”
지미 빈의 야윈 얼굴이 환해졌다.
“정말이야? 이모가 날 받아 주실까? 난 일도 할 거야. 진짜 힘이 세다고!” 그가 작고 앙상한 팔을 들어 보였다.
“물론 받아 주실 거야! 우리 엄마가 하늘에서 천사가 되어 버렸으니, 이제는 폴리 이모가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분이시지. 방들도 많아.” 폴리애나가 벌떡 일어나 소년의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놀랄 만큼 큰 집이야. 아마 너도 놀랄걸.” 그러다 폴리애나는 조금 걱정스러운 듯이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데 다락방에서 자게 될지도 몰라. 나도 처음엔 그랬거든. 하지만 이제는 커튼도 있으니 그렇게 덥진 않을 거야. 파리가 다리에 더러운 것들을 묻혀서 들어오지도 않을 테고. 파리에 대해 알고 있었어? 정말 재미있었어! 네가 잘만 하면, 그러니까 말을 안 들으면 그 책을 읽으라고 하실지도 몰라. 그리고 너도 주근깨가 있네. 그러니 거울이 없어서 다행일 거야. 게다가 바깥 풍경은 어떤 그림보다 더 훌륭해. 그러니까 넌 그 방에서 자는 걸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 그건 내가 잘 알아.” 폴리애나는 말하느라 잊고 있었던 숨을 몰아쉬듯 헐떡거렸다.
“세상에!” 지미 빈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짧게 소리쳤다. “너처럼 그렇게 뛰면서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야. 질문할 틈도 없네!”
폴리애나가 깔깔댔다.
“그럼 넌 그걸 기뻐하면 되겠네. 내가 말하는 동안에는 넌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 말이야!”
집에 도착하자 폴리애나는 주저 없이 소년을 놀란 이모에게로 데려갔다.
“폴리 이모, 여기 좀 보세요!” 폴리애나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이모가 키우시기에 플러피나 버피보다 훨씬 더 멋진 아이를 데려왔어요. 정말로 살아 움직이는 남자아이예요. 처음엔 다락방에서 자는 것도 괜찮고요, 일도 할 수 있대요. 하지만 저랑 놀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창백했던 폴리의 얼굴이 이내 새빨개졌다.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충분히 알 것 같았다.
“폴리애나, 그게 무슨 말이니? 이 더럽고 작은 소년은 누구냐? 어디서 그 아이를 발견한 거야?” 폴리가 날카롭게 물었다.
‘더럽고 작은 소년’은 한 발짝 물러나 문을 바라보았다. 폴리애나가 즐겁게 웃었다.
“이런, 제가 이름을 말씀드리는 걸 깜박했네요! 그 남자처럼 말이에요. 이 아이도 더럽죠? 그러니까 이모가 플러피랑 버피를 맡으셨을 때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씻기만 하면 곧 깨끗해질 거예요. 플러피랑 버피처럼요. 아, 제가 또 깜박했네요.” 폴리애나가 잠시 말을 멈추고 웃었다. “이 아이는 지미 빈이에요, 폴리 이모.”
“저 아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이모, 제가 방금 말씀드렸잖아요!” 폴리애나의 눈이 놀라움으로 동그래졌다. “이모를 위해 여기 있는 거예요. 제가 집으로 데려왔어요. 여기서 함께 살려고요. 이 아이에게는 집과 가족이 필요해요. 이모가 저랑 플러피랑 버피에게 얼마나 잘해 주시는지 말했어요. 이모가 그를 받아 주실 거라는 것도요. 이 아인 고양이나 개보다 훨씬 멋지니까요.”
폴리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떨리는 손을 목에 갖다 댔다. 예전의 그 무기력함이 또다시 그녀를 덮쳐 오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폴리는 애써 정신을 차리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만 됐다, 폴리애나. 지금까지 네가 한 일 중에 가장 어처구니가 없구나. 떠돌이 고양이나 벼룩투성이의 개도 모자라 길거리에 돌아다니던 누더기 거지 아이를 집에 데려와야만 하겠니?”
소년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의 눈은 번쩍였고 턱은 치켜 올려졌다. 소년은 작은 다리로 성큼 두 걸음 앞으로 나가 폴리와 겁 없이 마주 섰다.
“전 거지가 아니에요, 아주머니. 원하는 것도 아무것도 없고요. 먹여 주고 재워 주는 대가로 물론 일을 할 거예요. 이 여자애가 아주머니는 너무 친절하고 좋으신 분이라며 나를 기꺼이 이 집에 있게 할 거라고 말하면서 나를 끌고 오지 않았다면 이 낡은 집에 오지도 않았을 거예요. 이제 됐습니다!” 소년은 홱 돌아섰다. 초라해 보이지 않기 위해 어울리지도 않게 당당한 척 방을 나섰다.
“아, 폴리 이모. 이모가 저 애를 기쁘게 받아들이실 줄 알았어요! 정말이지 이모가 기뻐하실 거라고….”
