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5] 파리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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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1.jpg

첫 유럽 여행의 마지막 방문지는 파리였다.

의례 그렇듯이, 유럽에 오면 파리를 가야할 것 같고

파리에 오면 에펠탑을 봐야할 것 같고

에펠탑을 보려면 유람선을 타야할 것 같은 느낌에

아무 생각 없이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바람이 차다.

1월의 파리는 날카로운 송곳으로 피부를 찌르는 듯한 공기로 가득했다.

강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좁은 폭의 강을 따라

별 특별한 감흥도 없이 멍하니 기계적으로 시선을 움직일 따름이었다.

나는 그만큼 지쳐있었다.

형형색색 빛으로 옷을 갈아입는 에펠탑이 나왔을 때에도

아, 에펠탑이구나, 하고 생각했을 따름이다.

대단히 감격스럽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실망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곳에 에펠탑이 있었을 뿐이다.

그게 다였다.

지난 사진을 뒤적이다 발견한 유람선에서 찍은 사진.

그 날의 매섭도록 차가웠던 공기며

폐속까지 스며들던 한기며

두 발에 매달렸던 무거운 피로가 불시에 떠오른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곳에 뭔가 중요한 것을 놓고 온 것 같다고.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뭔가 정말 소중한 것을 두고 돌아온 것 같다고.

잃어버린 조각을 찾으러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미 없는 채로 너무 오랫동안 살아왔다.

하지만 그 비어버린 허전함에서

더는 눈을 돌리지 않기로 한다.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