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8] 우리의 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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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라이카X)-2015년05월04일120.jpg


어제 새벽에 떠난 너는
오늘의 달이 고개를 넘어갈 때 쯤이 되어서야
젖은 미역같은 발걸음으로 돌아와
밤공기를 담요처럼 끌어안은 얼굴로
아직 식사 전이라 하였다.

더운 물 가득 담은
라면 한 사발 두 손으로 품고
한 번, 두 번, 손이 오를 때마다
희미하게 볼이 발갛게 물들어간다.

청력에 손상이 갈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이 불안하다며,
후루룩, 허기와 함께
말 꼬리도 목 저 깊은 곳으로 넘겨버린다.

이제 잠시 눈을 붙이면,
내일도 아마 이 시간이나 되어야 집에 올 수 있을 거라며
그래도 내일은 점심을 걸러서라도
병원에 약을 타러 가야겠다는
꿈결과 생시의 어느 중간에서 꺼낸 말을 흐리고는
깊을대로 깊어, 이제 서서히 엷어져 가는 밤을 베고 눕는다.

[Photo #8] 우리의 밤 이야기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