폴리가 조용히 하라는 위압적인 손짓으로 손을 치켜들었다. 마침내 폴리의 인내심이 무너졌다. 소년의 ‘친절하고 좋으신 분’이라는 말이 아직도 귓가에 울리고 있었고, 예전의 무기력함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남은 의지력을 총동원하고 있었다.
“폴리애나, 그 끝도 없는 ‘기쁨’이란 단어는 그만 좀 쓸 수 없겠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쁘다’, ‘기쁘다’, ‘기쁘다’. 내가 미쳐 버릴 것 같구나!”
깜짝 놀란 폴리애나의 턱이 쩍 하고 벌어졌다.
“어머, 폴리 이모.” 폴리애나는 숨이 가빴다. 제가 기뻐하는 걸 이모도 기뻐하… 아!” 폴리애나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손으로 입을 막더니 급히 방을 나가 버렸다.
소년이 집 밖으로 나가는 진입로 끝에 다다르기 전에 폴리애나는 그를 따라잡았다.
“얘! 얘! 지미 빈! 정말 미안해.” 폴리애나가 소년을 잡아당기며 헐떡거렸다.
“미안할 거 없어! 널 원망하지 않아.” 소년이 뚱하게 대꾸했다. “하지만 난 거지가 아니야!”
“물론 아니지! 하지만 이모를 비난해서는 안 돼.” 폴리애나가 호소했다. “아마도 내가 소개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어쨌든 네가 어떤 아이인지 차근차근 설명하지 않았으니까. 이모는 정말 친절하고 좋은 분이셔. 항상 그랬어. 하지만 오늘은 내가 설명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 그렇지만 네가 있을 다른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소년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몸을 돌렸다.
“신경 쓰지 마. 내가 직접 찾을 테니까. 난 거지가 아냐.”
폴리애나는 생각에 잠긴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다 갑자기 환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무얼 할지 들어 볼래? 오늘 오후에 부인회 모임이 있어. 폴리 이모한테 들었거든. 내가 부인회에 가서 네 얘기를 할 거야. 아빠는 원하는 것이 있으면 항상 그렇게 하셨거든. 이교도를 전도하는 것이라든지 새 카펫 같은 것들 말이야.”
소년이 성난 듯 돌아섰다.
“나는 이교도도 아니고 새 카펫도 아니야. 게다가 부인회는 또 뭐야?”
폴리애나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지미 빈, 넌 어디서 자랐기에 부인회를 모르는 거야!”
“아, 됐어. 말해 주지 않아도 돼.” 소년은 관심 없다는 듯 앞으로 걸어가며 불평했다.
폴리애나가 금세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건… 그냥 여러 부인들이 모여서 바느질하고 식사도 하고 돈도 모으고 이야기도 하는 거야. 그게 부인회지. 그들은 정말 친절해. 내 고향에서는 그랬어. 이곳 부인회는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부인회는 항상 좋으니까. 오늘 오후에 네 이야기를 하러 갈 거야.”
다시 한 번 소년이 성난 듯 돌아섰다.
“절대 그러지 마! 이번에는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부인들에게 거지 소리를 들으며 서 있게 되겠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아, 넌 가지 않을 거야.” 폴리애나가 재빨리 대답했다. “나 혼자 갔다 와서 얘기해 줄게.”
“혼자 간다고?”
“그래. 이번엔 더 잘 이야기할 거야.” 소년의 표정이 조금 수그러드는 것을 확인한 폴리애나가 얼른 덧붙였다. “거기엔 널 흔쾌히 데리고 갈 사람이 분명 있을 거야.”
“난 일도 할 거란 걸 잊지 말고 이야기해.” 소년이 주의를 주었다.
“물론이지.” 소년이 넘어간 듯 보였으므로 폴리애나는 기쁜 듯 약속했다. “내일 결과를 알려 줄게.”
“어디서?”
“오늘 너를 만났던 그 길에서. 스노우 아주머니 집 근처 말이야.”
“좋아. 거기 있을게.” 소년은 잠시 멈췄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오늘 밤에는 고아원으로 돌아가는 것이 낫겠지. 지낼 곳이 없으니까.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거길 나올 생각이 아니었어.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던 거지. 돌아오지 않을 거란 말도 하지 않았어. 언젠가 내가 나타나지 않아도 전혀 걱정하지 않을 사람들인 것 같긴 하지만 말야. 알다시피 그들은 가족이 아니잖아. 나에겐 신경도 쓰지 않아!”
“나도 이해해.” 폴리애나가 잘 알겠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분명 내일 만날 때는 너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줄 가족과 집이 생기게 될 거야. 잘 가!” 폴리애나는 밝게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시각, 폴리는 거실 창문에서 두 아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구불구불한 길 너머로 소년이 사라질 때까지 침울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한숨을 쉬며 돌아서서 생기 없게 위층으로 올라갔다. 폴리는 보통 그렇게 축 처져 있지 않았다. 소년이 ‘정말 친절하고 좋으신 분’이라고 비웃 듯이 한 말이 아직도 귀에 맴돌았다. 그녀의 마음속에 이상한 적막감이 맴돌았다. 뭔가 잃어버린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