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의 일이다.
하늘이 맑은 어느 가을의 주말, 무턱대고 한강으로 산책을 나갔다.
카메라 하나를 어깨에 메고.
그 당시, 부모님과 함께 지내던 그 집은
한강에 붙어 있었다.
집에서 걸어나오면 5분 만에 한강 산책로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한강을 따라 쭉 뻗은 산책로를 걸으며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오랜만의 여유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하염없이 걷다가
멈춰서 셔터를 누르고
다시 걷기를 반복한다.
일상을 다른 눈으로 본다.
집을 오가며 보는 그 한강의 모습이
다른 감정으로 두 눈에 각인된다.
사이클을 즐기는 모습,
연인들의 다정한 산책,
반려견과 걷는 다양한 발자국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조각들이 한강 산책로에서
서로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마주치는 사람들을 절대 기억하지 못할거라고.
내 삶에 의미를 주었던 사람들마저 다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이렇게 스치는 인연을 기억할 리 없을 거라고.
그리고 또 생각한다.
어쩌면 잠시 마주하며 눈인사를 주고 받았던
이 사람들을
언젠가, 어딘가에서,
서로를 인지하지 못한채 다시 마주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라고.
헬리콥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공중으로 오른다.
저 위에서 보는 풍경은 또 다르겠지.
땅에서 멀어질 수록,
도시는 나라의 지문처럼 독특한 어떤 향을 내뿜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속한 사람들 하나 하나가
점점 멀어져, 하나의 피사체처럼
둥글게 인식될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나 또한 누군가의 피사체이다.
중년의 한 남자가
한 손에는 강아지의 목줄을 잡고
다른 손으로 아이의 손을 잡으며
내 곁을 스쳐 지나간다.
8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얼굴을 막연하게나마 기억한다.
이 생각의 고리들이 빚어낸 기막힌 우연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어쩌면,
내가 누군가에게 하나의 잊혀질 피사체임을
애써 부정하려는
조악한 몸부림일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