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에서 출발해 그랜드 캐년으로 향하는 길은 가도 가도 끝날 줄 몰랐다.
6월에 접어든 날씨는 40도를 넘나들고 있었고,
바짝 마른 대기를 뚫고 번개가 몇 번, 하늘로 솟구쳤다.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잘 달리던 차에 문제가 생겼다.
에어컨이 작동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싼값에 빌린 렌트카가 이렇게 독이 되어 돌아올 줄이야.
다시 돌아가기도 애매하기에 그냥 열심히 달리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인생에서 다시는 잊지 못할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창문을 열면 모래섞인 열풍이 불어닥쳤다.
창문을 닫으면 온도조절기가 고장난 찜질방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해를 피할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열려있는 사막.
그곳은 사막이었다.
하지만
모든 고난이 그러하듯
모든 길이 그러하듯
고통도 끝이 있었다.
견디고 견뎌 도착한 길 끝에는
포근한 랏지와 가슴을 뻥 뚫어주는
웅장한 지구의 구멍, 그랜드 캐년이 있었다.
해가 질 때 까지
발을 뗄 수 없었다.
저 해가 완전히 지고 나면,
이번에는 더 먼 LA까지 가야 할 것이다.
여전히 길에는 해를 피할 곳이 없다.
여전히 여름 날씨는 뜨겁고
사막에는 모래 섞인 찌덕한 바람이 불며
자동차의 에어컨은 돌아갈 생각을 않는다.
하지만 왠지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다.
언제나 그러하듯, 이 길은 어딘가에서 끝이 날 것이고
이 도로의 끝에는
기분좋은 파라솔이 펼쳐진
여름의 해변이 기다리고 있을 것임을 알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