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에 출발하여 독일 퓌센을 둘러본 우리는 저녁이 늦기 전에 퓌센 역에 도착했다. 뮌헨 숙소로 향하는 마지막 열차 시간까지는 30분 정도가 남아있었다.
겨울의 독일은 시리다. 송곳같은 바람이 뼛속까지 뚫고 들어온다. 플랫폼 벤치에 앉아 몸 깊은 곳에서부터 퍼지는 냉기를 느낀다. 나도 모르게 쥐며느리 마냥 몸을 둥글게 말게 된다.
우리는 지쳐있었고, 부족한 여행 경비로 몇일째 딱딱한 빵 조각으로 하루를 버티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온 몸은 얼어붙어 감각을 잃은지 오래였다.
시간마저 더디게 흐른다. 영하의 추위가 시간까지 얼려버린 모양이다. 한참을 말없이 앉아있던 친구는 주섬주섬 펜과 엽서를 꺼내어든다. 퓌센역 근처에서 산 노이슈반스타인 성의 전경을 담은 엽서다. 얼어붙은 손가락에 뜨거운 입김을 훅 훅 불며 펜을 쥔 손에 힘을 더한다. 한 글자 한 글자, 엽서 위에 새겨지는 글자들이 힘겹다.
누구에게 쓰는 엽서인지는 묻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장면이 마치 2차세계대전의 어느 겨울날 참호속에서 사랑하는 가족에게 편지를 쓰는 모습같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다. 문득, 나도 가족이 그리워졌다. 집에는 따듯한 온기가 가득하고, 어머니가 차려주신 버섯 된장국이 부글부글 식탁에서 끓고 있을 것이다.
멀리서 기적소리가 울려온다. 우리는 다행히도 얼어죽지 않고 열차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열차에 오르면, 우리는 얼어붙은 장갑과 겉옷을 벗고 뜨거운 온기를 안으로 안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아직도 독일을 떠올리면 가슴 속 시리도록 차가운 그 냉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친구의 또박또박 얼어붙은 손가락으로 쓴 그 엽서도 함께 떠오른다. 그는 어떤 마음을 담아, 누구에게 그 엽서를 띄웠을까.
간혹 사람은 가장 추운 계절에 가장 따듯해지기도 하기에.