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섬이 있는 영화 '일 포스티노'

kangsukin(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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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kangsukin@kangsukin 입니다.
"The real voyage of discovery consists not in seeking new landscapes but in having new eyes." (Marcel Proust)

누군가가 시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일 포스티노'라는 영화를 봐라라고 말합니다. 시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마음으로 읽고 써야하는지 영화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원작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라는 책이기에 책을 보셔도 무방합니다.

영화는 1994년에 개봉해 좀 오래된 감이 있지만 지금까지도 이 영화가 회자되는 것을 보면 괜찮은 작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주인공 마리오 루폴로 역을 맡은 마씨모 트로이시는 영화 촬영 10주 기간동안 심장병을 앓고 있는 시한부의 몸으로 열연했고, 촬영 종료 12시간 후 안타깝게 사망했습니다.

영화에 대한 줄거리 설명보다는 3가지 다른 질문을 하고자 합니다.

<마리오의 삶과 나의 삶의 차이>

우선 영화 속에 등장하는 마리오라는 인물은 정말로 도시 문명과는 동떨어진 순박한 사람입니다. 처음 등장부터 섬에서 떠난 친구들이 미국에서 보낸 자동차 사진을 보며 부러워하고, 우체국에서 일을 구할 때도 돈을 받는 것에 대해 많고 적느냐에 신경을 쓰는게 아니라 일을 한다는 것 자체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마리오의 삶은 짧은 시간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대화에서나 여러 상황을 대처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약간은 나이에 맞지 않게 덜 성숙하고 어눌했습니다. 그러나 파블로 네루다라는 시인을 만나면서 글을 읽을 줄만 아는 사람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네루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사회주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가 시위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처음엔 글밖에 읽지 못하는 사람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눈을 가지고 나중에는 사상에까지 눈을 뜨게 된 것을 보면 마리오의 삶은 짧지만 정말로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의 삶과 마리오의 삶은 닮은 부분도 있고 전혀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나 자신부터가 영화를 보면서 저렇게 순수한 사람이 아직 존재할까라는 생각을 먼저 했었습니다. 환경이 달라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세상에서는 저런 순수함을 찾기란 참 힘든 것 같습니다. 항상 어떻게 하면 더욱더 풍요롭게 살 수 있고 어느 정도를 벌어야 성공한 인생인가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살기 때문이죠.

영화에서 마리오는 물질적으로 보다는 정신적 풍요를 즐기면서 살아갑니다. 정신적으로 성찰하는 과정에서 처음에 어눌하고 소심했던 모습보다 더욱 더 당당하고 확고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지금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보였습니다. 우리의 모습은 이러한 내면변화를 인지하는 것보다는 사회 현실에 그냥 적응해 가는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리오의 삶과 우리의 삶이 꼭 다른 것만은 아닙니다. 마리오는 베아트리체를 본 순간 사랑에 빠집니다. 섬의 아름다움을 베아트리체라는 여자의 이름으로 대신 할 만큼 깊은 사랑에 빠지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은유라는 기법을 사용하여 고백합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끝내 사랑을 이루며 결혼을 하게 되는 모습을 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과 그것을 이루어가는 과정은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파블로 네루다가 사회주의 혁명시인인데, 여성에게 인기 있었던 이유>

파블로 네루다는 사회주의 정치가이며 혁명 시인입니다. 혁명시 외에 연애시도 유명해서 여성독자들이 많았습니다. 사회주의, 혁명같은 키위드만 본다면 과연 네루다라는 시인이 어떻게 연애와 관련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질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네루다는 부인을 부를 때 '사랑'이라고 부릅니다.

보통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네루다는 비유와 은유적 표현을 많이 사용하며 낭만적입니다. 사랑의 감정이나 낭만적인 표현들이 사회주의와 혁명과 관련이 전혀 없는것이 아닙니다. 네루다가 혁명시를 쓴 계기를 보면 정치가로 활동할 때 자신이 사는 환경과 너무 다른 곳에서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의 한마디가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감정들이 평등과 함께 연민, 사랑의 감정과 뒤섞이게 되고 네루다의 내면도 그러한 것들로 가득 채워졌을 것입니다.

<비유가 인간에게 하는 역할>

영화에서 '비유'라는 표현 방법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자신의 부인에게 비유를 통해서 사랑을 얻었으며, 마리오 역시 자신이 사랑하는 베아트리체에게 사랑고백을 할때도 비유를 사용했었습니다. 우편배달부로 네루다의 집에 찾아갔을때 처음 만났던 장면에서 '비유'라는 표현이 없었더라면 과연 저 두사람의 관계는 어땠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비유'라는 표현은 인간 생활에 매우 중요하게 쓰입니다. 영화에서 만약 마리오가 베아트리체에게 처음 접근했을때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더라면 어땠을까요?

바로 거절당함과 동시에 만나기조차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미소가 나비 날개처럼 펼처집니다"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눈길조차 주지않던 베아트리체는 관심을 가지게 되고 여러 비유적 표현들을 통해서 더욱더 사랑에 빠지게 만듭니다.

처음 만났던 장면에서 네루다가 왜 그렇게 우체통처럼 서있냐는 말에 마리오는 "장승처럼요?"라고 되받아 묻고 이에 네루다는 "장기판 말처럼 요지부동이었어"라고 답합니다. 이에 마리오는 다시 "도자기 인형보다도 조용했지요."라고 되받아 말합니다. 그러면서 둘은 서로 관심을 갖게 되고 친해집니다. 살아온 환경이나 지위면에서 본다면 하늘과 땅 차이인 이 두사람이 비유라는 표현방법으로 주고 받음을 통해 감정적으로 교감을 한 것입니다. 만약 이 상황에서 비유가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그냥 우체부와 어떤 한 사람의 관계로 그냥 끝났을 것입니다.

섬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단순히 '아름답다'라는 한마디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작은파도, 큰파도, 절벽에 이는 바람소리, 나뭇가지에 부는 바람소리, 내 아버지의 서글픈 그물 등으로 묘사합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현실에서도 '비유'라는 표현 방법은 매우 중요하게 쓰이고 삶을 더욱 더 매끄럽게 해줍니다. 예를들면 아주 멋진 강을 봤을 때 '강이 참 멋지다'라는 말로 끝내기 보다는 '강이 참 아기의 얼굴처럼 해맑다', '투명한 유리처럼 맑다' 등의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느끼는 감정의 정도가 다릅니다.

회사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일 좀 똑바로 해라"라는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부지런한 개미였으면 좋겠다"같은 완곡한 표현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비유'는 직설보다는 어떤 것에 빗대어 나타내기 때문에 한번 더 그 말을 음미하게 되고 여러번 생각하게 하는 여운의 효과가 있습니다.

갑자기 떠오르는 질문 하나 더!
'유병재'씨는 이 영화를 감명깊게 봤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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